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기자가 ‘플랫폼 노동’ 현장에 뛰어든 이유
단지 책을 내기 위해 이 일에 뛰어든 건 아니예요. 책은 이 일을 하다 보니 생긴 결과물이죠. 출간을 준비하고 원고를 쓰는 동안에도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으니, 내용을 업데이트 하는 게 힘들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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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을 하는 미디어 매체의 편집장이자 18년 차 기자였으나 뜻한 바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플랫폼 노동’ 현장에 뛰어든 김하영 저자. 그는 200여 일에 걸친 플랫폼 노동의 체험을 기록한 『뭐든 다 배달합니다』를 출간했다. 쿠팡 물류센터로 시작해 배민 커넥터를 거쳐 카카오 대리기사 일을 하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직접 그린 정교한 삽화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자아낸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는 플랫폼 노동의 의미와 현실, 문제의식을 예리하게 짚어 낸다. 체험한 사람만이 얻어낼 수 있는 통찰과 문제 의식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책 전편에 넘쳐 흐르는 휴머니즘과 유머가 읽는 이의 마음에 따뜻함을 선사한다.



기자, 편집장을 거쳐 '플랫폼 인생'을 선택하셨습니다. 퇴직을 실행하셨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요?

책에도 여러 번 썼지만, 무슨 일이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걱정 반, 설렘 반’이죠.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해야 한다는 걱정이 컸지만, 내 돈벌이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과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어요. 막상 처음 쿠팡 물류센터 출근하던 날 새벽에 셔틀버스를 기다릴 때는 군대 다시 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하하. 낯선 세계로 가는 문은 언제나 두렵기 마련이죠.

다양한 노동 현장을 경험하셨습니다. 기자로서의 삶과 노동자으로서의 삶은 어떤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었나요?

기자도 ‘노동자’에요. 분야가 다를 뿐이죠. 제가 물류센터, 음식배달, 대리운전, 세 가지 일을 했는데요. 모두 PDA(물류센터)나 스마트폰 로그인으로 일을 시작해요. 그러다 일을 마치면 로그아웃하죠. 이 일들은 ‘로그아웃’하면 완전히 종료예요. 그런데 기자할 때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기자 일은 항상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 일의 잔상이 남아요. 반면 제가 한 일들은 ‘로그아웃’ 한 뒤에는 잔상을 깨끗하게 지우고 쉴 수 있다는 점이 어떤 면에서는 좋았습니다. 물론 몸은 더 힘들죠. 쿠팡 물류센터 처음 출근한 날은 집에 돌아와서 바로 골아 떨어졌는데, 밤새 끙끙거리며 잤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노동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간적으로 무시당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택배기사, 요즘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배달기사, 대리기사에게 친절하십니다. 간혹 ‘진상’ 고객도 있다고는 하는데, 다행인 건지 저는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다만, ‘사회적 존중’이 부족하다는 말은, 우리 사회가 이런 직업들을 아직 전문적인 직종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는 거죠. 어디 가서 “직업이 뭡니까?”라고 물으면 “배달합니다”, “대리운전합니다”라고 말하기 꺼려지는 분위기 있잖아요.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고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배달대행 전문업체도 생기고,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요. 그만큼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직업으로 조금 더 존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도 뒷받침이 돼야 하고요.

플랫폼 노동이 고용자, 노동자 모두에게 '윈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할까요?

