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 여행은 달리는 시간이 내내 여행의 과정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열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열 시간 동안 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그것이 바이크 여행의 특별한 매력 그리고 내가 바이크를 사랑하는 이유다. 바이크를 서울에서 부산까지 몰고 와 영화제에 참석한 ‘여배우’. 그게 그렇게까지 특별한 일이 될 줄이야. 바이크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내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김꽃비 작가님의 첫 책 『아무튼, 바이크』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배우로 활동하는 김꽃비 작가님은 차 뒷자리에 앉아 대본이나 전화기를 보느라 놓쳤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바이크를 타고서야 비로소 만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양평으로, 제주도로 바이크 여행을 떠나죠. 마침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바이크를 몰고 가 영화제에 참석하기로 하는데요. 김꽃비 배우님은 가는 동안 내내 “자유롭고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김꽃비 배우님이 함께 합니다. 바이크의 매력과 바이크가 선사한 해방감에 대해 이야기 나눌게요.
<인터뷰 – 김꽃비 편>
오은: 여름이 됐어요. 여름의 바이크를 생각하면 왠지 엄청 시원할 것 같거든요. 여름의 바이크는 어떤 매력이 있는지 듣고 싶네요.
김꽃비: 사실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은 여름을 싫어하죠. 덥고 습하니까요. 사륜차는 에어컨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바이크는 일단 태양열을 온몸으로 다 받아야 하고, 헬멧을 쓰고 있어야 하니까 힘들어요. 그나마 달릴 때는 바람이 조금 부는데요. 신호 대기를 할 때면 다른 차량에서 나오는 열기 사이에 그대로 서 있어야 해요. 정말 괴롭죠. 바이크 자체만으로는 그런 어려움이 있어요. 다만 좋은 점은 바이크를 타고 바다에 가거나 어디로 놀러 다니기가 좋다는 거예요.
오은: 출판사 대표님께서 페이스북에 “처음 ‘아무튼 시리즈’ 만들고 라인업 짤 때, 김꽃비 님을 보고 거의 이 시리즈의 롤모델이다 싶었습니다”라고 쓰셨어요. 그렇다면 책 제안을 굉장히 좀 일찍 받았을 것 같은데요?
김꽃비: 죄송하게 생각해요. 아무래도 제가 글을 썼던 사람이 아니고, 첫 책이기도 해서 초반에 갈피 잡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사실 초고가 올해 나왔거든요. 제안을 받은 건 제가 서울에 살 때인데 말이에요. 제주로 내려간 게 2년이 넘었으니까 거의 3년 전에 제안을 받은 거예요. 제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어요.
오은: 이제 김꽃비 배우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배우. 바이크 덕분에 하고 싶으면 그냥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바이크전도사. 김꽃비, 라는 이름은 '꽃이 필 때 내리는 비'라는 의미를 담아 엄마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초등학생 시절 김꽃비는 연기가 좋아서 어린이연극 워크숍을 진행하던 동네극단에 다니며 연기를 시작했고, 12살이던 1997년에는 프랑스의 이마쥬 에귀(image aigue)라는 극단과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중학교에 가서도 학교 연극반 활동을 했는데 극단과 달리 체계가 없어 그만뒀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동아리 신입생을 모집하는 연극부 선배들을 보며 묻혀 있던 꿈을 다시 기억해냈다. 이후 김꽃비의 꿈은 언제나 ‘배우’였다. 장기자랑 때는 업타운의 ‘다시 만나줘’와 터보의 ‘트위스트 킹’을 추던 학창시절이었다.
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박찬옥 감독의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이후 영화 <똥파리>, <창피해>,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부산영화제에서 한진중공업 옷을 입고 등장하거나 바이크를 타고 영화제에 오는 등 남다른 행보로도 주목을 받았다. 2017년 <여성신문사>가 선정한 ‘제15회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지도자상’을 수상했고, 2016년부터는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들과 함께 '찍는 페미'를 개설해 활동 중이다. 뭐든 과도하게 감탄하는 경향이 있다. 수영을 아주 좋아하고, 바른 언어에 약간의 강박이 있다.” 배우님의 이륜차에 대한 애정은 언제 싹 트게 됐나요?
