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보석과 주얼리로 시대와 취향, 트렌드를 읽다
이번 책은 시민사회 이후 보다 넓은 계층의 사람들을 매혹한 각 시대의 사상과 가치가 담긴 주얼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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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와 드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왜 검정색 초커를 착용했을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여주인공 비비안 리가 착용한 형형색색의 목걸이는 진짜 보석이었을까? 결혼 예물 하면 다이아몬드 반지가 절로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일까? 보석의 숨겨진 역사와 탄생 스토리를 알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보석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세계를 매혹한 돌』은 20세기 보석과 주얼리로 시대와 취향, 트렌드를 읽어낸다. 착용자의 가치관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서, 예술과 산업의 융합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20세기 주얼리의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세계를 매혹한 돌』은 20세기 주얼리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인데요. 전작 『세계를 움직인 돌』과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렇게 주얼리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개괄한 책은 이 두 권의 책이 거의 유일한데요. 두 권의 책을 처음부터 구상하신 것인지요?

원래는 주얼리의 역사를 주제별로 다룰 생각이었는데 출판사의 제안에 따라 연대기적으로 바꾸었어요. 고대부터 현대까지 2천 년이 넘는 세월을 커버하다보니 두 권으로 나눠서 출간하게 되었고요. 전작이 주로 권력자들의 왕관을 장식한 보석과 이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인류의 피 땀 눈물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책은 시민사회 이후 보다 넓은 계층의 사람들을 매혹한 각 시대의 사상과 가치가 담긴 주얼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세계를 매혹한 돌』에도 작가님의 진귀한 주얼리 경험담이 많이 나옵니다. 그 경험담들은 각 장의 적재적소에 녹아 있는데요. 취재는 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요? 이 책에서 가장 특별했던 주얼리가 있을까요?

주얼리를 취재할 때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펜데믹 전까지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주얼리 경매를 열심히 다녔어요. 역사적인 스토리가 있거나 유명인이 소장했던 주얼리가 등장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담당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죠. 뉴욕이나 런던의 유명 딜러들이 소장한 주얼리 역시 미팅을 요청한 후 직접 가서 확인하고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하곤 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1931년 인도의 마하라자(군주)가 부인에게 선물한 루비 목걸이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장했던 에메랄드 목걸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자는 아르데코라는 시대적 사상과 가치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후자는 유명인의 스토리가 주얼리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죠.


파티알라의 마하라자 부핀더 싱이 부인에게 선물한 루비 목걸이, 1931년. Archives Cartier Paris ⓒCartier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장했던 에메랄드 목걸이. 2021년 <불가리 컬러 전시회>에 출품되었다. ⓒBulgari


이 책에서 아르데코 시기가 주얼리의 황금시대였다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보통 미술사조를 개괄할 때도 주얼리 얘기는 잘 나오지 않거든요. 아르데코 시기에 주얼리가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요?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세상은 제1차 세계대전의 악몽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기를 고대하며 자유와 새로운 가치관을 미덕으로 삼은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갈망했습니다. 그게 바로 아르데코 양식이었죠. 아르데코 주얼리는 기술 문명의 발전을 자축하며 추상주의, 입체파, 야수파, 오리엔탈리즘 등 다양한 예술적인 요소들을 융합했습니다. 특히 자본주의의 격변기를 주도한 뉴욕의 마천루가 치솟을수록 여성의 권위도 함께 부상했는데, 이런 도시의 활기찬 에너지는 주얼리 디자이너들에게 최고의 영감을 선사했습니다.

