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서방견문록 : 뉴욕 편』의 저자 김재열은, 수십 년간 전 세계를 누빈 여행가로서, 또 그 여행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지식과 고민과 통찰의 콘텐츠를 전하는 강연자로서 맹활약해왔다. 문학, 역사, 철학에 여행의 여(旅)를 더하여 ‘여문사철(旅文史哲)’ 오감(五感) 인문여행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기업체에서부터 정부 및 지역의 여러 기관과 단체, 대학교, 방송 등 다양한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인문여행 강연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그의 인문기행 강연 콘서트를 마침내 글로 엮은 이 책은, 한정된 시간 내에 보여주고 들려줄 수 없었던 저자의 숱한 고민과 탐구, 통찰의 흔적들이 더욱 짙게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온 세상에 스며든 서양 문명의 본색을 찾고 그 발전의 역정을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시야를 더 넓히고 다른 관점의 생각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여정지로 저자가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세계 문명의 용광로’, ‘서양 문명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뉴욕’이다. 세계 최대도시인 만큼, 볼거리, 먹을거리, 배울거리, 느낄거리, 생각거리가 넘쳐나는 여문사철 인문기행의 출발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여행 스토리텔러’라는 저자분의 소개 문구가 낯섭니다. 설명 부탁 드립니다.
저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여행지의 지리, 역사, 문화 등을 탐구하는 여행 전문가입니다. 폭넓은 여행을 통하여 다양한 세상 문물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축적된 값진 세계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문사철(文史哲)에 여행의 여(旅)를 더하여 여문사철(旅文史哲)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유기적인 세계 여행 이야기 보따리를 꾸려서, 정보와 감상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 Entertainment) 강연 콘서트로 실현하며, 무지개 너머의 여행을 꿈꾸는 분들과 열정적으로 함께해왔습니다. 그러한 저 자신에게 ‘세계 여행 스토리텔러’라는 세상에서 유일한 직명을 부여했습니다. 제 정체를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앉아서 세계 속으로’의 오감 판타지를 선사해드리는 여행 이야기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책 제목이 ‘서방 견문록’인데, 이유가 있을까요?
1271년부터 1295년까지, 17세의 마르코 폴로가 상인인 아버지와 삼촌을 따라 베네치아를 출발하여 장장 24년을 모험한 동방 탐험의 여정은, 서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견문록으로 기록되어 미지의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인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200여년 후에 인류역사상 가장 걸출한 불세출의 모험가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야심 찬 신대륙 발견 의지에 불을 붙였고 결정적으로, 서양 주도의 대항해를 견인합니다. 결국 이 한 권의 기행문을 통하여 유럽은 물리적, 정신적 양면에서 서세동점의 역사를 거침없이 열어젖혔습니다. 이제 그로부터 700여년이 지난 지금쯤, 서양의 정반대편 극동의 대한민국에서 마르코 폴로보다 더욱 왕성한 호기심과 모험심을 품고, 전에 없던 새로운 시선으로 서양문명권을 지피지기로 돌아보기 위하여 유의미한 대장정의 여정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대비의 의미를 제목에 담았습니다.
책의 장르를 딱 한정하기 어려운데요, 여행서 같기도 하고, 역사서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판타지 소설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장르융합형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요?
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즐기는 일은, 전형적이고 견고한 기존 장르의 벽을 허무는 일입니다. 이유는 바로 제가 여행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맞닥뜨리는 현상들은 생각보다 복합적입니다. 풍경, 지리, 역사, 문화, 예술, 풍습, 음식 등 매우 다양한 현지의 입체적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우리에게 체감되고 체득됩니다. 그것은 살아 숨쉬는 현실이고 현상입니다, 그래서 여행을 ‘산경험’이라 부릅니다. 이 생생함을 위하여 예술의 감성, 영화의 감동, 판타지의 상상, 지혜의 통찰, 말초신경의 유희, 추억의 노스텔지어, 그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발굴해서 학습하고 버무려서 차별 없이 불러들이는 것이 바로 제 이야기의 본질입니다.
첫 여정지로 ‘뉴욕’을 선택하셨는데, 왜 ‘뉴욕’을 서방견문의 시작점으로 고르셨나요?
뉴욕은 미국보다 더 미국다운 도시이자 ‘세계 문명의 용광로’라고 일컬어지는 ‘서양 문명의 종착지’입니다. 세상을 역동시키는 현대 산업자본주의 문명의 살아있는 전시장이자, 수백 여 개의 언어를 가진 거의 전 세계의 인종들이 한데 어우러져 모여 살며, 그들의 다양한 문화가 마법처럼 공존하는, 세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인류문화의 초고밀도 축소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은 서방견문록의 첫 여정지로 너무도 매력적인 곳입니다.
책에는 ‘아랑곳’이라는 가상의 캐릭터가 여정의 주인공인데요, ‘아랑곳’의 의미와 가상의 캐릭터를 설정하신 이유를 좀 말씀해주세요.
『김재열의 서방견문록 : 뉴욕 편』의 여정을 이끄는 주인공은, 제가 문학적으로 탄생시킨 캐릭터 ‘아랑곳’입니다. 아랑곳은 우리 문화에서 주로 ‘아랑곳하지 않는다’의 부정적 표현에 쓰이는 말이지만, 저는 이 문제의 단어를, 세상 모든 일에 각별한 애정과 특별한 관심을 가진 긍정적이자 적극적인 역설의 인격체로 부활시켰습니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뿐 아니라 공감 능력과 모험심, 실용적 세계관, 탐구주유의 본능을 가진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하여, 작가인 저는 한민족의 내면에 오랫동안 뿌리 깊이 잠재되어 있다고 확신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다정다감한 혼을 일깨우고 싶었습니다.
책의 맨 끝에 아랑곳이 대서양을 건너는데요, 다음 여정지는 어디인지 살짝 귀띔해주시죠.
미국을 잉태한 영국의 수도 ‘런던’ 여정입니다.
작가님께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여행은 흥미롭게도 소비적이자 생산적이고, 오락적이지만 교훈적인 역설의 명수입니다. 아울러 유희의 완결이며, 교양의 보고이자, 웰빙의 총아이며, 인생의 기쁨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여행은 설렘, 즐거움, 놀라움, 깨달음, 돌아봄, 자아발견과 같은 건강한 유희이자 짜릿한 통찰입니다.
*김재열 (세계여행 스토리텔러) 불현듯 깨달았다. 인생이라는 고정자산에서 가장 값비싼 감가상각의 계정은 수명이라는 한정된 시간이었다. 분주한 삶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심드렁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고, 이 각축의 불공평한 균형을 이기적으로 기울이기 위한 공격적 선택은 꾸준한 점진보다는 돌연한 전격이었다. 결국 이국(異國)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과 세상사를 향한 들끓는 궁금증을 가득 품은 채, 온 세계를 마음껏 돌아볼 수 있는 전문적 여행가가 되었다. 안정된 경제권과 익숙한 생활권 밖으로의 돌발적인 궤도 변경은 적응과 안착에의 응당한 대가를 가차 없이 요구했지만, 무모한 여행자를 너그럽게 받아들인 넓은 세계는 감사하게도 시간의 숙성에 상응하는 달콤한 열매를 풍성하게 선사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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