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모두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저자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소득이나 인종과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 가장 흔하고 심각한 질병 위험 요인이라고 말을 합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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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의 선택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이재인 저 | 안전가옥



주인공 ‘백은조’가 5년여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고향 여수에 돌아온 은조는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한결같은 도시다”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이 살던 동네를 가봤더니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이 동네에 대학교가 있었는데 이 캠퍼스가 망하면서 상권이 다 죽은 거예요. 그런 동네로 돌아오게 된 까닭은, 이곳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30년 정도 세탁소를 운영하셨기 때문인데요. 두 분이 돌연 은퇴를 선언하셨고 1년 넘게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은조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패션디자인학과를 다니고 있었는데 학교가 부실대학으로 선정돼서 폐교됐어요. 편입에도 취업에도 실패했고, 그러던 와중에 부모님이 그런 결정을 내리신 거예요. 은조는 졸지에 세탁소를 물려받아서 운영하게 됩니다. 

대망의 첫 번째 영업일이 되었는데 마수걸이가 아주 좋지 않았어요. 세탁이 다 된 세탁물을 배달하러 가는데 접촉 사고가 납니다. 그래서 다시 세탁을 해야 되는 상황이고, 심지어 접촉 사고 난 상대는 경찰이에요. ‘이정도’라는 경찰입니다. 이날의 만남으로 은조는 이정도와 인연이 생기게 돼요. 은조가 마을에서 크고 작은 일에 대해서 신고를 하면 계속 이정도 형사한테 배당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몇 차례 만나면서 둘이 같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은조가 세탁물을 정리하다가 한 원피스에서 작은 쪽지를 발견하게 돼요. 빨간색 글씨로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영화 <엑시트>에 나와서 유명해진 모스부호죠.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인데, 은조는 이게 왜 옷 속에 들어있는 건지 찜찜합니다. 그래서 이 옷을 맡긴 사람을 떠올려 봐요. 근데 옷을 맡긴 사람은 옷의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이즈도 맞지 않고, 옷을 맡긴 사람은 거의 매일 트레이닝복을 입거든요. 은조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옷에 관심이 많고 세탁소에서의 경력이 있으니까 가늠해 보는데, 이 원피스는 한 벌에 3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옷이에요. 그리고 트레이닝복을 주로 입는 사람이 입을 만한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계속 쪽지가 거슬립니다. 

은조는 ‘이게 진짜 구조 요청일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면서도 ‘구조 요청이면 안 되지, 어떤 방식이든 젊은 여성이 뭔가 신호를 보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과거의 한 기억을 떠올리고 굉장히 힘들어해요. 뒤이어 자신의 사촌 언니인 ‘백은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은수 언니는 자신보다 열 살 정도가 많았고, 두 사람은 사촌들 중에서도 유난히 가깝게 지냈습니다. 은수를 떠올리니까 은조는 쪽지를 간과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옷을 맡긴 사람이 남긴 주소로 찾아갑니다. 세탁물 배달을 핑계로. 



한자(황정은)의 선택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네이딘 버크 해리스 저 / 정지인 역 | 심심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다소 긴 부제가 붙어 있는데요. 표지에 인용된 본문의 문구를 잠깐 읽어볼게요. “18세 이전에 반복적이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에 걸릴 가능성은 2배, 심장질환이 생길 가능성은 2.2배,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3.9배, 뇌졸중을 겪을 가능성은 2.4배, 자가면역질환으로 입원할 확률은 2배 높으며, 기대수명은 20년 짧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을까? 이를 바로잡을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내용이 책에 인용돼 있습니다. 

네이딘 버크 해리스는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라는 미국에 있는 가난한 동네의 아동 건강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요. 거기에서 만난 어린이 환자 중 ‘디에고’라는 이름의 아동의 사례로 이 책을 시작합니다. 디에고는 ADHD를 앓고 있고 성장 부진, 천식, 습진, 다양한 질병 때문에 엄마와 함께 병원을 방문한 일곱 살 어린이인데 영양 상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요. 그리고 호르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성장을 멈춘 것처럼 체구가 아주 작았다고 합니다. 네이딘이 보기에 일곱 살인데 네 살의 체구를 하고 있었다고 해요. 실제로 뼈 나이를 쟀더니 네 살이었다고 합니다. 네이든이 아이를 진료실 밖으로 내보내고 디에고의 어머니하고 면담하는 과정에서 디에고가 네 살 때 성적 학대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사례를 첫 번째 예로 들면서 네이딘은 자기가 만나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의학 그리고 사회 공동체가 뭔가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 핵심을 놓치고 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디에고의 경우처럼 네이딘하고 그의 동료들이 성장 과정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아동을 만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실을 발견하는데요. 그게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내용이고,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겪는 역경 그중에서도 아동기의 불행으로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아동기의 한 순간이 아니라 사람의 평생에 걸쳐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프롤로그가 이렇게 시작이 됩니다. “모두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아동기에 겪는 역경이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데, 흔히들 그 영향을 심리적인 장애 생각을 하기가 쉽잖아요. 그런데 네이딘하고 그의 동료들이 이십여 년에 걸쳐서 발견해 낸 사실에 따르면 아동기 그 특정한 시기에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생물학적 영역, 몸 자체의 성장에도 대단히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아동기의 불행이 말 그대로 몸에 새겨진다’라고 저자가 소개를 해요. 아동기에 겪은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호르몬, 면역계, 신경세포의 연결, 심지어 DNA 차원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이게 또 세대 간에도 유전이 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리고 성인기에 심장병, 암 같은 치명적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네이딘 버크 해리스와 그의 동료들이 현재 웰니스 센터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는 양육자가 아이를 데리고 방문하면 ACE 지수라는 것을 선별 검사한다고 해요. ACE는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의 약자이고 ‘부정적 아동기 경험 지수’라고 번역을 하셨어요. 네/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로 이루어진 설문 조사이고, 네이딘이 발명해낸 건 아니고 1990년대에 이미 있었던 설문이더라고요. 열 가지 범주를 묻는 열개의 질문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18세가 되기 전에 열 가지 범죄 중에서 어떤 것을 경험했는지 묻고 각 환자가 아동기에 그런 경험에 노출된 정도를 판단합니다. 지수가 높을수록 건강에 대한 위험이 크다는 의미인데요. 저자는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은 소득이나 인종과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 가장 흔하고 심각한 질병 위험 요인이라고 말을 합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서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말을 하는 거죠. 



