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SNS를 장악하기 전, 우리들에게는 ‘싸이월드’라는 신나는 놀이터가 있었다. ‘도토리’ ‘BGM’ ‘일촌’ ‘방명록’ 등으로 상징되는 싸이월드식 감성은 그곳을 놀이터 삼아 그 시절을 살아갔던 사람들에겐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그때로 돌아가기엔 SNS의 플랫폼들이 너무나 디지털적으로 변해버렸다.
강지후 저자는 싸이월드식 감성이 잔뜩 묻어난 에세이를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실제로 그는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할 때 그곳을 놀이터 삼아 차곡차곡 글들을 써 내려갔다. 제목 『한때 가까웠던 사이』에서 볼 수 있듯, 그의 글에선 ‘사랑’이란 굵직한 키워드에서 파생하는 특유의 감성이 퍼져간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들, 그 사랑에 아쉬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 다시 그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의 글들은 공감과 위로와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감성’을 선사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한때 가까웠던 사이』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제목부터 아련함이 느껴지네요. 매일마다 빼곡히 썼었던 싸이월드식 사랑 이야기라고 표현하셨는데요. 글을 쓰시게 된 동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작사가가 꿈이었어서 고등학교때도 남학교였는데 제 습작노트를 같은 반 친구들이 돌려보며 감상평을 적어주곤 했었어요. 그러다 싸이월드라는 취향저격 sns가 나오면서 그곳에 이런 저런 글들을 올리며 댓글에 댓글을 달며 지인들과 소통했던 기억이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물론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훨씬 더 진화된 형태의 sns가 있지만 그때의 약간은 아날로그 감성이었던 싸이월드가 제겐 더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때 썼던 글들을 추리고 조금 더 보태고 다듬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보면 주제 하나하나 마다 사랑을 대하는 남자의 모습이 너무 잘 그려집니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고 싶은 독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세상의 모든 것들은 포장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 보이는 사진 한 장이면 행복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실재하는 것보다 더 가진 사람, 더 아는 사람, 더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할 수 있죠. 그런데 사랑은 포장되지 않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잠깐은 감정을 포장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우린 사랑 앞에 그나마 솔직해지지 않나 싶어요. 우린 사랑 앞에서 한없이 당당해지기도 하고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지기도 하고 더 작아질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찌질해지기도 하고 나 아픈 것 따윈 느낄 겨를도 없이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든, 못 가진 사람이든 돈이 많은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그런 것에 상관없이 사람은 사랑 앞에 다 비슷해져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하고 싶네요.
연기를 전공하신 배우로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 어찌 보면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르잖아요. 작가님에게 글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내성적이고 말주변이 별로 없어 낯선 사람과의 어색한 시간을 좀 못 견뎌 하는 편이에요.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서 카메라 앞에 서서 감정을 타이밍에 맞춰 표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에 비해 글은 혼자 생각하고 혼자 쓰는 거니까 조금은 더 쓸쓸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조금 더 나를 표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게 있어 글이란 말로 차마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게 해주는 조금은 느리지만 더 정확하게 내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는 ‘슬로우서비스’ 같은 게 아닐까 해요.
사랑의 대상과 방법은 너무 다양합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신과 인간의 사랑..특별히 연인의 사랑이 주된 내용인데요. 본인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가 있으신가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영원할까요. 물론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불행히도 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연인간의 사랑은 영원할까요? 물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저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직 신만이 인간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죽기 전까지는 확인하기 어렵죠. 예전에는 영원히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사랑 자체를 포기한 적도 있었는데...후회를 많이 하는 중입니다. 결국 순간이 모여 영원이 되는 건데...
영원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고 우린 그저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최대로 누리면 되는 건데 그땐 왜 그리 앞서 나가 걱정이 많았는지. 어쨌거나 사랑은 우리의 순간을 살게 하는 최고의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가지면 좋은 거고 못 가지면 조금 불편한거지만 사랑이 없이는 삶이 너무 잔인해지지 않을까요?
하나만 꼽기에 어려우시겠지만 『한때 가까웠던 사이』의 여러 글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글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이유도 궁금합니다
솔직히 예전에 썼던 글들이 많고 어린 시절의 감성을 지금의 메마른 감성으로 보면 스스로도오글거리고 닭살 돋는 느낌도 있지만 저는 그때의 제가 부럽습니다. 사랑이 우선이었고 사랑 앞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철없이 무모했던 제가... 그래서 그때의 진심이 담긴 하나하나의 글들이 제게는 다 소중하지만 그 중에 몇 개를 꼽아 보자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지만 심장까지 끌어안을 수 있어야 연인이다.” “운명이 뭐 별거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해 주면 그게 운명인 거지!” 라는 글들을 보면 그때의 제가 지금보다는 더 순수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뉴트로가 대세잖아요. 싸이월드식이라 하시니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굉장히 트렌디한데요(웃음) 사랑, 이별, 그리움, 깨달음을 대하는 작가님의 방식이 글에 잘 묻어있는 듯해요. 투박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진다 라고 할까요. 글을 쓰실 때 본인만의 방식은 어떤 것인가요?
일단 저는 제 글이 투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하. 글이라는 건 아픔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감정이 채워져야 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로 예전만큼 글을 습관처럼 쓰고 있지는 못해요. 모든 면에서 많이 무뎌졌거든요. 사랑 역시 먹고 사는 걱정 앞에서는 한없는 사치로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이번 책을 출간하게 되며 다시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내가 무언가 도전하고 성과를 낸다는 건 그동안 잘 연락하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틈틈이 어떤 감정이 떠오르면 메모하며 그동안 놓고 살았던 사랑 감을 다시 채워보려고 ‘사랑의 불시착’이나 ‘별에서 온 그대’같은 연애감정 충만한 드라마를 몰아보고 있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시는 독자들에게 이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계획대로 되어 본 적이 별로 없어서요. 다만 글로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한번쯤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큰 소망이 있기는 합니다. 부족하고 장황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벌써 연말인데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은 모두가 올해보다 훨씬 좋은 기억으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강지후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였으며 MBC 개그맨 공채 9기, KBS 탤런트 공채 20기, 극단 연희단거리패 9기, 극단 유시어터 7기이다. 중앙대학교 공연영상학과 대학원을 수료, 경기대학교 공연예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타이틀 모으다 알맹이를 놓친 놈. 뒤늦게 알맹이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낸 놈. 낯은 가리지만 소통은 하고 싶어 글을 쓰는 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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