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첫 학기 한 달로, 학급경영의 ‘골든타임’이라고도 불린다. 이 시기의 학급 세우기는 1년 학급살이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급에서는 어색하고 형식적인 자기소개, 실무처리하듯 진행되는 학급 규칙과 역할 배분 등으로 부산하게 보내기 일쑤이다.
‘진솔하면서도 부담 없이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학급을 운영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교사들이 그 해답을 그림책에서 찾았다. 학생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마음을 열고 존중과 배려, 협동을 배워 나갔다.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와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사는 학생’이 공존하는 건강하고 평화로운 학급!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학급경영』 에서 실천 사례들을 소개한다.
출간하자마자 예스24 교육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연일 오르는 등 그림책 학급경영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처럼 학급경영을 하는 데 그림책을 활용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림책으로 하는 학급경영은 기존의 학급경영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책에서도 이야기 한 바 있지만 학급경영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참 쉽지 않아요. 교실은 매일매일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바람과 욕구가 충돌하고 갈등하는 현실적 공간이거든요. 결국 교사는 필연적으로 ‘어떻게 하면 갈등을 줄이고, 학급 공동체를 올바르게 세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제가 만난 해결책은 바로 ‘그림책’이었어요. 교사와 아이들 모두 재밌게 읽으면서도 깊이 생각하고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학급을 위해 전달하고 싶은 가치 덕목들을 그림책을 통해 나누다 보니 아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오래 기억하고 깊이 마음에 새기곤 했어요.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학급의 상태를 점검해 나가는 힘을 기르게 됐죠.
그림책 학급경영이 단순히 그림책 독서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우선 그림책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제1원칙은 ‘재밌는 그림책’을 선정하는 거예요. 교훈적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이 가진 이야기의 힘, 그 자체를 믿는 거죠. 이야기 자체에 푹 빠져서 두런두런 대화하다 보면 서로의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며 나도 모르게 진정한 배움을 경험하게 되거든요.
또 하나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기회를 많이 주는 거예요. 전 그림책을 읽으면서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나요?’, ‘여러분들은 주인공과 같은 경험이 있나요?’와 같이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들을 많이 던져요. 생각을 자극하는 거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며 아이들은 앎과 삶을 연결시켜 나가요. 그림책이 단순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걸 깨닫는 순간, 아이들은 더 많이 참여하고 더 많이 성장하더라고요.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학급경영을 위해 원하는 주제의 그림책을 찾는 좋은 방법이 있나요?
뻔한 이야기 같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그림책을 많이 읽고 접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좋은 그림책들은 무궁무진해요. 그 안에서 내게 맞는, 그리고 우리 학급에 필요한 그림책을 찾으려면 무조건 많이 읽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고 난 뒤에 주제별로 그림책 리스트를 정리해 놔요.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도록요.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학급경영』 책에서는 월별 그림책을 추천 드렸는데 그렇게 정리하시는 것도 좋고요.
그림책을 처음 접하셔서 너무 막연한 기분이 드신다면 그림책 웹사이트들을 방문해 보세요. 주제어로 그림책을 검색할 수 있는 ‘그림책 박물관’, 다양한 그림책들을 심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온빛’, 여러 가지 독서활동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아침독서’ 등 좋은 웹사이트가 참 많아요. 이런 곳들을 통해 차근차근 그림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내 것으로 소화해 나가시면 좋겠어요.
독서 활동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특히 흥미를 느끼고 집중하는 주제나 활동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그림책으로 수업을 할 때, 화려한 독서 활동을 계획하지는 않아요. 큰 틀에서 보면 그림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들로 수업을 구성하는 편이에요. 다만 아이들의 집중도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중간 그림책 놀이를 집어넣기도 하고, 미술 활동과 연계하기도 합니다. 보드게임을 활용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나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거예요. 이것만큼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집중력 있게 참여하는 활동도 없죠. 이미지 카드나 감정 카드, 육각 헥사보드 등을 활용하면 아이들의 생각을 더 풍성하게 이끌어 낼 수 있어요.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학급경영』을 보시면 이런 장면들을 아주 많이 살펴볼 수 있으실 거예요.
