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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법에 도전하는 젊은 그림책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

그는 그림책 작가란 전문적 시스템으로만은 양성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그림책 작가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보고 이야기를 만드는 자기 수양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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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기법을 그림책에 도입한 스위스 그림책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


깊은 물 속 나라에 다른 물고기보다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무지개 물고기가 살았습니다. 파랑, 초록, 자줏빛 비늘 사이에 반짝이는 은빛 비늘이 박혀 있는 무지개 물고기들의 모습에 다른 물고기들은 감탄하였습니다. 무지개 물고기와 친구가 되고 싶은 그들은 무지개 물고기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간청하지만, 거만한 무지개 물고기는 한 마디 대꾸도 없이 잘난 체하면서 지나칠 뿐입니다.

어느 날 무지개 물고기 곁에 꼬마 물고기가 다가와 반짝이는 비늘을 하나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무지개 물고기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은빛 비늘을 달라는 말에 버럭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습니다. 그 후로 다른 물고기들은 무지개 물고기를 피해 다녔습니다. 물 속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늘을 지니고 있지만, 무지개 물고기는 외톨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무지개 물고기는 정말 예쁜 자신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제 바다 속에서 가장 쓸쓸한 물고기가 되어버린 무지개 물고기는 자신의 고민을 불가사리 아저씨에게 털어놓고, 동굴 속 문어 할머니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충고에 희망을 갖게 됩니다. 문어 할머니가 사는 동굴로 찾아 간 무지개 물고기는 문어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은빛 비늘을 하나씩 다른 물고기에게 나눠주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고를 받습니다. 그 충고에 심통이 잔뜩 난 무지개 물고기를 동굴 입구에 세워둔 채 문어는 검은 먹물을 뿌리고는 동굴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지요.

그 때 무지개 물고기에게 작은 꼬마 물고기가 다가와 비늘 하나를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무지개 물고기의 마음은 흔들렸지만, 작은 비늘 하나쯤 없어도 괜찮다며 스스로를 달래고 작은 꼬마 물고기에게 은빛 비늘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후로 다른 물고기들도 은빛 비늘을 탐냈고, 이제 무지개 물고기는 자신의 비늘을 하나하나씩 그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탐스럽던 은빛 비늘은 점점 적어졌지만, 이제 바다 마을에서 무지개 물고기를 찾는 친구들은 많아졌습니다. 무지개 물고기 주변에는 한 개의 은빛 비늘을 몸에 지닌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어슬렁거렸습니다. 덕분에 무지개 물고기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지요. 마침내 무지개 물고기는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르쿠스 피스터는 무지개 물고기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래의 표지 그림과 같은 여러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홀로그램의 특수 인쇄 효과를 이용해 아름다운 빛깔로 반사되는 비늘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한 그는 기존의 형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젊은 작가이지요.


특히 이 책에서 활용한 홀로그램 기법은 그가 예전에 광고 회사에서 견습으로 일할 때 접했던 기술입니다. 물고기의 반짝이는 비늘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그는 문득 광고 회사에서 썼던 홀로그램 기법을 도입하기로 마음을 먹죠. 물론 이 기법이 인쇄 과정이 까다롭고 제작비도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초판을 찍을 당시 마르쿠스 피스터는 자신의 수익을 반으로 줄이는 대신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지금까지 총 5권의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가 발간되었는데, 각각 우정, 나눔의 기쁨, 인내, 평화 등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2천 500만부 이상 판매되면서 마르쿠스 피스터는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작가로 주목을 받게 되었답니다.

스위스 그림책 작가 마르쿠스 피스터(Marcus Pfister)



















개인적으로 저는, 2002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마르쿠스 피스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지개 물고기의 커다란 포스터에 사인을 해주는 행사에서였는데요, 그 때 만나본 마르쿠스 피스터는 조금은 수줍은 듯, 아직 소년 같은 풋풋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때 긴 줄에 끼어 받아온 포스터와 사진은 아깝게도 그 후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스위스 베른에서 1960년에 태어난 그는 베른 예술학교에서 창작코스를 밟고, 1981년 취리히로 옮겨 그래픽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틈틈이 조각, 회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였습니다. 1983년, 2년간의 견습 생활을 마친 그는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펼치기에 앞서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으로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다양한 예술 분야를 폭넓게 공부한 그는 여러 가지 예술 활동을 하던 중, 1986년에 『잠자는 올빼미』라는 그림책 작품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보다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업에 몰두하였고, 1992년에는 『무지개 물고기』를 발표하게 되었지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무지개 물고기』는 이후 일련의 무지개 물고기 시리즈로 발표되었지요.

