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틈을 보여 주지 않으며 살려고 한다. 빈틈이 보이면 메워 말끔한 자신을 만들어 내려고 애쓴다. 빈틈이 없어야 아무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는다. 그런데 말끔해 보이는 그 ‘어른’의 내면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저자는 삶에 서툰 어른들을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심리학적 통찰을 다섯 가지 핵심 주제로 소개하고 있다. 1) 서툴고 여린 나를 응원해주는 <위로심리학> 2) 평범한 일상을 빛나게 해줄 <행복심리학> 3) 서로를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할 때 <공감심리학> 4) 시간관리의 기본기를 잡아주는 <성공심리학> 5) 더 이상 미루지 않는 나를 위한 <습관심리학>. 구성도 알차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처방이 복잡하지 않고 쉬워서 좋다. 거기에 서툰 나를 응원해주는 저자의 따뜻함은 덤이다. 매일 비타민을 챙겨 먹듯 심리학을 조금씩 챙겨 먹다 보면 어느새 한결 단단해지고 편안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계신데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 책을 독자들에게 권하기 앞서 ‘심리학이 과연 나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심리학이 제게 준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나를 덜 미워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아, 나 참 별로야’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을 공부하고 난 뒤부터는 ‘그럴 수도 있지 않나?’ , ‘나만 그런 게 아니네’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면 누가 좋을까요? 당연히 제가 가장 좋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죠. 그 사람도 약한 사람이고, 살아내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거든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을 꼽자면, 내 안에 있는 사람의 기본적 속성이 나 자신을 공격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얼른 알아차리고 ‘아, 그만!’하면서 멈출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자꾸 못나게 느껴질 때 쓰면 좋을 심리학 처방 하나만 소개해 주신다면요?
내가 못났다고 느껴질 땐, 혼잣말을 해보시겠어요? 제가 가끔 써먹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 참 인간적이네. 너무 인간적이다.”
예를 들면 열 마디 칭찬은 다 사라지고 한마디 싫은 소리만 마음에 남을 때가 많습니다. 이것을 ‘부정편향’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긍정적인 정보보다는 부정적인 정보에 훨씬 더 민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야만 위험을 재빨리 알아채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부정적인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내가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경향성 자체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니 그럴 때 ‘참 인간적이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많은 심리학 연구 결과 가운데, 작가님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연구를 하나 꼽는다면요?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심리학 연구 결과는 ‘충격편향’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충격편향이라는 뻥쟁이가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떨어지거나 사업이 망하기라도 하면 마치 인생이 끝장난 것처럼 생각합니다. 이때 만약 누군가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너무 듣기 싫지 않을까요? 나는 지금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지나가다니요?
그런데 수많은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입니다. 좋은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100억 로또를 맞았다고 꽃길만 펼쳐지는 것은 아닙니다. ‘충격편향’은 제게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중심을 잡게 해주었습니다. 그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건강한 자아개념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샤이니’ 멤버 키가 얼마 전 예능에 나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군대에 가서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라고 물어봤다고요.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에게만 물어봤던 것을 자신에게 물어본 것입니다.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유심히 관찰도 하고 궁금해서 이것저것 묻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물어보지 않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자아개념이 어디서 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실은 내 생각이라기보다는 모두 남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나 스스로 나에 대해서 내린 판단, 이것을 자아개념으로 하나씩 하나씩 갖고 오는 것, 이것이 건강한 자아개념 형성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관리가 더욱 절실해진 코로나 시대, 시간 관리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을 꼽는다면요?
시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뭘 안 해야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급한 일이긴 하지만 사실 중요하지도 않고 그냥 잡다한 일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것들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Thing to do‘가 아니라 ’Thing not to do‘를 살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stop doing list’라 부르는 게 있습니다. 지금 당장 그만두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지요. 엄청나게 압박감을 느끼는 급한 일들이 따지고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일들이 어떤 것들인지 점검해 정리하게 되면 엄청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새해 결심도 어느덧 느슨해졌을 이즈음, 습.포.자(습관포기자)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신다면요?
저는 운동 안 하기로 아주 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방법으로 마침내 운동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행동을 쪼개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좋은 습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 충분히 작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작아야 합니다. 저는 행동을 아주 최소 단위로 쪼갰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스쿼트 2개로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2개, 이게 포인트입니다. 스쿼트 10개? 너무 많습니다. 2개부터 해보세요. 지금 몇 개 하냐고요? 하루에 70?80개 합니다. 저에게는 엄청난 수확입니다. 자세한 방법은 책을 봐 주세요. ^^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얻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책에 담긴 작은 심리학 이야기들을 ‘마음 영양제’라 부르고 싶습니다. 어떻게 밥만 먹고 살 수 있겠어요? 마음을 위해 영양제를 먹어보세요. 살아가는 데 더 힘이 날 것입니다.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알고 나면 나에 대한 오해가 풀릴 때가 있습니다. 못난 게 아니라, 좀 서툰 것뿐입니다. 심리학이 저에게 준 것은, 사람을 알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때 더 자유로워진다는 믿음입니다. 이 느낌을 독자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조지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박사·석사·학사)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통계학(석사)을 공부했다. 지금은 대학과 기업에서 심리학을 강의하고 코치로서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는 방법은 무엇인지,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을 수용하고 아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글을 쓰는 연구자다. 포브스코리아와 서울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현재 이코노미스트에 ‘조지선 심리학 공간’을 연재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는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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