김꽃비: 처음 자전거를 선물 받았을 때인데요. 그때도 감탄을 한 거예요. 바퀴라는 건 너무 흔하게 알고 있는 것인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바퀴라는 물건에 대해서 엄청 감탄을 한 거죠. 정말 대단한 발명을 했구나(웃음) 하고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오은: 고등학교 때 묻혀 있던 배우의 꿈을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그때부터 꿈이 언제나 배우였다고요. 과연 배우의 매력은 뭘까요?
김꽃비: 연기라는 게 재미있어요. 글로 나와 있는 대사, 글로 표현되어 있는 캐릭터를 내가 살아있는 사람처럼 표현해내는 거잖아요. 우선 그게 정말 재미있다고 느꼈고요. 그 점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또 저는 새로운 거 배우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배우는 새로운 걸 아주 많이 배워요. 맡은 역할에 따라서요. 만약 마트 직원 역할이라면 계산대에서 조작하는 법을 배우죠. 그걸 마트에서 일해 보지 않는 이상 언제 배우겠어요. 아니면 역할에 따라 스킨스쿠버를 배우기도 하고, 피아노를 배우기도 하는데요. 이런 것들이 저는 정말 재밌어요.
오은: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작가님께 『아무튼, 바이크』가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어떤 책이죠?
김꽃비: 바이크를 만나고부터 삶의 큰 변화를 많이 겪었어요. 그 이야기를 담았고요. 제가 ‘바이크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트위터를 하거든요. 책 역시 바이크를 전도하는 마음으로 쓰기도 했어요. 바이크라는 것이 아직 너무 편견이 많고,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존재라 변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이크에 대한 제 애정을 담아서 썼습니다.
오은: 책 날개의 저자 소개글을 보면 ‘스물아홉에 낡은 중고 택트를 만났다’는 문장이 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그 50cc 스쿠터가 짐승 같았다고 표현을 하셨죠.
김꽃비: 사실 처음 바이크를 타본 건 21살쯤이에요. 친구 바이크를 얻어 탄 적이 있어요. 그때 친구가 저한테 바이크를 몰아보게 해주기도 했고요. 그러고서 29살에 처음 바이크를 사게 됐는데요. 21살 때 앉아봤던 바이크랑 느낌이 너무 달랐어요. 그때는 그냥 할 만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나도 이거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였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너무 어려웠어요. 너무 힘이 세서 컨트롤이 안 되고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에 앉았을 때의 느낌으로 내가 얘를 어떻게 통제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막 생겼던 거예요.
오은: 길들인다고 하죠. 그런 시기가 필요했다는 거군요?
김꽃비: 사실 바이크를 길들인다기보다 제가 그 바이크에 길들여지는 거였겠죠. 그래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어쨌든 결국에는 그 바이크에 적응을 해서 잘 타고 다니게 된 거고요. 짐승 같았던 그 바이크가 나중에는 정말 자전거처럼 느껴졌어요.(웃음)
오은: 바이크, 그리고 자전거 같은 경우도 타다 안 타다 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김꽃비 배우님은 지금 제주도에 사시니까 어쩌면 거의 매일 타실 것 같아요. 어떤가요?
김꽃비: 오히려 서울 살 때는 매일 탔어요. 그때는 ‘3보 이상 바이크’라고 저희끼리 많이 말을 했거든요.(웃음) 세 걸음 이상 걸을 거면 바이크를 타는 거예요. 집 앞 편의점 갈 때도 바이크로 갈 정도로 그렇게 탔는데요. 제주에서는 오히려 많이 안 타요.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요. 서울은 범위가 넓잖아요. 가게 같은 곳들이 더 넓게 분포돼 있어요. 그런데 제가 사는 곳은 작은 마을 안에 필요한 것들이 다 있으니까 거의 걸어서 갈 수 있죠. 물론 바이크를 타면 더 빠르긴 한데 제주도가 걷기도 좋아서요. 더 안 타고 있어요.
