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이 부각되는 시대. 브랜딩에 대한 오해는 퍼스널 브랜딩도 어렵게 만든다. 사람들은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마케팅 비슷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알쏭달쏭해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마케팅을 하면 된다. 이때 '나를 잘 파는' 행위는 필수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면 '나를 잘 파는' 행위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훌륭한 개인 브랜드는 장인 정신과 상인 정신의 비율을 스스로 조절하며 균형을 맞춘다. 중요한 건 SNS 팔로워 수를 높이는 법을 고민하기 이전에 팔로워들에게 내가 어떤 이미지로 자라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다. 나다움에 대한 고민을 브랜드다움으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요즘은 정말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인 것 같아요. 누구나 퍼스널 브랜딩을 말합니다. 자기 콘텐츠를 가진 사람은 당연하고, 직장인들도 너도나도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나다움을 찾아라, 나답게 일해라 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듣고요. 불과 한 2~3년 전만 해도 자기PR 같은 말은 있었어도 퍼스널 브랜딩이란 단어가 이렇게 많이 쓰이진 않았는데, 퍼스널 브랜딩이 대체 뭐길래 이 난리인 걸까요?
오늘은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읽어보면서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이 책은 작년 4월에 나온 책이에요. 사실 저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었고, 이 책을 쓴 김키미 님을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나오셨거든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왜 다시 이 책을 꺼내들었냐면요.
요즘 제가 자꾸 숫자에 매몰되는 느낌을 받아서 그래요. 요즘은 다 팔로워 수, 조회수 같은 걸로 평가하는 시대잖아요. 저는 제가 하는 일 자체도 저의 관심사로부터 시작해서 기획하고 제작해 플랫폼에 곧바로 노출되는 일을 하다 보니 일이 곧 내가 되어서 그 일의 조회수가 나를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그것 때문에 나의 콘텐츠가, 심지어 내가 저평가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기업들과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 때 구독자 수 혹은 조회수를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기도 하니까 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팬은 적지만 정말 콘텐츠의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에 정말 나만큼 진심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마음들이 숫자에 가려서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몰라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이 책을 쓴 김키미 님은 여러분이 잘 아실 카카오의 브런치 서비스를 브랜딩하는 브랜드 마케터입니다. 키미 님은 이 책을 실험 노트라고 이야기해요. 키미 님도 이 책을 쓴 시작이 불안감이었거든요. 남들보다 일찍 사회 생활을 시작해 여러 직장과 직업을 옮겨 다니다가 십여 년 차에 드디어 누구나 알 법한 회사의 브랜드 마케터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불안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나 봅니다. 이 소속에서 벗어났을 때에도, 혹은 또 다른 조직에 속하게 됐을 때에도 불안하고 싶지 않았고, 그 방법은 내 자신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에 그 실마리가 있는 것 같았죠.
그런데 브랜드 마케터에게도 브랜딩이라는 건 모호하고 어려웠어요. 그래서 키미 님은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스무 곳의 브랜드를 찾아 스터디하기 시작합니다. 아마존, 애플,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브랜드부터, 매거진 , 아무튼 시리즈, 뉴닉, 츠타야처럼 팬층이 두터운 브랜드들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면서, 그들의 전략에 ‘나'를 대입해보는 실험을 한 거죠.
우선 브랜딩에 대한 오해부터 풀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여러분은 브랜딩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브랜딩은 일단 마케팅과 혼용해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죠.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가 뭔지 아시나요? 키미 님은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마케팅은 타인에게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마케팅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브랜딩은 상대의 인식 속에서 생겨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브랜딩을 이야기하면서 팔로워 수를 논하는 건 이 두 가지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 부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라는 거예요. 많이 알려져야만 브랜드인 게 아니라는 거죠.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도 있잖아요. 다시 말하면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퍼스널 브랜딩이 아니란 거예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브랜딩이 아니라 마케팅을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알렸는가 보다,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는가. 이게 바로 브랜딩이고, 마케팅이나 광고, PR 같은 알리고 잘 파는 행위보다 상위 레벨로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라는 거죠.
내 안의 브랜드 정체성을 깨우고, 브랜드 자산을 키우고,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를 관계 속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통해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퍼스널 브랜딩 과정. 그 안에서 필요한 전략들은 잘하는 브랜드들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무슨 학자가 쓴 건 줄 알았어요. 그 구조와 디테일이 딱 들어맞고 명쾌해서 브랜딩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쏙쏙 이해가 되더라고요.
키미 님은 퍼스널 브랜딩 과정이란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전략을 파타고니아의 이야기에서 찾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아시죠? 저의 첫 등산 자켓도 파타고니아였는데요. 파타고니아의 브랜딩 메시지가 좀 특이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제품을 사지 말라고 말하는 브랜드예요. 꼭 필요한 제품인지를 고민해보기 전에 고쳐 입거나 물려주라고, 오래 입으라고 이야기하죠. 그 이유는 파타고니아를 창립한 이본 쉬나드의 정체성 때문이죠. 그는 원래 어려서부터 절벽을 타는 클라이머였고, 직접 클라이밍 장비를 만들어 쓰다가 그것이 사업이 되어서 ‘쉬나드 이큅먼트'라는 회사를 만듭니다.
베스트셀러 제품은 클라이밍할 때 바위의 갈라진 틈새에 박아 중간 확보물로 쓰는 피톤이었죠. 이 아이템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장비회사가 되는데, 돌연 피톤 생산을 중단시켜버립니다. 이 피톤을 쓰는 등반인들이 많아지면서 바위가 손상되고 자연이 훼손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잘 팔리는 제품을 단종시키는 결정을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고,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었죠. 그는 자신이 그런 결정을 한 이유가 ‘클라이머'라고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클라이머는 산과 자연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사라지니까요. 그런 정신이 파타고니아를 창업할 때도 이어졌고요.
퍼스널 브랜딩 이야기를 하다가 웬 아웃도어 이야기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키미 님은 여기서 정체성을 찾는 방법을 알아냅니다. 바로 ‘왜' 라는 질문이죠. ‘왜 그렇게까지 하냐’라는 말에서의 그 왜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나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생각에 그냥은 없다는 거죠. 내가 무언가 좋아하는 감정을 발견했다면 거기서 이유를 찾아보는 거예요. 찾은 답변에서 또 다시 이유를 생각해보는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다 보면 점점 선명한 언어로 자신의 정체성이 나온다는 거죠.
자신의 콘텐츠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꼭 퍼스널 브랜딩이 필요할까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이런 질문에 대해 키미 님은 이런 답을 해 줬어요.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과정은 단단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과정이 없으면 단단한 자아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이 변할 때마다 흔들리게 되지만, 내가 어디에 속해 있든 스스로를 알고 있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그 돈을 주는 주체가 어디든 내가 나를 고용했다는 마인드로 일할 수 있게 해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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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크리에이터)
밀레니얼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며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등을 썼다. 나다운 삶의 선택지를 탐구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