그림책 학급경영의 최종 목표가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와 ‘스스로 서고, 더불어 사는 학생’이 건강한 상태로 공존하는 데 있다고 하셨는데요. 운영하면서 어려우셨던 점이나 고민되셨던 부분이 있으셨다면요?
교사로서 가장 고민되었던 지점은 언제 친절해야 하고, 언제 단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분이 명확치 않았던 거였어요. 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내다 보면 단호함을 잃어버리기 쉽고, 그렇다고 단호한 모습을 강조하다 보면 인간미가 부족해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사실 이 부분은 교직생활을 하는 내내 고민할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스스로 정한 원칙에 따라 행동해요. 평소에는 따뜻하고 친절한 태도를 견지하는 동시에 우리가 함께 정한 학급약속을 어기거나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게 대응합니다. 이렇게 원칙을 세워 행동을 하니 친절함과 단호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교사의 일관된 행동이 학급에 안정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은 물론이고요.
학급경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우선시 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속 가능한 학급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핵심은 누가 무래도 ‘꾸준함’이에요. 시간이 지나다 보면 누구나 나태해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림책 수업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좋은 그림책들을 많이 읽어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과 진도 때문에, 학교 행사 때문에, 바쁘고 힘들어서, 그림책을 활용하는 빈도가 떨어지게 돼요. 그러다보면 그림책을 통해 구축해 놓은 여러 가지 학급운영시스템 또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꾸준하게 읽고, 꾸준하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또 하나는 ‘장기적인 안목’이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그림책을 읽고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자고 약속했는데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어요. 저도 처음엔 이런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림책 한 권 읽었다고 아이들의 행동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였거든요.
대신 그런 친구들에게는 조용히 다시 물어요. ‘오늘 우리가 읽은 그림책을 통해서 배운 것이 뭐죠?’라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스스로 행동을 교정할 시간도 주고요. 그림책 학급경영은 1년 내내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예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말이 ‘시나브로’인데, 아이들의 삶 속에 학급운영시스템이 시나브로 스며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책을 통해 가장 뚜렷하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요?
그림책 학급경영을 혼자 하라고 했다면 저는 막연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힘들고 흔들릴 때마다 저를 잡아주고 북돋아 준 건 이 책을 함께 쓴 ‘수업친구 더불어숲’ 동료 선생님들이었어요. 그들과 함께 했기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며 실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학급경영』 역시 선생님들에게 ‘든든한 동료’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썼어요. 막연한 학급경영에 지칠 때마다 응원 가득 불어 넣어주는 그런 책이요. 그러니 이 책을 읽으실 많은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거 하나예요.
“선생님, 우리 함께 고민해요!”
*수업친구 더불어숲 충북에서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 29명이 함께 만들어 가는 수업연구모임입니다.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선생님들의 공통분모는 오직 수업과 학급 운영에 대한 열정입니다. 그래서 모임의 이름도 서로 다른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자는 의미를 담아 ‘수업친구 더불어숲’으로 지었습니다. 개성과 관심이 다른 우리 모임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나눔입니다. 교육을 위해 애쓰는 많은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업친구 더불어숲’은 꾸준히 연구하고 실천하며, 기록해 나갈 것입니다. ▶ 집필진 : 김성규(충주중앙탑초등학교), 강수정(문의초등학교), 김기연(충주삼원초등학교), 김나연(청주증안초등학교), 김예지(대전가장초등학교), 박웅용(갈원초등학교), 박은정(청주증안초등학교), 양지윤(청주내곡초등학교), 정지은(청주내곡초등학교), 정혜영(개신초등학교), 최지현(청주내곡초등학교), 한미성(충북단재교육연수원) ▶ 인스타그램 : @theforest2020 ▶ 블로그 : blog.naver.com/theforest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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