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복지 현장에서 일한 저자가 말하는 삶과 사랑
장애인의 아내이자 동료로서 겪은 시간들과 감정을 나누며, 관계 안에서의 고민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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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명 저자(좌)

사회 복지사 부모님을 둔 저자는, 자연스럽게 사회 복지사가 되어 많은 장애인을 곁에 두고 그들과 함께 살아왔다. 장애인의 아내이자 동료로서 겪은 시간들과 감정을 나누며, 관계 안에서의 고민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의 1장은 저자의 배우자 이야기와 그들이 첫 만남을 시작으로 세상에서 아주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2장은 결혼 이후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부부가 느낀 감정들과 겪은 이야기, 3장에는 여느 관계가 그렇듯 관계 안에서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이혼'이라는 결정까지 도달하게 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4장은 주변을 채워주고 있는 가족과 동료들의 존재에 대한 저자의 감정과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낮에는 회사 다니고, 밤에는 식탁에 앉아 글을 쓰는 권지명입니다. 23년 경력의 전직 사회 복지사, 근육이 점차 퇴화되어가는 장애인 남편을 둔 아내, 그리고 두 살 터울 사춘기 남매를 둔 엄마입니다. 저는 청소년기를 아동 양육 시설, 흔히 고아원으로 불리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시설 종사자이신 부모님을 보고 남들은 좋은 일 하신다고들 했고, 그러다 보니 저도 그 좋은 일을 하는 사회 복지사가 되었습니다. 사회 복지사로 일하며 많은 장애인을 만나게 됐는데, 제 눈에 그분들은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TV 다큐멘터리나 모금 방송에 출연하는 장애인 부부 혹은 주변의 장애인과 결혼한 비장애인들을 보면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왜 굳이 힘든 길을 택했을까, 그까짓 사랑이 뭐라고'하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점차 근육의 힘이 약해져서 언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를 근육 장애인으로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어찌나 늠름하고 대단해 보였는지 모릅니다. 평생 혼자 살겠다던 제가, 그를 운명이라 믿고 많은 사람의 우려 속에서도 망설임 없이 결혼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세월이었지만 벌써 결혼 16년 차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쉬게 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던 저에게 남편의 권유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강사 양성 과정을 이수하긴 했지만, 막상 강단에 설 자신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떤 분이 저에게 책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내 까짓 게 책이라니!' 생각하면서도 블로그에 쓴 글들이 모여 책이 되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저자의 도서들이 시장에 꽤 있으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별한 입장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존의 유사 도서들과의 차별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애 당사자의 시선과 비장애 가족의 시선은 같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면이 있습니다. 당사자가 아니고는 결코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는 거죠. 휠체어를 사용하는 남편과 살다 보니 저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내공이 쌓였다 싶다가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남편만의 세계가 존재함을 여전히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나의 가족 중에 있을 수도 있고, 길거리 혹은 각종 시위 속에서 만난 장애인. 늘 우리 주변에 머무르고 있는 그들 중 한 사람의 삶이 문득 궁금해져 들여다보고자 하셨던 적이 있으신가요? 장애인의 아내로, 장애인의 동료로 살아온 저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이라 불리는 또 다른 이웃의 인생에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본문이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작가님의 이야기가 아닌 가족의 이야기, 과거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이색적이면서도 몰입을 도와주는 전개라고 생각되는데, 시작을 이렇게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 책의 주인공은 우리 부부입니다. 그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스토리가 되었기에 그의 서사를 먼저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드시 제가 알아야 했던 그의 이야기. 처음 근육병 진단을 받았을 때, 수해로 어머니를 잃었을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정황은 전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속마음까지는 차마 묻지 못한 채 함께 살아왔습니다. 괜히 들추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결혼 생활 내내 한 번도 자세히 묻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를 먼저 써야 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남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묻어두었던 그의 마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을 쓰면서 비로소 알게 되어 한없이 미안하고, 그런 고난을 이겨내고 잘 살아내 준 남편이 대단하고 고마웠습니다.

장애인 배우자와 동료를 둔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는 세상은 조금은 다를 거라고 짐작이 됩니다. 그렇게 작가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이 작가님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와 함께 일했던, 제가 지켜보았던 장애인 동료들은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꽉 찬 하루를 살아냈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놀랍게 성장했고 직장에 성과를 안겨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들의 소중한 가치를 몰랐습니다. 어쩌면 저는 참 무례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내' 혹은 '사회 복지사'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남편과 동료, 고객들의 삶에 아무렇지도 않게 관여하기 일쑤였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기억들이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이해되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이 오십을 앞둔 지금, 모든 인생은 다 소중하며 누구에게나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이제야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족세우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부부 관계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돌리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름부터 생소한 프로그램인데요. 어떤 경로로 참여하시게 됐으며,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시나요?

'가족세우기'는 독일의 가족 치료사 '헬링거'가 시작한 가족 상담 모델로, 내담자가 신체적 표현을 통해서 가족 관계를 표현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단기 치료 프로그램입니다. 7년 전, 이혼을 결심했을 때 친정 엄마의 지인이신 '가족세우기' 전문가에게 이혼 상담을 받았는데,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법적인 이혼만 하는 것은 진짜 이혼이 아니며, 마음의 이혼을 해야 이혼 후에도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가족세우기' 프로그램에 한 번만 오면, 이혼 절차를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잘 해내기 위해 '가족세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저와 남편은 둘 다 무의식 세계에 밀어 넣고 외면하고 있던 각자의 아픔을 발견했습니다. 발견한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었고, '내 안의 나', 그리고 서로를 어루만져주게 되었습니다. 가족세우기를 통해 이혼을 고집하던 제 마음에 조그만 틈이 생겨났고 생각을 바꾸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평소 가족 안에서 이유 없는 불안을 느끼며 불행하다고 여기시는 분들에게 단기 치료로써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문장이 책의 여러 곳에 등장합니다. 만약을 가정해본다면, 어떠셨을 것 같나요?

남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결혼을 못 했거나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지 못했을 테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 나를 키워주신 친정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여전히 남의 인생에 관여하며 그것이 내 일이라고 착각하며 뻣뻣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남편을 만난 사실 자체가 저에겐 너무 다행인 일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전히 걱정과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과 함께하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인생인가요.

앞으로 계획하신 일과 함께, 작가님의 책을 접할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장애 인식 개선 강사로서, 장애인 남편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대신 꺼내어 세상에 전하고 싶습니다. 책 속에 등장시키지 못한 제 주변의 멋진 장애인 동료들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 더 면밀하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책을 읽으신 후 독자분들도 글쓰기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가 주는 치유의 힘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글을 쓸 수 있을지 의심은 거두셔도 됩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내 인생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기록이니까요.



*권지명

사회 복지사 부모님 딸로 30년, 사회 복지사로 23년 살아왔다. 부모님으로부터는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함을 배웠고, 학교에서는 고객의 옹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장애인만 보이던 내 눈에 어느 날부터 한 남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사랑은 특별하며, 영원하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장애인의 적은 사회복지 종사자와 가족이라고 한다. 그렇게 나는 적이 되어 버렸다. 결혼 16년 차, 지금의 나는 그의 적군일까, 아군일까. 장애인의 아내로, 장애인의 동료로 살아오며 만난 '나'와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권지명 저
설렘(SEOL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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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