요즘도 결혼 예물 하면 다이아몬드 반지가 먼저 생각나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문구도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고요. 그런데 이게 드비어스가 74년 전에 런칭한 광고 캠페인 때문이라는 걸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드비어스가 주얼리 회사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다이아몬드 공급 업체라서 더 놀랐고요. 이 광고가 주얼리 업계에 미친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당시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공급을 철저하게 통제했는데요. 결국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가 ‘팔지 말아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환상을 품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카피는 탄소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광물을 전 세계인들에게 낭만적인 사랑의 완성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주었죠. 이를 기점으로 다이아몬드는 불사의 존재로 거듭났고, 일부 상류층만이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여인들의 손에서 찬란하게 빛나게 되었습니다. 드비어스는 가장 유명한 채광/유통 회사이면서 2001년에 런칭한 고급 주얼리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광고.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20세기의 양차 세계대전이 주얼리의 디자인과 소재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에요. 전쟁과 주얼리의 관계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전쟁이 주얼리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단 플래티넘이 군수 물자로 전용되면서 주얼리에 사용하는 걸 전면 금지한 여파가 컸죠. 게다가 금도 예전처럼 양껏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요. 그렇게 되자 주얼러들은 순도가 낮은 금합금을 생존 전략으로 들고 나왔고, 최소한의 금으로 조각적인 볼륨을 유지하는 독특한 금세공 기법이 유행하게 됩니다. 또 수급이 끊긴 귀보석 대신 브라질의 자수정, 토파즈, 아콰마린 같은 밝은 파스텔 톤의 유색 보석을 적극 사용한 참신한 디자인이 탄생했고요.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기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공업용 다이아몬드를 조달하느라 속을 끓인 미국에서 결국 합성 다이아몬드를 가장 먼저 개발하는 쾌거를 올렸지요. 

요즘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불가리 컬러 전시회>가 연일 화제인데요. 이 책에서도 거의 한 장을 할애해서 불가리의 주얼리를 다루고 있더군요. 이탈리아 영화가 전성기를 이룰 때 불가리도 전성기를 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에 소개된 주얼리 중에 <불가리 컬러 전시회>에 출품된 주얼리는 어떤 게 있을까요? 혹시 전시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있을까요?

이 책에는 <불가리 컬러 전시회>에 출품된 주얼리 중 8점이 실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장했던 에메랄드 세트와 사파이어 세트를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대부분 보석 하면 다이아몬드를 떠올리는데 사실 인류는 유색 보석을 훨씬 먼저 애용했어요. 보이지 않는 힘에 의지한 시대일수록 인간의 간절함과 욕망은 신비롭고 아름다운데다 늘 몸에 지닐 수 있는 보석으로 결집되었고, 특정 색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지요. 불가리 전시에서 레드, 그린, 블루 보석의 컬러별 의미를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또 자연의 산물인 보석을 아름다운 색과 광채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공한 후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세팅한 하이 주얼리 190점을 만날 수 있는데요. 흔치 않은 기회니까 자연과 인간의 눈부신 협업의 결과물을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장했던 사파이어 소투아르 목걸이. 2021년 <불가리  컬러 전시회>에 출품되었다. ⓒBulgari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주얼리의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채굴에 대한 이슈는 막연히 짐작만 하던 문제를 정면으로 들이미는 느낌이었어요. 포인트를 딱딱 짚어서 확실히 알려주시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가 가장 많았던 장이고요. 주얼리의 지속 가능성이란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 게 좋을까요? 이 문제에 합성 다이아몬드는 어떻게 관련되는 걸까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주얼리 소비자들도 원석을 채굴하는 시작점부터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여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채굴/가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파괴, 인권 유린, 전쟁 무기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에 대해 말이죠.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작고 반짝이는 주얼리로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추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변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내 몸에 착용할 물건인데 이왕이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제품에 지갑을 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개인의 사소한 행위 하나로 반짝이던 세상이 자칫 ‘깨진 유리창’이 되지 않기 위해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겠고요. 한편 이와 관련해서 합성 다이아몬드 업체에서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이라는 콘셉트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요. 혹시 과장 광고나 ‘녹색 분칠’이 섞인 것은 아닌지 세세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명한 채굴 과정과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내세우는 젬필즈와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협업 컬렉션, 2016년. ⓒ윤성원



*윤성원

주얼리의 보석학적 정보, 역사,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경영학 박사.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 중 광고회사 AE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동통신 마케터로 전향했으나, 보석의 매력에 빠져 뉴욕으로 건너가 감정, 디자인, 세공을 공부했다. 귀국 후에는 개인사업을 거쳐 주얼리 칼럼니스트와 주얼리 컨설턴트로서 끊임없이 콘텐츠를 창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석 전도사’, ‘주얼리 스토리텔러’라는 수식어로 통한다.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매혹한 돌
윤성원 저
모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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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