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노래’를 찾아서 : 골든차일드 'YES.'
멤버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드디어 찾은 제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성실하게 해낸다. 그렇게 완성된 좋은 노래는 어떻게든 사람들 곁에 살아남아 오랫동안 고유의 빛을 발할 것이다. 좋은 노래에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축복의 말이다.
글ㆍ사진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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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차일드 '안아줄게(Burn I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람들은 왜 케이팝을 듣는가. 이유는 케이팝을 듣는 사람 숫자만큼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무 생각 없이 키보드를 두드릴 노동요가 필요해서, 누군가는 트레이드 밀 위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힘을 짜내기 위한 에너지원으로 케이팝이 필요하다. 케이팝 외길인생으로 태어나 케이팝이 아니면 그 어떤 음악도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없다는 숙명에 케이팝을 듣는 이도 있을 것이고, 먼 길을 돌고 돌아 드디어 찾은 (아마도 마지막은 아닐) 인생 최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같은 노래와 앨범을 수백 수천 번 돌려 듣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수많은 이유 가운데 간과되는 한 가지는, 바로 그렇게 되기까지 좋은 ‘노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케이팝을 누가 음악으로 듣냐는 오해는 큰 실례다. 타이틀곡만이 아닌 ‘수록곡 맛집’을 찾아 헤매고 ‘숨어 있는 명곡’을 찾아다니는 건 케이팝을 좋아하는 이들의 오랜 유희이다. ‘좋다’는 너무나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형용사이기에 ‘노래’에 방점을 찍어 본다. 멜로디, 노랫말, 악기와 소리의 조화, 그를 소화하는 퍼포머의 역량과 때로는 이 모든 걸 하드캐리할 수 있는 일종의 기세까지. 외모에서 청취 환경까지 셀 수 없는 변인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노래가 지닌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골든차일드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YES.]는 그렇게 좋은 ‘노래’들로 가득 찬 앨범이다. 이 앨범에 담긴 좋은 노래를 만든 주요 요소는 단순하다. 오로지 노래에 집중한 군더더기 없는 연출, 선명한 멜로디를 시원시원하게 소화하는 보컬과 랩, 그리고 케이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벅차오름’. 좀비 아포칼립스를 그린 뮤직비디오와의 연관성을 위해 다소 비장하게 그려진 인트로 ‘Yes’를 제외한 5곡의 수록곡은 각자의 스타일로 청량함을 뽐낸다. 라틴풍 장치를 곳곳에 배치한 타이틀곡 ‘안아줄게’, 시크하게 떨어지는 스피드감이 좋은 팝 ‘Cool Cool’과 ‘기다리고 있어’, 감성적인 팝 록  ‘Milky Way’, 애니메이션 주제곡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마지막 곡 ‘Breathe’까지. 이렇게나 다른 얼굴을 한 노래들이 숨을 턱 끝에 달고 달려 나가는 최종목적지는 단 하나, 풍부한 보컬 풀을 아낌없이 활용해 좋은 노래를 완성해 보겠다는 일념이다. 

사실 이러한 질주는 최근 케이팝 주류가 지향하는 정서와는 조금 거리를 둔다. 이 세상 것이 아닌 이질감을 앞세우거나 퍼포먼스를 위한 다이내믹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곡들이 주목받고 화제가 되는 신에서 보컬을 앞세운, 노래를 중심으로 하는 기획은 좋게 말하면 클래식하고 뒤집어 말하면 조금 낡았다.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접근 방식을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건 단연 골든차일드 멤버들의 곡 소화력이다. 10인조 그룹으로 랩 포지션의 장준과 태그를 제외하면 총 여덟 명의 보컬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은, 그 여덟 개의 목소리를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은 채 앨범에 실린 노래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온전히 녹이는 데 집중한다. 

K-메인 보컬의 한계를 곡마다 시험당하는 듯한 와이와 주찬이 성층권 위에서 돌고래 소리를 뽑아내는 동안 지상까지의 머나먼 길을 차분히 채우는 건 다양한 음색을 가진 리드/서브 보컬들의 몫이다. ‘칠흑 같은 밤 내 맘을 켜준’(‘Milky Way’), ‘빛나는 꿈을 따라서’(‘Breathe’) 등 곡의 절정이 시작되기 전 서서히 벅차오르는 마음에 정점을 찍는 동현, 거의 모든 노래에서 메인 보컬 이상의 격정적인 파트를 능숙하게 소화해내는 대열, 허스키한 중저음의 흔치 않은 보컬이 빛날 방법을 드디어 찾은 재현 등, 멤버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드디어 찾은 제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성실하게 해낸다. 그렇게 완성된 좋은 노래는 어떻게든 사람들 곁에 살아남아 오랫동안 고유의 빛을 발할 것이다. 좋은 노래에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축복의 말이다.



골든차일드 (Golden Child) - 미니앨범 5집 : YES.
골든차일드 (Golden Child) - 미니앨범 5집 : YES.
골든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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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등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KBS, TBS, EBS, 네이버 NOW 등의 미디어에서 음악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와 EBS 스페이스공감 기획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TBS FM 포크음악 전문방송 <함춘호의 포크송> 메인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한마디로 음악 좋아하고요, 시키는 일 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