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부장으로 마디마디 치열했던 워킹맘으로서의 삶.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일도, 가정도, 자기 계발도 성공을 꿈꾸며 1분 1초를 아끼던 파이팅 넘치던 일상은 마흔 살에 찾아온 유방암으로 갑자기 멈추었다. 죽음의 공포와 분노, 억울함이 휩쓸고 지나간 뒤, 담담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1년여의 치료를 마쳤다. 아무리 힘든 시간이라도 다 지나가고 일상은 돌아온다. 유방암 진단 3개월부터 꼭 이겨낸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블로그의 글은 치료가 거듭되는 것만큼 차곡차곡 쌓여 저의 치유 기록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가 되었다. 처음이라 힘겨울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마음으로 『유방암이지만 괜찮아』를 건네고 싶다.
먼저 『유방암이지만 괜찮아』 독자님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저는 평범한 워킹맘으로 2년 전인 마흔 살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어요. 뜻하지 않게 맞닥뜨린 시련이었지만,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작가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어요. 진단 후 블로그에 글을 썼는데, 이어져서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어요. 얼마 전에 복직을 해서, 3년차 암경험자로서 사회 복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치료 중에 약 200편의 글을 썼는데 힘들지 않으셨나요? 치료를 마치고 좀 쉬셔도 될 텐데, 책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진단을 받은 뒤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저처럼 힘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기록하듯 글을 썼어요. 처음에는 정보를 나누려고 한 건데, 차츰 같은 상황의 환우 뿐 아니라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많은 분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누군가를 돕고자 쓴 글로 오히려 제가 더 위로받고 힘을 얻었어요. 글쓰기는 1년여의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지지대이자, 마음을 다독여준 따뜻한 안식처였어요. 다만 치료는 마쳤지만, 후유증으로 몸도 지치고, 마음도 힘들었어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진짜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을 고민하다가 '글쓰기'가 생각났어요. 조금은 특별했던 1년을 정리하고, 더 많은 환우께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사명감도 생겼고요. 물론 초보 작가로서 책쓰기는 쉽지 않았지만 회복과 치유의 시간이 되었어요.
블로그 글이 토대가 되어 책을 쓰셨는데, 책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가령 '굳이 책이 아니라 블로그를 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하는 독자분께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처음에는 '블로그 글을 요약하면 책이 되겠지'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치료 중에 쓴 짧은 글들을 함축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새로 쓰는 것보다 어렵더라구요.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다시 검증도 필요했어요. 기존에 기록한 글들을 보면서 '독자분께 필요한 게 무얼까?', '혹여나 불편하고 상처받을 표현은 없을까?' 스스로 묻고 또 물었어요. 수많은 내용을 정제하고, 다듬고, 수정한 결과물이 바로 책이에요.
실은 블로그에 글이 많아지니까 저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아무래도 인터넷과 종이책의 차이겠죠? 책은 진단과 치료, 치료 후의 시간 순으로 필요한 부분을 바로 찾아서 볼 수 있어요. 치료 중에는 검색도, 모니터로 보는 것도 피곤한 일이니까요. 여담으로 책에서 단 하나라도 얻어가실 수 있기를 바라며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썼답니다.
다른 건강 서적과 구별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특히 장르를 다큐 에세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떤 이유일까요?
진단 후 유방암 책을 많이 찾아봤는데, 대부분 의료인이 쓴 의학 전문 서적이나 감성 에세이였어요. 물론, 의학적 정보나 위로도 좋지만, 정작 치료 중에 필요하고 궁금한 것들은 찾기가 어려웠어요. 만일 친한 동생이 유방암이라면,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무엇을 알려주고 싶은지 생각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적었어요. 소소하지만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나 팁, 과정 속에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유용한 경험과 정보를 기반으로 따뜻함과 용기, 희망도 담은 다큐멘터리 에세이를 추구했답니다.
책에는 유방암 치료 과정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는데요. 꼭 당부하고 싶은 한 가지를 말씀해주시겠어요?
지금 치료 중이거나, 혹은 치료를 마쳤지만 아직 몸도 마음도 힘든 후배 환우께는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생각지 못한 시련으로 매순간 힘들 수도 있지만, 우리의 삶이 그랬듯이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요.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일상에 푹 빠져서 아픈 기억은 희미해질 거니까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모든 분께 매월 유방 자가 검진을 꼭 당부드려요. 저는 자칭 '유방 자가 검진 전도사'가 되어 주위 분들께 힘 닿는 대로 전파를 하고 있답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배우자나 어머니, 여자 형제 등 주변에 상기시켜 드릴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의 건강을 손쉽게 무료로 챙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랍니다.
얼마 전에 복직을 하셨는데, 현재 치료와 일을 병행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실까요? 최근 암경험자의 사회 복귀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느끼는 부분은 어떨까요?
암경험자로 다시 일터에 돌아간다는 게 조금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됐어요. 절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체력이 가장 신경이 쓰였어요. 암경험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묘한 피로감이 있거든요. 멀쩡하다가 갑자기 방전이 되는 느낌이랄까. 예측도 안 되고, 회사에서 편히 쉴 공간과 시간을 갖기는 어려우니까요. 매달 주사 치료와 6개월 정기 검진은 꼭 해야하는 걸 알지만, 직장인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고요.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내기는 어렵다보니, 일의 강도나 시간을 어떻게 조절할지 탐색과 고민의 시간을 갖고 있어요. 그래도 차츰 몸도 마음도 적응하면서, 이전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방법을 찾을 거라고 믿어요.
작가님이 말씀하신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할머니가 되실 때까지, 매일 해피 엔딩을 응원드립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을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이전에는 굉장히 목표 지향적이었어요. 계획을 빼곡하게 세우고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오늘 하루 감사히 행복하게 지내려고 해요. 힘들면 쉬고 게으름도 부리면서요. 조금 뻔뻔하게 나를 사랑하면서요. 다만, 이번에 출간의 맛을 살짝 보니 그 매력에 흠뻑 빠진 것 같아요. 과정은 힘들지만,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했고,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정말 귀한 경험이었거든요. 저의 다른 모습을 담은 두 번째 책을 써보려고요.
*타샤 1980년생으로 K대 졸업, S전자에 재직 중이다. 일도, 가정도, 자기 계발도 성공을 꿈꾸던 워킹맘. 1분 1초를 아끼는 파이팅 넘치던 일상은 유방암으로 180도 바뀌는데. 1년여의 표준 치료를 마치고, 항호르몬 치료로 극한 갱년기를 체험중이다. 조신한 환자 모드로만 지내기는 아쉬워서, 유방암은 처음이라 힘겨울 누군가를 생각하며 블로그에 300여 편의 글을 썼다. 자칭 유방 자가 검진 전도사이며, 왕성한 호기심으로 암경험자의 사회 복귀에도 관심을 두고 곧 실천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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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