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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가 뭐라고 했기에...

처절한 삶을 딛고 일어서는 의지의 인간상, 위버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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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포커스가 앞으로 고전 및 스테디셀러와 화제의 신간을 격주로 리뷰하는 것으로 운영될 계획입니다. 이번 주는 “신은 죽었다”라는 경구로 너무나 유명하지만 정작 읽어본 사람은 찾기 힘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입니다. 독자 님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1980년대 유머 중에는 이런 게 있었습니다. 어느 대학 화장실 낙서 이야기인데요. “신은 죽었다 - 니체” “너는 죽었다 - 화장실 청소 아줌마” 니체가 가장 이름을 알린 것은 바로 저 문구,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 때문입니다. 오죽이나 유명했으면 화장실 낙서 유머에까지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겠습니까. 그러나 그 유명세만큼이나 난해함도 대단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는 니체는 딱 거기까지입니다. 니체, 차라투스트라, “신은 죽었다”, 그 이상은 대학 철학 교양수업에서 간간이 다루는 몇 가지 개념들이지만, 그런 게 머릿속에 오래 남을 리는 없습니다. “일단 어려운 철학”으로 낙인찍혀 있는 니체의 가장 대표적인 저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오늘 살펴볼 책입니다. 혹자의 표현에 의하면 “감히 펼쳐 볼 엄두도 안 나는” 책이지만 어찌 보면 무척 쉬운 책일 수도 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는 복잡한 개념과 논리적 서술이 없으며, 비유와 우화로 가득 찬 서사시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이 정의하기 어려운 책『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오늘은 아주 쉽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체적인 책의 내용은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산에서 10년간 명상을 갈고 닦은 주인공 차라투스트라는 마침내 명상을 마친 어느 날 아침,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를 설파합니다. 내용은 대부분 차라투스트라가 사람들을 향해 설교하고, 누군가와 만나 대화하고, 사물을 보고 생각나는 비유와 우화를 들려주는 독백 형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까지 설명하다보면, 우리는 언뜻 이와 비슷한 문학작품을 이미 알고 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성서’입니다. 니체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서 신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신학과 고전문헌학이 접하는 지점인 성서야말로 그가 가장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고문헌이 되겠지요. 그는 자신이 평생 펼쳐 온 방대한 철학적 사유를 성서와 유사한 방식의 서술을 통해 한 권의 책으로 집약한 것입니다. 그는 페르시아의 불을 숭배하는 종교인 배화교의 창시자 조로아스터(차라투스트라)를 등장시켜 광야(예수가 명상한 곳)가 아닌 산에서, 40일(예수가 명상한 시간)이 아닌 10년간의 명상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설파합니다. 심지어 그는 예수가 곱사등이의 등을 펴고 어린이를 비유해 설교했던 방식마저 따라하면서 곱사등이를 만나고, 어린아이를 두고 가르침을 설파합니다. (물론 내용은 판이합니다.) 예수가 그렇게 함으로써 2천 년의 시간을 지배했듯이, 그는 그것보다 더욱 강화한 방식을 동원해 다가오는 새 천 년을 준비합니다. 예수의 명상을 넘어서는 시간 동안 그가 명상한 내용은 예수가 행했던 것과는 완전한 대조를 이룹니다. “나 너희들에게 위버멘쉬Ubermensch를 가르치노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무엇이다. 너희들은 너희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존재해온 모든 것들은 그들 자신을 뛰어넘어 그들 이상의 것을 창조해 왔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이 거대한 밀물을 맞이하여 썰물이 되기를 윈하며 자신을 극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짐승으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차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와 처음 사람들에게 일갈한 말입니다. 10년간의 명상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은 위버멘쉬입니다. 우리말로 보통 ‘초인’으로 번역되던 개념인데, ‘초인’이 지나치게 초월자적인 냄새가 강해 원문의 의미를 해친다고 하여 최근에 새로 번역된 니체 전집에서는 음역으로 위버멘쉬만을 고쳐 놓았습니다. 위버멘쉬란 사람이 가진 있는 그대로의 모든 것, 고통과 즐거움, 슬픔과 행복을 다 끌어안고 긍정한 뒤 거기서부터 새롭게 자기 삶을 당위적으로 끌고 나아가는 니체만의 이상적 인간상을 가리킵니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지 않고 밀물 앞에 썰물이 되기를 원하는 인간들에게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위버멘쉬의 개념을 가르치고자 합니다. 왜 위버멘쉬가 필요한 것일까요? 차라투스트라는 10년간의 명상 끝에 세상을 왜곡하고 있는 형이상학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인간은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로, 자신의 그 나약함을 숨기고 잊고 감추기 위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냅니다. 언젠가는 죽고 마는 인간의 삶을 직시할 수 없어 내세와 천국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거기에 의지합니다. 남을 죽이고 남의 것을 빼앗는 현실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도덕과 법률을 만들어 갑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러한 모든 ‘세워진 개념들’이 인간이 자신의 진실을 회피하고 스스로 극복하기보다는 그러한 개념들에 자신을 노예로 묶어둠으로써 복종의 삶을 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실상은 그런 세워진 개념들을 걷어내고 본다면 비참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부자는 더 갖기 위해 약자의 몫을 빼앗고, 나의 이익에 반한다면 남의 인권 따위는 간단히 짓밟습니다. 니체는 그러한 현상들을 인간의 본성으로 파악하고, 도덕과 법률은 그러한 본성을 애써 무시하고 ‘나쁜 것’으로 규정하는 일종의 도피라고 규정짓습니다. ‘대지’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의 현실이 그러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비참한데, 니체는 또 다른 개념 한 가지를 더 사용해 그 허무함을 극도로 만들어냅니다. 바로 ‘영원회귀’입니다. 