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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나는 그냥 21세기에 태어난 소리꾼이구나 (G. 소리꾼 이자람)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51회) 『오늘도 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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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항상 지금의 내가 최상의 상태”라고 말하는, 에세이 『오늘도 자람』을 출간하신 이자람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2.04.28)


나는 가능한 오래, 이 좋아하는 판소리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며 살고 싶다. 장르 특성상 많은 횟수를 하지는 못할 나의 판소리 공연들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많은 관객을 만났으면 한다. 오만한 마음이지만 진심으로, 이 해내기 만만치 않은 공연들에 빈 좌석을 볼 때면 아까운 마음이 든다. 나 되게 잘하는데. 잘하는 기술로 최선을 다해 깨끗하게 이야기를 들고 올라서는데. 이런 공연이 그리 흔치는 않을 텐데. 좀 오지. 와서 한번이라도 보지.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소리꾼 이자람의 에세이 『오늘도 자람』의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나 되게 잘하는데. 이 부분에서 저는 ‘작가 이자람’에게 완전히 반하고 말았는데요. 소리꾼 이자람은 공연이 있든 없든 매일 소리를 연습하고, 그런 중에 새로운 판소리를 만들고, 또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에도 출연하면서 거듭 변화를 꿈꿉니다. 동시에 소리꾼으로서의 사명감에 대해 생각하죠.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오늘도 자람』을 출간하신 이자람 님을 모시고, 판소리의 아름다움과 창작하는 일의 경이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이자람 편>

오은 : 웬만한 건 다 잘해서 ‘이잘함’이라고 불리기도 하시죠. 이번 기회에 책을 보니까 글도 참 잘 쓰신다, 생각하게 됐어요. 그동안 집필 제안이 많았을 것 같은데 지금, 책 출간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이자람 : 사실 한 번 동화와 비슷한, 제 이야기를 섞어서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계약금도 받았는데요. 그러다 출판사가 사라졌어요. 그래서 그때 쓴 동화를 이사할 때 버렸죠. 기록의 귀중함을 잘 몰라서 버린 거예요. 이후에 팬데믹으로 공연이 취소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카이빙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비단 글뿐 아니라 제가 하는 작업들을 모아보자 생각해서 소리 녹음을 시작하고, 앨범을 냈고요. 만약 누군가 글을 다시 제안한다면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다, 생각하고 ‘이득봉’이라는 필명을 지었습니다. 그 이름으로 연 블로그에 몰래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10년 전에 제게 책을 쓰자고 하셨던 편집자 님께서 그 블로그를 아시고 다시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쓰게 됐어요. 

오은 :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공연예술가, 전방위 창작자, 관객 눈치를 엄청 보지만 대범한 척 노래하는 소리꾼. 아빠가 부르는 노래를 옹알이로 따라하던, 그러니까 말보다 노래를 먼저 하던 이자람은 다섯 살 때 <내 이름(예솔아!)>라는 국민 히트곡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밖에서는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문틀 올라타기 도사에, 옆집 마당개와 누가 이기나 서로 으르렁대던, 인쇄 오류가 나서 비어버린 그림책의 공백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던 명랑하고 고집 센 어린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MBC <야, 일요일이다> 라는 어린이프로그램에서 첫 판소리 스승인 은희진 선생님을 만났다. 판소리는 ‘못생긴 노래’라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의 매력에 먼저 빠졌다. 선생님은 이자람을 놀란 토끼 같다고 말하곤 했다. 

고등학생이던 1999년, 판소리 <동초제 춘향가>를 완창하며 기네스에 기록된, 촉망 받는 국악인으로 성장하던 이자람의 내면에는 ‘나도 동시대인들처럼 비욘세와 미야자키 하야오에 열광하는데, 판소리의 매력 또한 나같은 동시대 인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자람은 이후 끊임없이 전통과 젠더, 학벌, 장르 등의 편견과 싸웠고,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것을 창작한다. 고등학교 때 언니를 따라 간 홍대 클럽 ‘태권브이’에서 밴드 라이브 공연을 본 뒤 대학에 가면 홍대에서 공연을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대학에서는 엄마가 '메아리과'를 다녔다고 했을 만큼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었고, 2003년부터는 ‘아마도이자람밴드’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인싸보다는 내성적인 집순이에 가까운 사람 이자람. 여름 휴가를 가서도 소리 연습을 하는 노력형 인간 이자람. 한 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편이고 정말 잘 못 참는 두 가지는 새벽 시간의 새우깡과 생라면이다. 요즘 푹 빠져 있는 것은 아스파라거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도 판소리를 선택하겠다고 말하는 이자람은 판소리가 ‘한’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판소리는 그에게 언제나 경외감과 두려움을 주는, 그래서 끝까지 알아보고 싶어지게 하는 애인 같은 존재다.” 

이자람 : 와, 영화 예고편 필름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오은 : 아빠가 부르는 노래를 옹알이로 따라했다는 부분을 소개할 때 웃으셨는데요. 기억은 안 나시겠지만, 어떤 노래들을 따라 했다고 하던가요? 

