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재밌고 정겨워서 점점 빠져들어요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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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콩(김하나)의 선택 

『안녕 커뮤니티』

다드래기 글그림 | 창비


제가 가지고 온 책은 두 권인데요. 한 권의 두께가 상당해서 두 권을 쌓아놨을 때는 높이가 8~10cm 정도 돼 보이는 그런 책입니다. 제목은 『안녕 커뮤니티』이고요. 이 두꺼운 책이 다행히 글로 된 책은 아니고 만화책입니다(웃음). 띠지에 보면 “가는 데는 순서 없다!”, “우리 동네 고독사 방지 모임에 초대합니다”라고 되어 있고, 두 권의 앞쪽에 보면 늙수그레한 분들이 많이 그려져 있어요. 

이 만화는, 문안동이라고 하는 가상의 동네가 있는데 그 동네에서 노인들이 서로 비상연락망을 구축해서 ‘우리 살아있는지 서로 연락해주고 누가 문제가 있으면 들여다 봐주고 그런 걸 합시다’라고 만든 커뮤니티의 이름이 ‘안녕 커뮤니티’인 거죠. 이 동네에서 어떤 분이 고독사를 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경각심을 가지고 이런 것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설정부터가 만화에서 기대하는, 재밌고 액션이 넘치고 손에 땀을 쥐고, 이런 거랑은 조금 거리가 있게 느껴지잖아요.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작가님은 본명이 아니라 필명을 쓰시는데 ‘다드래기’가 필명입니다. 본인의 소개를 이렇게 써두셨어요. ‘스케일 작은 만화가’ 그리고 ‘종교는 캣홀릭(CATholic)이다.’ 다드래기 작가님이 아주 오랫동안 웹툰 플랫폼에서 장기 연재를 하시다가, 연재를 따라가고 계시던 분들도 이걸 놓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다가 아주 오랜만에 드디어 출판 만화로 나온 것을 아주 반갑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림체라든가 색감이 정겹습니다. 요즘 웹툰의 쌔끈함이라기 보다는 할매 할배들이 나오잖아요. 할매 할배들이 가디건 입고 앞치마 두르고 나오니까 색감이 마구 발랄하기도 조금 그렇겠죠? 그림체도 막 예쁘거나 너무 깔끔하고 귀엽거나 이런 그림체는 아니에요. 하지만 점점 ‘그림 너무 잘 그렸다, 연출도 너무 좋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오는 분들이 할매 할배이다 보니까 팔자주름, 눈주름, 이마주름 이런 것들을 어쩜 이렇게 단순한 선으로 잘 묘사를 해놨는지, 각자의 개성이라든가 표정 변화라든가 포즈라든가 이런 걸 너무너무 잘 그리신 거예요. 캐릭터들이 살아나면서 서로 일으키는 사건 사고들이 꽤나 재밌고 정겨워서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그냥의 선택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윤이재 저 | 다다서재


띠지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20대 취준생 손녀가 쓴 90대 할머니의 치매 일기” 윤이재 작가님께서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를 돌보며 지낸 2년간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 책인데요. <오은의 옹기종기>에 출연해주셨던 구술생애사 최현숙 작가님께서 추천사를 써주셨는데 “할머니를 돌보는 일상 속에서 겪는 혼돈과 자책과 성찰을 치밀하지만 따뜻한 문체로 담아낸 생생한 르포르타주다”라고 쓰셨습니다. 

윤이재 작가님이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할머님을 모시고 사셨대요. 시골집이라 통학이 어려워서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고, 이후에는 타지에 가서 대학을 다니다가 취준생이 돼서 8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거예요. 취준생 신분이니까 가정 내에서 시간적 여유가 많다 보니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를 돌보게 됐고요. 목차를 보면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의 겨울’이라는 첫 장부터 시작해서 ‘2019년 가을과 겨울’이라는 마지막 장까지 시기별로 되어 있는데요. 2017년 12월에 작가님이 8년 만에 집으로 되돌아오셨고, 그때 이미 할머님은 치매 진단을 받고 계셨고, 2019년 가을과 겨울 사이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프롤로그가 이렇게 시작돼요. “1928년 겨울 경기도 안성의 어느 마을에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할머니의 삶을 조망해보는 거예요. 책이 담고 있는 커다란 이야기의 줄기가 두 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중 하나가 프롤로그에서 말하는 부분입니다. 나의 할머니의 삶을 통해서 그 시기를 관통해온 많은 여성들의 역사, 그들의 역사 속에 반영돼 있는 한국사회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분들은 마이크를 갖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이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이야기들이 다 사라져버리니까, 그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하나의 측면이고요. 또 하나는, 치매 노인과 함께 사는 일상이 어떤 모습인가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거예요. 


단호박의 선택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김지호 저 | 더난출판사



저자는 김지호 씨인데요. “코로나19 완치자”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이 분이 같이 밥을 먹었던 친구의 친구가 확진이 된 거예요. 그 친구가 저자한테 전화를 했대요. 그리고 수요일에 검사를 권유하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저자는 자신도 불안하고 혹시 모를 사건에 대비해서 목요일부터 회사에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집에 있었어요. 그리고 토요일에 검사를 받고 토요일 저녁부터 증세가 시작이 됐습니다. 당시 같이 살고 있던 룸메이트가 있었어요. 그 룸메이트는 음성이 나왔고, 그때 같이 밥을 먹었던 친구들 모두 음성이 나왔어요. 저자만 양성이 나온 겁니다. 

증상이 나왔고, 선별 진료소도 갔고, 자기 증상도 설명했고, 병원에 갔어요. 코로나에 걸렸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려야 하니까 전화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일단은 가족한테 이야기를 합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고 굉장히 당황하셨지만 ‘너는 괜찮냐, 많이 아프지 않냐’라고 하고 저자도 ‘괜한 걱정거리를 만들어서 미안하다’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답니다. 그 다음 문장이 “다음은 회사였다”예요. 일단 소속 본부장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지금 병원이라고 하니까 ‘괜찮냐’라는 말을 시작으로 모든 질문이 쏟아지게 됩니다. 어쩌다 걸렸냐, 네가 몇 번 확진자냐, 마스크 썼냐, 어디 갔다 왔냐, 하는 식으로 온갖 질문을 다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자도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지만 성심성의껏 대답을 합니다. 그러고 났더니 인사관리 본부장한테 또 전화를 해야 됩니다. 인사관리 본부장은 상태를 똑같이 물어보는 거예요. 열이 나고 목이 따끔거리지만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랬더니 다음에는 회사가 입점해 있는 코워킹스페이스의 담당자한테 또 전화를 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 이후로도 계속 전화가 걸려오는 거죠. 전화 통화를 하면 할수록 저자한테도 계속 죄책감이 들게 됩니다. 어느새 자신은 죄인이 됐죠. 가족에게 전염병을 옮기는 죄인, 회사에 전염병을 옮기는 죄인, 지역사회에 전염병을 옮기는 죄인이 된 죄책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확진을 받고 나서 계속 병원에 있다가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하기까지 50일 정도의 기록을 담았고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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