영원회귀란 우주가 갖는 에너지가 태초부터 변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 또한 불변의 무한성을 가질 것이라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이 인간의 삶에 적용되면 인간은 항상 똑같은 인생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우주 속의 존재가 됩니다. 좀 난해한 영원회귀 개념을 쉽게 비유한 해설은 문학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강아지 까레닌의 삶입니다. 까레닌은 시간이 흘러간다는 인식을 하지 않고 그저 아침에 눈을 뜨면 주인을 깨우고 같이 빵을 사러 나갔다가 산책하며 돌아오고, 집에선 낮잠 자고 밥 먹고 재롱 좀 떨다가 잠드는 삶을 하루하루 반복합니다. 이러한 삶이 곧 영원회귀이고, 인간 또한 그 시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니체는 말합니다. 영원회귀 속 인간의 비참한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니체는 위버멘쉬를 통해 그 삶을 극복하는 방법을 설파합니다. 그토록 비참한 삶이더라도, 위버멘쉬는 그 모든 삶과 자신의 생 전체를 사랑하고 끌어안으며 인간이 수많은 가설과 이데아를 만들어 피하려 했던 죽음과 악몽까지도 자신의 삶으로서 긍정합니다. 그리고 그 바닥과도 같은 심연으로부터 긍정을 통해 자기 극복의 완성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위버멘쉬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위버멘쉬는 모든 거짓과 가설을 거부합니다. “신은 죽었다”라는 명제는 인간의 두려움을 감추고 있던 신과 종교의 논리를 걷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버멘쉬는 영원한 시간의 굴레 속에서 비참한 나락의 삶을 사는 인간이 치열한 자기극복을 통해 자신만의 의지로 굳건히 서는 진정한 자아로서, 모든 인간 위의 것들을 거부합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 다음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국가 개념 또한 거부하며 모든 종류의 도덕과 규범마저 거부합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근거는 오직 자율에 근거한 자신의 의지와 그 의지로 세상 모든 억압적인 것들과 싸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본문 첫 내용에 비유로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차라투스트라의 말에 의하면, 정신은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마침내 어린이로 변하게 됩니다. 낙타는 한없이 무거운 짐을 스스로 지고자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삶입니다. 그러나 이 낙타는 어느 날 광막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사자로 변하면서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사자는 그가 마지막으로 섬기던 주인인 신에게 대적하는, 신이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라고 말할 때 “나는 하고자 한다!”로 응수하는 삶입니다. 신으로부터 자유를 찾은 사자는 마침내 어린이가 되는데, 어린이는 순진무구하고 모든 것을 망각하는 태초의 시작이자 즐거운 놀이입니다.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이로 가는 이 과정이 니체가 말하는 인간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영원회귀’와 ‘위버멘쉬’라는 두 주제를 중심으로 위와 같은 이야기를 다채로운 비유와 서사 속에서 설명합니다. 광막한 사막, 바람 부는 숲 등의 다양한 배경에서 니체의 철학은 아름다운 비유로 녹아들며, 서장에서 해가 뜨는 날 세상에 나오면서 ‘몰락’한 차라투스트라는 종장에서 달과 별이 뜨는 밤에 ‘새날의 주인’임을 긍정하면서 영원회귀의 구조 속에서 힘껏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철학서와는 달리 논리적인 흐름이나 전개가 하나도 없고, 오직 풍부한 비유와 우화로만 가득 차 있는 독특한 형태의 철학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을 희망찬 목소리로 끊임없이 노래합니다. 달리 생각한다면 니체의 개념들은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고, 그 비참한 바닥의 삶을 긍정하는 위버멘쉬로 삶을 살아가는 것. 아주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이 정도로도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어렵게 읽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현대 사상의 많은 학자들이 니체의 이러한 상대론적 개념과 반철학의 사유에 기대어 있고, 니체로부터 시작된 사고들은 지금까지도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들 속에서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해석의 여지가 폭넓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때만큼은 어려운 이론들 속에 적용하는 것 따위의 복잡한 일들은 학자들에게 맡겨두고,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저 니체의 풍부한 사유와 우화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니체 읽기는 아직까지 정설이 없고, 그렇기에 누구든 자신의 의지로 책을 읽고 자신만이 갖는 책에 대한 당위를 세우면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니체 자신도 그러한 책 읽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어떤 책? 은둔자였던 차라투스트라가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인간을 위한 새로운 원칙을 갖기 위해 산에서 내려와 시장과 군중 속으로 들어가 “신은 죽었다”고 외치며 인간의 내면에 있는 그 모든 ‘사막’을 목격하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 왕들과 거머리와 마술사 등을 만나 축제를 벌이고 새로운 아침을 맞는 이야기. 차라투스트라의 머리말을 포함해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라는 제목 아래, 제1부 방랑자 차라투스트라의 출발, 2부 미래의 인간인 ‘초인’을 찾아가는 여정, 3부 ‘영원회귀’의 오솔길을 거리는 차라투스트라의 고난, 4부 걷고 뛰고 춤추는 독자로 구성되어 있다. --------------------------------------- 저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누구? 독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이자 시인. 그의 사상은 문학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그는 키에르케고르와 함께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지칭되고 있다. 1864년 20세 때 본 대학에 입학해 신학과 고전문헌학을 연구하였고, 1869년 스위스 바젤 대학의 고전문헌학 교수가 되었으나 1879년 건강의 악화로 교수직을 사임하였다. 1888년말 정신이상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1900년 8월 25일 마이마르에서 생을 마감했다. 저서로는『니체 최후의 고백』『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인간적인 것,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선악의 피안』『도덕의 계보』『이 사람을 보라』『권력에의 의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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