오은: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흔히 바이크를 탄다고 하면 먼저 돌아오는 반응 중 하나가 “위험하지 않아?” 같아요. 이에 대해 “조심히 그 힘을 두려워하고 통제하면 안전하게 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고 했어요.
김꽃비: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에요. 당연히 위험한데요.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대비를 하면 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바이크 말고도 위험한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바이크만큼 듣자마자 위험하다는 말을 듣는 장르는 별로 없거든요. 바이크에 과도하게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은: 제주도에서 바이크를 운전하는 분들 중에 해녀 분들이 그렇게 많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대목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김꽃비: 보면 바닷가에 바이크들이 쫙 모여 있어요. 사륜바이크도 많이 타시는데 그냥 스쿠터 같은 것도 되게 많이 타시거든요. 저도 해녀와 오토바이에 대한 논문을 보면서 정말 감동했어요. 제가 느꼈던 이 바이크의 장점이 딱 드러나는 대목이었어요.
오은: 해녀가 계속 줄다가 기동력이 생기니까 감소폭이 줄어들었다는 대목을 보면서 저도 기동력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어요.
김꽃비: 덕분에 여성들의 사회활동도 늘었고요. 해녀들의 어촌계장 비율도 늘었다는 게 놀랍고, 좋죠.
오은: 바이크를 만나기 전과 후, 가장 많이 달라진 게 있다면 뭘까요?
김꽃비: 어디서부터 말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굉장히 많이 달라졌어요. 일단 가장 큰 건 기동력이죠. 예전에는 어디 가고 싶으면 귀찮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마음먹기가 훨씬 쉬워요. “가지 뭐” 하고는 가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그걸 시작으로 엄청나게 많은 갈래의 변화가 쫙 펼쳐졌어요. 또 바이크를 타고는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것, 배척당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오은: <말하는 몸>이라는 팟캐스트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바이크를 탄다는 게 페미니즘의 수행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이건 여성 바이커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경험들 때문에 나온 말일까요?
김꽃비: 우선 바이크가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인식이 또 있죠. 그런 인식에 반하는 행위이기도 하고요. 제가 ‘자기만의 바이크’라는 말을 쓴 것처럼 기동성의 힘이 정말 강력하다고 크게 느꼈기 때문에 이건 페미니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더구나 바이크가 기계잖아요. 여성들은 기계와 친해지기 어려운 성장 과정을 가지죠. 바이크는 기계가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이기도 했거든요. 또 저는 바이크를 온몸으로 운전한다고 느끼는데요. 여성들은 몸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성장 환경을 또 겪으니까요. 저도 그렇고 많은 여성들이 신체 활동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요. 바이크를 타면 이 다양한 제한들을 깨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오은: 단편영화 <캠핑을 좋아하세요>도 연출하셨어요. 책도 쓰고, 단편 영화도 연출하고, 새로운 영역에 발을 꾸준히 들이고 계신데요. 앞으로 꼭 해 보고 싶은 도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김꽃비: 제가 자꾸 얘기하다 보면 이루어질 거 같아서 얘기하고 있는 건데요. 이지우 작가의 <로딩>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그 작품을 보고 이지우 작가를 알게 됐거든요. 되게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그 만화를 영화화하고 싶어요. 주인공이 원작에서는 남자인데요. 여자로 바꾸고 다 각색해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을 드릴게요.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영업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꽃비: 사실 저는 제일 좋은 거 한 가지 고르는 걸 제일 어려워하거든요.(웃음) 그런데 이 질문을 받고 처음 생각난 책이 있어요. 처음 아무튼 시리즈를 제안 받았을 때 『아무튼, 피트니스』라는 책을 알려주셔서 읽었는데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재미있게 잘 쓰셔서요. 그 책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런 의미가 있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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