이자람 : 그 노래가 <내 이름(예솔아!)>였대요. 아버지가 곡을 직접 쓰던 분이셨는데요. 그때 김원석 시인의 「내이름 예솔아」라는 시가 한 신문사에 발표된 걸 보고 그것을 곡으로 만들어 부르고 있었던 거죠. 그때 제가 흥얼거리면서 돌아다녔대요. 그래서 시켜봤대요.

오은 : 밴드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나도 밴드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판소리를 하면서도 귀로는 종종 외국 음악들을 챙겨 듣던 시절이죠? 

이자람 : ‘너바나’ 들었어요. 

오은 : 그랬군요. 사실 내가 하는 음악과 하고 있는 음악과 반대편에 있는 느낌이었을 텐데요. 그 이질적인 느낌이 괜찮았던 모양이에요. 

이자람 : 선생님께 소리를 배우러 갈 때와 배우고 나올 때, 공기가 좀 다른 느낌과 동일한 이질감인데요. 대학 시절에 그러한 이질감 때문에 괴롭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는 선배가 “그게 너야”라고 해줬어요. 그래서 그때 접수했습니다. 내 삶의 꼴이 이렇구나, 하고요. 전통을 배우고 연마하는 과정에서는 약간 과거 어딘가를 헤매는 느낌이거든요. 하지만 나의 일상, 내가 즐기는 것들은 조선시대도 아니고, 대한민국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다 나구나, 나는 그냥 21세기에 태어난 소리꾼이구나, 하고 접수하게 됐습니다. 

오은 : 작가님이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은 책을 읽고도, 그리고 무대를 보고서도 당연히 못 느꼈거든요. 실제로는 내성적인 분인데 밖에 나올 때 가면 같은 걸 쓰고 나오는 걸까요?(웃음) 

이자람 : 저는 웬만하면 집에 있어요. 다들 저보고 그 많은 걸 어떻게 하냐고 묻는데요. 생각해 보면 저는 시간이 많아요. 집에만 있으니까요. 그 시간들을 나눠서 쓰는 거죠. 대신 노는 시간이 좀 적은 편이고요. 노는 것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삶입니다. 

오은 :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이 책 『오늘도 자람』이 어떤 책인지 작가님이 직접 육성으로 소개해 주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자람 :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국악이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그것으로 먹고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이러저러한 얘기입니다.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일하면서 만난 경험이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오은 : 매일같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하는 이유가 어쩌면 작가님의 완벽주의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완벽이라는 것은 평생을 노력해도 가 닿기 힘든 어떤 경지이기 때문에 매일 연습을 해서 거기에 조금씩 다가가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연습을 할 때 찾아오는 발견의 순간들이 있잖아요. 

이자람 : 어제도 있었어요. 곧 공연이 있는데요. 오랜만에 <춘향가>의 한 대목을 하거든요.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변학도와 춘향이가 처음 만나는 대목과 어사또와 춘향이 만나는 장면을 고르게 됐어요. 결국 춘향이 권력을 대하는 모습들이 나오는 대목이죠. 거기서 춘향이 이몽룡인지 모른 채로 노발대발 하면서 이런 나한테 또 수청 들라고 하느냐는 가사가 있는데요. “창녀에게 수절이라니 춘향은 창녀의 자식이나 창녀도 아니오고” 하면서 ‘창녀’라는 말이 계속 이어져요. 갑자기 이 대사가 너무 불편한 거예요. 이 말을 발화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렸을 땐 그냥 선생님이 하라니까 했거든요. 그런데 이건 아닌 것 같다, 이 단어는 없어져도 좋겠다, 싶더라고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기생’을 찾아봤어요. 기생은 권번에 적을 둔 기술직이거든요. 가진 재주에 따라 노래하는 기생이 있고, 춤을 추는 기생이 있고요. 그래서 가사를 바꿨어요. 어제부터 가사를 바꿔서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할게요. 청취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이자람 : 지금 떠오르는 거는 『빌러비드』예요. 두 권의 책이 싸웠는데요. 왠지 몰라도 지금 『빌러비드』가 이겼어요. 저는 세대를 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지금 내가 있는 데까지 정말 수백 년의 역사가 있잖아요. 지금 내가 만지는 무엇 하나도 사실은 몇 백 년을 지나서 온 인류의 무엇이겠죠. 작은 것에서 그걸 발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러한 재질의 소설을 좋아해요. 그래서 지금 계속 고민 중이에요. 나는 이런 이야기를 다루겠구나, 그럼 뭘 만나야 되지, 하고요. 쓰고 있는 논문이 끝나면 바로 그 이야기로 뛰어들 생각입니다. 



*이자람

주변 사람들은 이잘함이라고 부른다. 웬만한 건 다 잘해서 이름 앞에 포지션을 붙이기 어려운 사람이다. 공연예술가, 소리꾼, 뮤지션, 음악감독, 배우, 작창가, 작가 등으로 불리고 있다. 다섯살 때 <내 이름(예솔아!)>라는 국민 히트곡으로 이름을 알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이며 2007년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로 재창작한 공연 <사천가>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프랑스 국립민중극장,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저명한 극장들의 초청으로 전세계 순회공연을 했으며 2016년부터 국립창극단의 객원 음악감독, 작창가, 연출가로 활동했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리드보컬이자 작사·작곡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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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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