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가 꿈이었던 남자와 차도녀의 결혼 스토리
사랑은 운명이자, 타이밍인 것 같아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두 개의 시간이 있는데 일상의 시간인 크로노스가 존재해야 운명적 시간인 카이로스와 맞닥뜨릴 수가 있는 거거든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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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다!"라는 말로 대한민국의 여심을 흔들었던 화제의 인스타툰 <독신주의자와 결혼하기>가 단행본 『독신주의자와 결혼하기』로 출간됐다. 심상치 않은 만남부터 결혼까지, 140일에 걸친 초스피드 결혼 스토리는 드라마보다 더 쫄깃하고 판타지같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를 끌었다. 기자 출신이자, 여행을 좋아하는 도시녀와 수도가가 되려고 했던 기이한 독신주의자의 만남과 몽글몽글한 결혼 이야기는 현 시대에 익숙한 사랑과 결혼 프레임을 깨뜨리며 깊은 여운과 감동을 준다.



'하다하다'라는 이름이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고 도전해보는 스타일이었어요. 한 가지를 넓게 파기 보다는 여러 가지를 얕게 파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관심을 보이는 주기도 아주 짧고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 작년에 디지털 드로잉 수업을 들었고, 연습해 그렸던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하나씩 업로드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름도 하다하다로 지었어요. '뭐든지 다 해 본다', '하다하다 그림도 그린다'는 뜻이에요.

『독신주의자와 결혼하기』 스토리가 정말 영화같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남편은 대학에 다닐 때 새벽부터 문 닫을 때까지 도서관에서 책만 읽고 살 정도로 기인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사법고시 준비하는 줄 알았대요. 오랫동안 독신주의를 고집한 사람이었고, 제주로 내려와서도 책만 읽고 살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독신주의를 꺾고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주위에 소개팅을 부탁했고, 소개팅 날짜가 줄줄이 잡혔죠. 저는 순서가 4번째였는데 앞에 계획된 소개팅이 계속 취소되어 결국 저와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소개시켜 준 사람으로부터 남자가 기인이라는 설명을 듣고 만났는데 확실히 독특한 점이 많더라고요. 만난 지 3일 만에 남자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라며 저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고백했어요. 이 이상한 고백을 듣는 순간 '이건 뭐지?'라는 충격에 휩싸였어요. 왜냐면 여태까지 제가 경험했던 사랑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거든요. '인내하고, 이해하고, 참아내는 것'이 사랑이고 저와는 그 길을 갈 수 있겠다는 말에, 어쩌면 지나간 모든 건 그저 연애였고, 이게 진짜 사랑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험을 결정했죠. 고백을 듣고 난 그 다음날 그냥 결혼하기로 하고 사귀기 시작했고, 140일 정도 만에 결혼을 하게 됐답니다.

사랑은 타이밍일까요? 운명일까요?

사랑은 운명이자, 타이밍인 것 같아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라'는 두 개의 시간이 있는데 일상의 시간인 크로노스가 존재해야 운명적 시간인 카이로스와 맞닥뜨릴 수가 있는 거거든요. 운명이 일상의 시간을 타고 흘러가다가, 타이밍이 맞아야 카이로스의 특별한 때와 충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둘은 운명을 타고 흘러가다 좋은 타이밍에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결혼 전과 후 '결혼'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결혼하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가정은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는 시공간이에요. 완전히 다른 두 성향의 인간이 접점을 유지하며 생각의 차이를 시도 때도 없이 확인하는 곳이죠. 좋게 생각하면 그만큼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지는 곳이에요. 우리 모두 미완성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형 인간을 향해 나아가는 제 모습과 남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건 오직 '나'밖에 없죠. 남의 말을 잘 안 들으니까요. 그나마 타인으로서 가능한 사람이 바로 배우자인 것 같아요.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배우자는 가장 가까이에서 아프게 혹은 부드럽게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인 것 같아요. 치열하게 싸우면 아프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맞춰나간다면 부드럽게 변화되겠죠. 특히 살면서 서로 배려의 역량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남편과 서로 다른 점을 조율해가는 비법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저희의 경우 처음엔 '깨끗함'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달라 고생했어요. 남편은 위생 쪽이고, 저는 정리 쪽이거든요. 남편은 몸 씻는 것과 빨래 살균 같은 걸 정말 중요하게 여기고 저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상태를 쾌적하다고 느껴요. 내 기준에 상대를 맞추려고 했다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저희는 각자가 서로 잘하는 걸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남편이 빨래나 이불 살균 등 집안 청소를 맡아 해요. 남편이 설거지 해놓으면 제가 찬장에 정리해 놓고요.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주고 상대가 어려워하는 걸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배우자를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인간의 존엄함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며 발전해나가려는 의지가 있을 것 같고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결혼은 현실이다 보니 살림이나, 가정 경제 등의 부분에서 생각이 아주 잘 맞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로부터 잘 독립해 효자, 효녀이기 이전에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봐야겠죠.

결혼 앞두신 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자를 평생 사랑하겠다는 나의 결단 위에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벽돌 같아요. 그 벽돌이 잘 쌓여야 튼튼한 집이 완성되겠죠. 서로가 더 넓은 그릇이 되도록 인내하고, 기다리고, 포용하고, 용서하는 결단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다하다 (글·그림)

제주에 거주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하나를 깊게 파는 게 꿈이지만 호기심이 많은 데다 단기 집중력이 좋아 수십 개를 얕게 파는 삶을 살아왔다. 지금은 그림을 담은 이야기를 그리며 느리지만 차근차근 그리고 깊게 화가(話家)로 사는 꿈을 실행 중이다.




독신주의자와 결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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