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쥐와 인간의 분쟁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닐스 바이러스』는 극한의 환경 조건을 극복해가는 인간의 생존력에 감탄하고서 첫 구상을 하게 되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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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바이러스』는 제28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우수상 수상작으로, 신인 작가 한여름의 작품이다. 먼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은 ‘닐스’라는 난쟁이가 되어 버렸고, 지구를 지배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돌연변이인 ‘빅쥐’라는 존재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뒤집어 놓은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한계에 다다른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



『닐스 바이러스』가 작가님의 데뷔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 제가 쓴 글이 책과 어린이신문에 실린 적이 있었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코믹 자작시를 낭송하는 등 문학소녀로서의 추억이 많아요. 하지만 그 후에는 문학을 가까이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보니 문득 고민이 되었어요. ‘아이들이 엄마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까? 딸 아이가 가족을 위해 헌신만 하는 엄마를 보고 건강한 여성상을 가질 수 있을까? 꿈을 포기한 엄마가 아이들에게 큰 꿈을 갖고 노력하라고 잔소리를 할 수 있나?’하고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잔소리 대신에 잃어버린 꿈을 찾아 실현해 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요.

작품을 구상하게 된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을까요?

수년 전에 폴란드에 있는 소금 광산을 방문했어요. 예전 사람들이 땅속으로 수백 미터 파고 들어가 만든 광산인데, 그 깊은 곳에 수많은 방과 예배당 그리고 조각상과 예술 작품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말이 끄는 디딜방아였죠. 그곳에서는 16세기부터 말을 이용해 소금을 채굴하고 운반했다고 해요. 덩치가 큰 말을 땅속으로 어떻게 데리고 왔을까 궁금했는데, 안내인이 망아지를 들여와 광산 안에서 키운다고 설명해주었어요. 죽을 때까지 바깥세상을 보지 못하고 땅 밑 세상에서 살아갔던 말, 그리고 땅속 세상을 개척했던 사람들. 아이러니하게도 『닐스 바이러스』는 극한의 환경 조건을 극복해가는 인간의 생존력에 감탄하고서 첫 구상을 하게 되었어요. 

제목의 ‘닐스’를 보면 라겔뢰프의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 떠오르는데요, 이를 염두에 두고 제목을 지으셨나요? 이 작품이 작가님에게 특별한 영향을 준 것인지 궁금합니다.

『닐스 바이러스』는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작정하고 뒤집은 작품이에요. 예전에 누군가 멋진 경구로 인간만이 생각하는 존재라고 선언한 이래, 인간중심주의 사상을 멋지게 집약한 문장이 또 있다면 바로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멋있는 이 경구와 원칙 이면에는 철저하게 인간 이외의 존재를 함부로 다루어도 상관없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인간중심주의 사상이 인간의 문명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이제 인간은 지구의 다른 존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벼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오만무도하다가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갈지도 모르니까요. 제 작품을 어느 정도 쓰고 보니 의도하는 바가 『닐스의 신기한 모험』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제목을 『닐스 바이러스』로 변경했어요. 

작품의 유쾌한 그림과 달리 전하는 메시지는 상당히 묵직합니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스토리를 풀어내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어떻게 작업하셨는지요?

묵직한 메시지와 복잡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신인류의 명칭을 아이들에게 친근한 이름인 ‘닐스’로 바꾸었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유쾌하게 끌어 올려주기 위해 귀엽고 장난스러운 디디를 캐스팅했어요. 또 지루하지 않도록 모험 서사의 형식을 취했고요. 

최근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닐스 바이러스』 역시 동물권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권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반려동물을 키우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꼬마였을 때 ‘메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병아리를 키웠어요. 어쩐지 그 병아리를 보면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메텔의 얼굴이 떠올라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메텔처럼 정말 아름답고 똑똑했거든요. 족제비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을 정도로 용감했고요. 제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메텔은 멀리서도 저를 알아보고는 삐악삐악하며 제게로 달려오고는 했어요. 분명 메텔은 생각할 줄도 알았고 사람의 얼굴도 분별할 줄 알았어요. 저와 감정도 나누었고요. 메텔은 인간처럼 하나의 귀한 존재였어요. 이것은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예요. 동물권과 생명권은 인간과 동물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예요. 인간도 동물인데 왜 우리는 자꾸 깜박하는 걸까요?


 


현재 전세계적인 기후 위기로 지구 곳곳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초래한 결과이기도 한데요. 닐스와 빅쥐 사이의 평화란 무엇이어야 할까요? 

지구가 동식물들이 죽어가는 환경으로 바뀐다면 인간 역시도 지구에 홀로 생존하기는 어려워요. 인간 자신이 지구에서 잘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구의 환경을 지켜야 해요. 닐스와 빅쥐는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이 어떻게 지구를 위기에 처하게 했었는지를 경험했어요. 그래서 두 집단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지구를 함께 잘 이끌어가기 위해 파트너가 될 수도 있어요. 다행히 닐스와 빅쥐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통의 가능성이 열려있으니까요. 이상적인 평화란 두 집단이 함께 어우러져서 사는 거예요. 그렇지만  『닐스 바이러스』의 후속편이 쓰인다면 평화를 얻기까지 치러야 할 시련들이 그려질 것 같네요. 작품 속 인물들은 현실의 사람처럼 각자의 욕망과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일 테니까요.

작품의 배경이 우주선을 타고 관광을 하는 미래입니다. 글을 읽다 보면 판타지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듭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어린이들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지요?

판타지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신다니 저로서는 기분이 좋습니다. 종이 책 안에서 영상 이미지가 느껴진다면 아이들의 눈을 더 오래도록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처럼 흥미진진하면서도 큰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학원과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제 작품을 통해서라도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요.




*한여름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동창모에서 동화를 공부했습니다. 소설 ‘그냥 좀 아는 사람’으로 제12회 동서문학상 은상을 받았습니다. 어릴 적 달리기도 잘하고, 고무줄놀이도 잘하고, 나무 타기도 잘했던 것처럼 지금은 작품 속 주인공들이 맘껏 뛰어놀도록 상상 놀이를 잘하고 싶습니다.



닐스 바이러스
닐스 바이러스
한여름 글 | 박우희 그림
대교북스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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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