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사'를 공부해야 할까? 최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같은 문화를 소비하고 열광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세계인과 교류하고 어울려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린이들이 더 넓은 세상에 잘 적응하고 꿈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세계사를 알아야 한다.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그리스, 중국, 이탈리아, 이집트, 스페인,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1권에서는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중국의 진시황제에 관한 흥미로운 역사 여행이 펼쳐진다. 자신을 신의 아들이라 믿었던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마케도니아 왕이 되어 그리스를 정복하는 과정과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한 ‘헬레니즘 문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영웅 진시황제가 어떤 방법으로 진나라의 혼돈을 끝내고 여러 개의 나라를 통일하여 지금의 중국이라는 대륙을 만들었는지, 중국의 천하 통일 과정과 진시황제의 업적을 상세히 볼 수 있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tvN 대표 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본다는 부모님 시청자 후기도 많고,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교양 프로그램이 된 것 같은데요, 처음에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나요?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세계의 여러 나라가 자국의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이전에 없던 공포감이 우리의 삶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시간과 여유만 된다면 언제든지 발걸음을 세계로 돌려 해외여행을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거나, 그곳에 있는 가족, 친구, 연인을 만나 서로의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묻던 일이 불가능하게 된 거죠. 그뿐만 아니라, 방송 업계에도 해외여행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기획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들이 해외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는 일도 잦아졌고,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착륙 없이 상공을 돌다가 돌아오는 여행 상품’도 등장하기 시작했지요. 이런 니즈가 있으니, ‘우리가 온택트 세계 여행프로그램을 만들어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더불어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때, 그 나라의 역사를 알고 가게 된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지금의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시청 후기를 살펴보니 “자녀들이랑 함께 본다”, “아이들이 유일하게 챙겨 보는 프로그램이다”라는 얘기들이 많더라고요. 예전에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어린이가 <벌거벗은 세계사>만 챙겨 보고 있다고 말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 어린이 책이 출간되어 반가워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세계사에 관심이 많다고 예상하셨는지요? 어린이 책으로 출간하신 소감도 궁금합니다.
사실, 아이들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님이 많이 보시겠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역사 교육 과정에 세계사 부분이 강화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니까요.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이미 염두에 뒀던 점이 학부모님들이 방송을 시청하고,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의외로 아이들이 먼저 <벌거벗은 세계사>를 시청하고 있다는 걸 방송 후 모니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작자로서 많은 사람의 노력이 담긴 포맷이 그 형태를 달리해, 책이라는 미디어로 확장되는 것은 당연히 기쁜 일입니다. 특히, 저도 열 살의 딸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 학습 도서가 나오게 되어 보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사를 알고 배워야 하는 이유, 특히 초등학생들이 세계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세계화',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단어도 아니지요. 그만큼 세계화가 우리의 일상에 침투한 지 정말 오래된 것 같습니다. 학교 공부를 떠나서도, 지금 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정치, 문화 등 거의 모든 문제가 과거의 역사와 얽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 말처럼 역사 속 사건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가 세계사를 더 깊숙이 배운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조금이라도 예상하고, 대비할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부터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며 이런 연습을 미리 해야 하는 거죠.
어린이 책으로서 『벌거벗은 세계사』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벌거벗은 세계사』는 삽화와 텍스트가 적절히 사용되어 지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융합 사고력을 키워 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까요? 어린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답할 수 있는 퀴즈 또한 포함되어 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선별한 내용인 데다가, 실제 방송에 출연했던 전문가 교수님들이 직접 감수한 책이라 내용의 퀄리티도 상당히 높습니다.
요즘 시중에는 거의 만화 형식으로 된 역사서가 많은데, 자칫 어린 시절에 학습 내용을 만화로만 보는 일에 익숙해지면, 이후 텍스트로 되어 있는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적절한 텍스트와 삽화 덕분에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이 벌써 50회차가 넘었어요. 그동안 다룬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이 많을 텐데, 방송을 준비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나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종종 어릴 적에 읽었던 위인전을 떠올리고는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위인들의 이야기, 이면의 모습을 균형 있게 다루는 작업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를 만드는 것도 결국 인간이기에 그 인물의 이면, 숨겨져 있던 사실까지 들여다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단순한 정복왕이 아니라 배움을 가까이했던 인물이라는 점, 폭군으로 알려졌던 네로 황제 역시 처음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악인이 아니었던 것, 국왕의 면모를 보여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인생을 드라마처럼 따라가는 과정 또한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세계사는 그 범위도 넓고 내용도 방대하여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을 제작하며 세계사 공부를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우리가 세계사에 쉽게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제작진은 역사 전공자가 아니기에 방대한 세계사를 대하는 데 늘 어려움을 겪고 있죠. 어떤 날은 회의실에서 한 주제에 관해 18시간 이상 공부하며 팀원들과 길고 긴 토론을 하는데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부딪히곤 합니다. 전문가인 교수님들이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이 많은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까 하고요.
회의가 막힐 때마다 제작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 교수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세계사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역사를 다루는 많은 미디어와 양질의 정보를 담은 책을 접하는 등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사를 꼭 알고 싶다, 배우고 싶다’라고 마음먹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저희 방송을 먼저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사』를 읽는 독자분들께 “이 책을 이렇게 활용하면 좋겠다!” 하는 독서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벌거벗은 세계사>를 시청한 후 가족 간의 대화가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데요, 어린이 독자분들이 방송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부모님과 함께 주제와 인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해요. “나는 이 인물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이 사건은 이래서 일어난 거 같아!” 등 스스로 생각하며 답을 찾아보고, 자유로운 의견을 부모님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오 PD CJ ENM 소속 프로듀서. <렛츠고 시간탐험대>와 <문제적 남자> 등을 연출했고, 지금은 <벌거벗은 세계사>, <벌거벗은 한국사>를 연출하며 세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순간부터 처음 만나는 의외의 사실들까지 역사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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