단호박의 선택

『일상 감각 연구소』

찰스 스펜스 저 / 우아영 역 | 어크로스



원제는 ‘Sensehacking’입니다. 감각을 조금 다르게 조작한다는 뜻이 되겠죠. 책의 지은이는 찰스 스펜스고요. 실험 심리학자라고 합니다. 주로 뇌가 어떻게 감각 정보를 인지하고 해석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하고요. 유니레버, 펩시, 네슬레 같은 거대 식품업계에서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왜 맛있을까』가 있고요. 이그노벨 영양학상을 받았어요. 

결국 저자가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했는데요. 첫 번째는 감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청각이 바뀌면 시각을 다르게 인지하거나 아니면 시각이 바뀌면 미각이 바뀌는 식으로 감각들이 다 연결이 되어 있다는 거죠. 두 번째로는 요즘 시대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다들 감각의 피로함을 호소하는 시대잖아요. 나한테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고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감각한다고 피로함을 호소하는데, 마케팅과 회사들이 우리한테 주는 정보는 주로 청각 아니면 시각이거든요. 근데 저자가 생각했을 때 문제는 감각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감각 사이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아서라는 거예요. 청각이나 시각보다 다른 감각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 보시면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센스해킹을 할 수 있는지 간단한 방법이 나와 있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게요. 수건에 좋은 냄새를 뿌리면 수건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대요. 그리고 잠을 자고 싶은데 귀마개가 하나뿐이면 오른쪽에 껴야 합니다. 왜냐하면 뇌가 잠들 때 처음에 우뇌가 잠들고 좌뇌가 경계를 선대요. 좌뇌가 경계를 서는 걸 최소화시켜야 사람들이 자주 깨지 않는데, 그러려면 좌뇌랑 연결되어 있는 오른쪽 귀를 막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마케터들이 어떻게 우리 감각을 해킹하고 있는지 예들이 많이 나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운전인데요. 운전이야말로 마케터들이 하는 센스해킹의 집합체래요. 자동차 엔진 소리는 사실 마케팅 연구 부서에서 만들어낸 소리예요. 차 문이 닫히는 소리도 사실은 개발된 소리입니다. 손에 든 자동차 키의 무게도 마케터들이 일일이 재고 결정한 겁니다. 신차 냄새도 개발한 거예요. 신차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게 꽃 향기나 향수 냄새처럼 좋은 냄새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긍정적인 자극이 돌아오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우리가 음식과 관련된 냄새를 맡게 되면 ‘곧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될 거야’라는 감각 기대가 있는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신차 냄새를 맡는 순간 우리한테는 ‘새로운 차가 나에게 올 거야’라는 기대가 있다는 거예요. 

청각 해킹의 예시도 나오는데, 마트에서 와인을 팔면서 독일 노래랑 프랑스 노래를 번갈아서 틀었더니 독일 노래가 나오면 독일 와인이 잘 팔리고 프랑스 노래가 나오면 프랑스 와인이 잘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으면 사람들이 와인이나 외식에 더 돈을 쓰는 경향이 있대요. 뭔가 청각과 다른 감각을 연결시키려는 무의식적 시도인 거겠죠. 

근데 (센스해킹이)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마케터들이 아무리 연구하고 과학자들한테 연구를 맡겨도, 다른 감각들이 너무 많고 감각이 복잡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원하는 곳으로 이끌기는 너무 어렵다는 거죠. 결론적으로는 인간의 감각이 너무 복잡하고 다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는 거예요. 그 말인 즉슨 우리는 아직 우리 감각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고요. 감각에 대해서 관심이 있거나 마케터들이 어떻게 센스해킹을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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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