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움트고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봄. 한 아이를 따라가며 연둣빛 새싹, 따뜻한 봄바람, 알록달록 화사한 꽃들과 눈부신 봄 햇살을 만난다. 봄은 누구에게나 설렘을 선사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건 봄만이 아니다. 봄꽃이 흩날리는 길을 따라 걷던 길은 병원으로 이어진다. 병원에는 왜 간 걸까? 두근두근 콩닥콩닥 아이의 꼭 쥔 손에는 편지가 들려 있고, 병실 문을 열자 아이의 온 세상인 엄마! 그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동생을 만난다. 『왔어요 왔어요!』는 이런 행복한 기다림과 두근거림을 한 장면, 한 장면 따뜻하고 아름답게 담은 그림책이다.
최근 여러 출판사들과 창작 그림책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계십니다.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림책 작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동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을 땐 출판사가 보내주는 원고나 글 작가의 원고를 받아 저의 그림을 그려 넣는 학습지나 전집 작업을 많이 했어요. 그림책 작업은 제가 직접 쓴 글에 저의 그림으로 나만의 색이 담긴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죠. 싱어송라이터나 영화감독처럼 플롯과 미장센을 나의 기획과 구성으로 맘껏 표현하고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입니다.
그림책 『왔어요 왔어요!』를 처음 구상하고, 책으로 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평소 가족, 사랑, 탄생, 성장, 영향력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제가 살면서 인생 공부를 가장 많이 체험하고 깨달았던 시기가 결혼과 출산, 육아의 시기였어요. 새로운 가족과 만남, 탄생, 그리고 희생과 사랑, 믿음, 순환 등등 놀랍고 경이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죠. 모든 삶의 본질이 가정과 가족 안에서 시작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안에서도 힘들고 어렵고 아픈 시간들을 견뎌 내야 할 때도 있지만 가족 구성원들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들을 같이, 함께, 서로 잘 견디기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구성원이 가족이고, 그 시간들이 쌓여 살아 내야 할 삶의 든든한 버팀목, 디딤돌이 되는 거죠. 그중에서도 가족의 ‘탄생’을 이야기로 다뤄 보고 싶었습니다.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듬뿍 받던 아이가 동생을 만나는 일은 굉장한 ‘사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독자들에게 진부한 소재일 수도 있는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스토리 구성을 하셨는지요?
동생이 생기는 흔한 가족 이야기가 나에게 직접 일어날 땐 흔치 않은 굉장한 사건으로 바뀌지요. 실제 동생이 생기면 상실감과 두려움, 불안감과 좌절을 겪는 아이도 많고 그래서 그 주제를 다룬 그림책도 많이 있습니다. 제 그림책 표지를 보고 봄이 오는 이야기인가 하며 그림책을 펼쳐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왔어요 왔어요!』는 봄소식과 함께 동생의 탄생을 기다리는 한 아이의 이야기지요. 봄을 메타포로, 동생이 생긴다는 건 오히려 봄처럼 설렘과 기다림, 따스함, 영원한 내 편이 생기는 이야기로 흔하지 않은 반전 스토리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동생을 맞이하는 아이와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업할 때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어떤 관점에서 전달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은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가족 구성원을 모두 긴장시키고 성장시키죠. 이 이야기는 저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둘째를 임신하고 큰아이와 교감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기다림을 아이의 입장에서 전달하고 싶었지요. 물론 동생이 세상에 나와 함께 자라면서는 외적 시련과 갈등이 당연하게, 종종 생깁니다. 그전까지 엄마의 부풀어 오르는 배를 부여잡고 동생을 손꼽아 기다리고 배 속의 동생과 날마다 이야기를 하고 이젠 혼자가 아니라는 신남과 동생의 배 속 사진을 함께 보며 동생을 기다리는 그 순수하고 미묘한 마음에 중점을 두고 봄을 따라가듯 전개하였습니다. 또 동생이 생긴다는 건 세상에서 제일 든든하고 서로에게 굉장한 축복인 친구가 생기는 일이고 행복임을 부모의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출간작 중 판화 기법으로 작업하신 작품들을 보면 거칠게 느껴지는 선과 면이 매력적입니다. 동시에 따뜻함을 잃지 않는 색감이나 인물도 사랑스럽고요. 판화 작업에 빠져든 계기가 있으신가요? 작업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왔어요 왔어요!』 스케치를 거의 마칠 때쯤 우연히 그림책상상그림책학교에서 판화 특강 수업에 참여했고 초등학교 때 미술 수업을 떠올리며 신나게 작업했죠. 리놀륨에 잉크를 묻혀 종이에 찍히는 아날로그적 텍스처나 우연의 느낌들이 이번 작업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왔어요 왔어요!』의 경쾌하고 밝은 느낌, 캐릭터와 배경 연출에 자연스러운 질감과 지루하지 않은 표현 등에 탁월한 매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리놀륨 판화를 선택했습니다.
그림책에서 아이, 반려견, 아빠 등 우리의 삶과 과정에서 만나는,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독자들과 그림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으신가요?
돌아보면 그동안 제가 쓰고 그린 그림책들은 모두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따뜻하게 남아 있는 작고 소박하고 아름다운 어릴 적 추억들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 저에게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을 주고 적극적인 용기를 주고 있죠. 삶을 지탱하는 힘 있는 기억들입니다. 저는 이 감동을 지금의 세대, 다음 세대와 계속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왔어요 왔어요!』가 21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다음 작품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구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세종도서에 선정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칭찬받은 거 같아 그림책 작가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작업도 가족과 탄생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 중에 있고 아기 그림책도 열심히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그림책으로 또 만나 뵙겠습니다.
*윤순정 인천에서 태어나고,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아동미술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작가공동체 HILLS와 그림책상상 그림책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봄을 기다리듯 설레며 동생을 맞이하는 사랑 가득한 형제, 자매 들을 생각하며 『왔어요 왔어요!』를 만들었습니다. 서로에게 세상에서 제일 든든하고 서로에게 영원한 내 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림책 작업하는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위로가 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쓰고 그린 책에는 『눈 오는 날, 토끼를 만났어요』가 있으며, 그린 책으로는 『쿠엔의 꿈』, 『꽃가방 베이비 시리즈』, 『효녀 심청』, 『식구가 늘었어요』, 『홈런』, 『왜 몰랐을까?』, 『이모티콘 할머니』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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