그의 작업 기법을 살펴보면 서양인으로는 특이하게도 수묵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젖었을 때 굽어지지 않게 나무판 위에 수채화용 종이를 펼쳐놓은 후, 연필로 거칠게 스케치를 하고, 부드러운 배경 효과를 주기 위해 종이를 적신 채 그 위에 젖은 물감으로 색을 칠했습니다. 종이가 마르면 섬세한 표현을 그 위에 덧그리는 방식을 취했지요.

그는 그림책 작가란 전문적 시스템으로만은 양성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그림책 작가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보고 이야기를 만드는 자기 수양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련의 그의 그림책을 살펴보면 책 속의 주인공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인 경우가 대부분임을 눈치 채게 되지요. 그는 어린이들의 영원한 벗인 작고 귀여운 동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여러 가지 사건을 이끌고 가는 등장인물로 등장시킵니다. 이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작가인 그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로는『배고픈 애벌레』로 유명한 에릭 칼과 야노쉬, 헬메 하이네 등이 있습니다. 이들 그림책 작가들이 좋은 이유는, 주로 가볍고도 간결한 느낌의 그림 풍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그는 현재 아내 캐서린과 세 자녀들과 함께 자신의 고향 베른에서 함께 살며 더 나은 그림책, 더욱 새로운 기법의 그림책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펭귄 피트 이야기


마르쿠스 피스터가 창작한 캐릭터 중에는 무지개 물고기 외에도 남극에 사는 펭귄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피트! 마르쿠스 피스터는 펭귄 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펭귄 피트』,『펭귄 피트와 패틀』,『펭귄 피트의 새 친구들』이라는 그림책을 만들어냈다. 여기서는 펭귄 피트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그림책 『펭귄 피트』를 중점적으로 다뤄볼까 합니다.

펭귄들이 행복하게 모여 사는 남극 마을에 가장 어린 펭귄은 피트였습니다. 몸집이 유달리 작은 펭귄 피트는 어서 빨리 자라서 어른 펭귄들처럼 바다에서 마음껏 수영을 하고 싶었습니다. 여느 펭귄들과 다를 것 없이 피트에게도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눈싸움도 하고, 눈펭귄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곤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짹짹거리는 어린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왔어요. 피트는 자신보다 훨씬 작은 어린 새들 사이에서 왔다갔다 젠체하며 뽐냈습니다. 그때 꼬마 새 한 마리가 피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안녕! 넌 정말 재미있게 생긴 새로구나?” 피트는 몸집도 작은 새에게 질세라 자신을 소개했지요. “난 펭귄이야. 이름은 피트고.” 작은 새는 자신을 스티브라고 소개했습니다. 몸집은 작아도 푸른 하늘을 마음껏 비행할 수 있던 스티브는 피트에게 하늘을 나는 시합을 하자고 거들먹거렸습니다. 꼬마 스티브도 피트에게 날개가 있으니 펭귄도 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스티브의 부추김에 피트는 그 날 이후 무던히도 날아보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코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피트는 작은 새들과 아주 친하게 지냈지요.

