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의 특별한 의뢰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소미는 같은 학원에 다니는 호준이라는 아이에게 놀림을 받는 것이 너무나 싫다. 특히 호준이는 여럿이 있을 때 소미에게 심한 욕을 하면서 놀리곤 하는데, 그 일이 너무나 속상했던 소미는 좀 쎄보이고 태권도도 잘 하는 유나에게 창의적인 욕을 배워서 되값아 줄 계획이다.
어린이들이 대부분이 욕을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학교나 학원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욕을 습득한다. "욕"이라는 신선한 소재의 동화를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욕 좀 했던 기억을 떠올려봤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필름처럼 남아 있지만, 분명히 욕을 하긴 했다. 워낙 말수가 적어서 그랬는지 유창하게 구사하기는 힘들었으나, 나는 분명 욕을 했다. 왜 욕을 했는가? 욕을 하면 좀 쎄 보여서? 친구들이 쓰는 말을 무심결에 따라 했었나? 아무튼 어른들은 모두 욕을 하지 말라고 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욕을 했다.
『욕 좀 하는 이유나』의 상황도 비슷하다. 욕을 습관처럼 내뱉는 아이들이 있고, 거친 말 때문에 상처 받는 아이들이 있다. 어른들은 좋지 않은 말을 사용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바른 말을 쓰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욕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또래 아이들이 사용하니까 따라 하면서 욕을 배우기도 한다. 책에서는 한국 욕과 영국 욕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호준이가 나오는데, 영국에서 살다 온 호준이가 왜 욕을 하게 되었는지를 밝히는 대목에 아이들의 고충이 함축되어 있다.
"(한국에 와서) 학교도 마음에 안 들고, 애들도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놀리고 ... 그런데 내가 영어로 욕하니까 애들이 좋아하더라고. 그러면서 막 따라하는데... 쿨하고 멋있다고 그러는 거야."
작가는 왜 아이들이 욕을 하게 되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무조건 욕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는 아이들의 마음과 상황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어찌 됐든 유나와 소미, 그리고 호준이는 "욕"을 하면서 갈등을 겪기도 하고, 꼬인 관계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정이 싹트고 자란다. 단순히 욕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추동하는 우정의 관계. 소중한 사람을 위해 더 곱고, 아름답게 지내려고 마음 쓰는 것을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유쾌한 이야기로 일깨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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