직원들 고용하는 사장님들이 자주 하는 말씀이 뭔지 아세요? 직원 한 명 고용하려면 월급의 1.5배 비용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절반 내야 하고 산재보험은 전액 내야 하고, 주휴수당에 식대에 연월차까지. 반면에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은 ‘프리랜서’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4대 보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어요. 따라서 프리랜서인 플랫폼 노동자들은 급여 계산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2020년 기준 최저시급이 8590원이라면 플랫폼 노동자는 시간당 1만3000원은 벌어야 최저시급 수준의 수입이 되는 거예요.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본인이 다 내야 하고 고용보험 가입도 안 되니까 알아서 실업에 대비한 저축도 해야 하고요. 산재보험료도 특수고용노동자는 절반을 자기가 내야 해요. 우리나라가 산업화 시기에 ‘회사’를 중심으로 사회 안전망을 짰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죠. 따라서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되고 회사와 근로의 형태가 바뀌는 상황에서는 사회 안전망의 형태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노사 관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근로기준법이나 노사관계법 같은 제도적 뒷받침도 잘 돼 있고요. 그런데 플랫폼 노동의 세계에서 회사와 노동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노동자와 달리 플랫폼 노동은 대부분 개인들이 흩어져 각자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연대감을 갖기도 어렵고요. 결국 ‘회사 중심’ 사회안전망 시스템을 ‘국가 중심’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죠. 개인적으로는 기본소득 같은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강화 같은 것도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워라밸'과 'N잡'에 열광하는 현 세대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요.

어떤 대리기사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은 대리운전 일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어요. 예전에 다니던 직장이 많이 힘들었나 봐요. 대리운전 하면서부터는 원할 때 나가서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서 좋다고요. 그런데 그 분이 1주일에 7일 일하세요. 사실 이 일을 하다 보면 그래요. ‘오늘 내가 나가서 일하면 얼마를 더 벌 수 있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잘 쉬지를 못 해요. 그러다 몸 축나죠. 그럼에도 그 분이 1주일에 7일 일할 수 있는 건 자기가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만족감 때문인 것 같아요. 어딘가에 쫓기지 않고, 삶의 균형을 찾으면서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어느 일을 하든 행복하지 않을까요? (웃음)



책을 출간하신 이후에도 여전히 플랫폼 노동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지 책을 내기 위해 이 일에 뛰어든 건 아니예요. 책은 이 일을 하다 보니 생긴 결과물이죠. 출간을 준비하고 원고를 쓰는 동안에도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으니, 내용을 업데이트 하는 게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아마존이 드론 배송 시스템을 시연하는 단계였는데, 초고를 쓴 뒤에 아마존이 미국 항공국의 드론 배송 승인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왔죠. 대리운전 시장에는 ‘타다’가 새로 서비스를 시작했죠. 계속 새로운 뉴스를 팔로우업 하다가는 끝나지 않는 작업이 될 것 같아 일단 출간을 한 겁니다. 한동안은 계속 일을 하면서 이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계속 추적하고 기록할 생각입니다. 누군가는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겠지요.  

플랫폼 노동을 시작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예전처럼 돈을 잘 쓰질 못 해요. 월급을 받을 때는 200만 원이든, 500만 원이든 목돈으로 받잖아요. 그러면 10만 원짜리 운동화 사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쿠팡에서 하루 일하고 받는 일당이 7~8만 원 정도고, 배달 한 건에 3000~3500원, 대리운전 한 건 하면 1만~3만 원이예요. 이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새 운동화 한 켤레 사려면 쿠팡에서 하루 반을 일해야 하고, 배달은 30건을 해야 하고, 대리운전은 최소 7번을 뛰어야 한다는 계산이 자동으로 되는 거예요. 그러니 돈 쓰기 힘들어지죠. 하하. 무엇보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친절한 사람, 웃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배달이든, 대리든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친절한 말 한 마디, 상냥한 미소 한 번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꼈거든요. 아무리 인공지능이나 로봇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해도 결국은 전부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잖아요. 


 

*김하영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2003년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화물연대 파업, 비정규직 갈등, 새만금 간척사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사회갈등 현장을 취재했다. 평소 연암 박지원의 삶을 동경해오다 “21세기 ‘열하일기’를 쓰겠다”는 각오로 2014년 회사를 그만둔 뒤 아내와 함께 1년 2개월 동안 세계일주를 했다. 2015년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이야기경영연구소〉 편집장을 맡아 우리나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을 했다. 2019년에는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을 지내며 정책 대안을 추구하는 사회비평 업무를 수행했다. 2020년에는 다시 뜻하는 바가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배달과 물류센터, 대리운전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라 불리는 현장에 뛰어들었다. 직접 노동을 하면서 기자로서는 알 수 없었던 삶의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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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