그러던 중, 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할 날이 왔습니다. 모두와 작별을 해야 하는 피트의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작은 새들이 떠난 후 피트는 몹시 슬펐습니다. 실의에 빠진 피트를 달래기 위해 피트의 엄마 펭귄은 바다 수영을 최초로 허락해줍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진정한 피트는 다이빙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곧 차가운 물 속에서도 뱀장어처럼 미끄러지듯이 헤엄을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배영까지 자유자제로 할 수 있게 되었지요. 게다가 이제 피트는 다이빙 대회에 까지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등을 할 수는 없었지요. 그래도 피트는 이제 예전처럼 다른 펭귄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뒤뚱거리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면 자신이 겪은 모험담을 들려주고 싶은 엄마가 있었고, 지쳐 잠이 든 꿈속에서는 꼬마 새 스티브와 멋진 바다, 내일의 다이빙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이 그림책은 물감이 종이에 스며들어 번지는 효과를 매우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동양화의 수묵화처럼 번지는 느낌을 살려서 눈과 얼음에 뒤덮인 남극 대륙의 바람 소리, 눈 쌓인 고요한 남국의 빙산들을 차분하게 표현하고 있지요. 주조색은 청색 계열이지만,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남극 땅의 이미지를 따듯한 느낌으로 정감 있게 살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펭귄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글자를 아직 익히지 못한 나이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도 참 좋습니다. 빨리 성장해서 아빠처럼, 엄마처럼, 고모나 삼촌처럼 되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펭귄 피트에게 투영되어 있습니다. 다른 펭귄 피트의 시리즈 속에서도 한결 같이 꼬마 펭귄 피트가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과 우정 그리고 사랑을 느껴볼 수 있지요.

지금 있는 모습대로 인정하기


우리들은 가끔 ‘내게도 ~이 있다면’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만약 사자한테 큰 부리가 있다면 어떨까요? 고슴도치의 뾰족뾰족한 등이 카멜레온처럼 알록달록 하다면 어떨까요? 독수리에게 코끼리처럼 긴 코가 달려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카멜레온에게는 황새처럼 긴 다리가 있다면 어떨까요? 동물들 본연의 모습을 지우고 다른 동물들의 신체 일부와 합성해서 상상해 본적이 있으신가요? 없다고요? 그렇다면 마르쿠스 피스터의 『안녕, 친구야!』를 보세요.

이 그림책 속에서는 우리가 제대로 상상할 수 없는 여러 동물들의 모습이 서로 합성되어 등장하고 있습니다. 뾰족뾰족한 가시 등이 마음에 들어 고슴도치와 사귀고 싶었던 사자에게, 고슴도치는 큰부리새처럼 사자에게도 큰 부리와 날개가 달려있?면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합니다. 한편 고슴도치는 커다란 부리와 날개를 갖고 있는 큰부리새를 찾아가 친구가 되고 싶다고 고백하지만, 정작 큰부리새는 카멜레온의 알록달록한 등을 갖고 있다면 고슴도치와도 친구가 되겠다고 대답하지요. 큰부리새가 좋아하는 카멜레온은 또 어떨까요? 카멜레온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큰부리새에게 코끼리처럼 긴 코를 갖고 있어야 자신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 동물들은 각자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다른 친구들이 갖고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여러 동물들의 모습이 친구들의 상상대로 그렇게 변한다면 얼마나 웃길까요? 이야기는 사자로부터 갈기를 빌리고자 온 황새가 정작 자신으로부터 큰부리와 날개를 빌렸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깔깔거리며 웃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두 동물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친구가 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내게 없기 때문에 남의 것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동물들뿐이 아니겠지요. 피부가 검은 사람은 피부가 하얀 친구가 부럽고, 키가 작은 친구는 키가 큰 친구가 부럽기 마련이죠.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지금 내 모습과 친구의 모습을 인정해주어야 우정이 시작될 수 있음을 이 그림책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 구멍을 뚫어 합성이 된 모습의 동물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구성된 이 그림책은 번지는 효과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캔버스의 거친 격자무늬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배경천 위에 강렬한 원색의 분명한 테두리 선을 두른 동물들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으니까요. 마르쿠스 피스터의 새로운 미술적 시도가 이 책에서 선보이고 있는 셈이지요. 배경에는 배경천과 같은 색조이되 채도를 달리한 물감으로 각각의 동물들을 워터마크 처리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예쁜 동물의 무늬가 새겨진 색색의 거즈 수건 같은 느낌이 들지요. 앙증맞으면서도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작가의 상상 속에서 다른 동물들의 특색 있는 부위와 합성되는 장면은 정말 기발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은 못났다고 느껴지는 친구들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면 이 그림책은 그것만으로도 훌륭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이외에도 책 속에 등장한 동물들이 상상 속에서 합성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데 일조한다는 다른 매력도 갖고 있지요. 이처럼 이 그림책은 에르바 상,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등을 수상한 마르쿠스 피스터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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