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집사들은 언제 예방접종을 하고, 아플 때는 어떤 음식을 먹이며, 어떤 공간을 마련해줘야 할지, 궁금한 것투성이다. 오랫동안 고양이와 함께 해온 경우라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여전하다. 어떤 방법으로 임신과 출산에 대처해야 하는지, 노령묘에 접어드는 아이에게 어떤 영양식을 줘야 하는지, 이별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양이 육아 백과』는 고양이 전문 수의사가 집필한 책으로, 백과사전처럼 방대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았다. 고양이를 처음 데려온 초보, 고양이를 키울까 망설이는 사람, 아픈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노령묘를 어떻게 돌보는지 궁금한 사람까지 모두 유용하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국내 최초로 고양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월령별로 구분해 누구나 쉽게 내 고양이에 맞는 맞춤 케어를 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과 그에 대한 대처법도 상세히 소개한다. 병원에 가기 전, 먼저 내 고양이 상태에 대해 알 수 있으며 홈케어 방법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부산에서 동물 병원을 운영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고양이 육아서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고향인 부산 서동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이 지역이 부산 내에서도 많이 낙후된 지역이라 오래된 주택이 정말 많아요. 아파트 단지와 다르게 주택가에는 길고양이들이 특히 많이 살고 있는데 이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특히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는 분들은 고양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나이 든 고양이를 갑자기 돌보게 된 경우도, 아플 때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았고요. 제가 평소 자료 정리를 좋아하고 정보를 모으거나 분류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이런 자료를 가끔 보호자에게 프린트해주었는데, 마침 출판사에서 월령별로 케어하는 컨셉트의 책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고양이 육아서를 쓰게 되었어요.
병원에 왔던 고양이 중에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으시다면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아이의 사연보다 최근까지 진행되었던 온천냥이 구조단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이 재개발되면서 이 근처에 살고 있던 아이들이 대거 살 곳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사연이 발생했어요. 철거가 시작된 후에는 시멘트 더미에 깔려 죽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이런 사연을 전해 듣고 고양이를 아끼는 사람들이 온천냥이 구조 작업을 시작했어요. 임시 보호를 한 후 새롭게 살 곳을 찾아 주거나 아픈 아이들을 돌봐주는 활동을 진행한 거죠. 저를 포함해 저희 병원 식구들이 온천냥이 구조단 활동을 지원하면서 10개월 넘게 길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동참했어요.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연도 많이 만났고, 보람 있는 일들도 정말 많았습니다. 그 중 특히 기억나는 아이가 있어요. 길냥이의 특성상 임신과 출산을 쉼 없이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병원에 오게 된 아이도 임신 출산을 반복하면서 몸이 쇠약해져 쓰러진 상태였는데 검진 결과 배 안에 태아가 사산된 채 방치되어 있었어요. 다행히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해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죠. 온천냥이 구조단 활동이 없었다면 아마 이 아이는 길에서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했을 거예요. 이런 아이들이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활동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죠.
혹시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까요?
책에 이미 적어둔 내용인데요. 의외로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 중에 털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저도 고양이 털 알레르기 때문에 기침을 많이 해서 고생을 좀 하고 있는 경우예요. 그래서 누구보다 이런 분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어요. 내 몸이 이렇다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든 고양이와 잘 어울려서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죠.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사람의 10% 정도가 털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흔히 고양이 털 알레르기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털이 아니라 고양이 침과 피지가 문제를 일으키는 거예요. 고양이는 그루밍을 할 때 자기 털에 침을 묻히곤 하는데 이것이 사람에게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거죠.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다른 사람보다 집을 자주 청소하고 고양이 털 관리를 열심히 해줘야 해요. 목욕도 더 자주 시켜야 하고요. 고양이 털을 자주 빗질해주면 침과 피지가 묻어 있는 털들이 일정 부분 정리가 돼서 알레르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돼요. 또 아직 입양 전이라면 러시안 블루가 털 알레르기를 조금 덜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으니까 참고하셔도 좋을 듯해요.
매일 집을 비우는데, 고양이가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까요?
요즘 혼자 자취하는 분들이 고양이를 정말 많이 키우시더라고요. 고양이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 키울 만하다고 생각하시는데, 강아지에 비해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뿐이지 고양이도 외로움을 타긴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양이를 입양하면 함께 사는 고양이가 힘들어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분양 전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매일 밥과 간식을 챙겨주고 화장실 청소를 해줄 시간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분들, 특히 3일 이상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잦은 분들은 그 기간 동안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서브 양육자가 있는지 등도 반드시 체크를 해둬야 합니다.
고양이도 그렇고 동물들에게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지 말라고 하잖아요. 왜 그런지 궁금해요.
사람이 먹는 음식,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찌개나 생선 요리에는 고양이에게 해로운 양파, 마늘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런데 단순히 양파, 마늘 같은 식재료 때문에 사람 음식을 경계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 음식은 간이 세서 자칫 이런 음식에 맛을 들인 고양이는 전용 사료나 간식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있어요. 전용 음식을 멀리하는 고양이는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 쉬워요. 또 사람용 참치캔이나 우유도 장기섭취를 피해야 해요. 사람용 참치캔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고양이는 불포화지방산을 대사하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거든요. 이를 장기섭취하면 비타민E 파괴 및 체내 지방을 산화시켜 황색지방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또, 고양이는 유당 분해 효소가 적어 사람용 우유를 먹이면 설사를 하기 쉬운데 아기 고양이의 설사는 탈수 증세 때문에 아주 위험해요. 여러 모로 사람용 음식은 멀리하는 게 좋은 셈이죠.
집사들이 꼭 알아야 할 응급 사고 대처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3가지 정도만 알려주세요!
찔리거나 물린 경우, 뜨거운 것에 데인 경우, 오줌을 못 누거나 혈뇨를 누는 경우를 나눠서 설명해 드릴게요. 먼저 뾰족한 것에 찔리거나 다른 아이에게 물렸을 때 가장 중요한 초기 대처법은 소독이에요. 상처 부위가 작다면 해당 부위의 털을 깎고 소독을 진행한 후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만으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요. 하지만 상처 부위가 크고 깊다면 항생제 주사나 약을 먹이는 것이 좋아요. 이 경우에도 집에서 얼마나 빨리 소독을 진행했느냐가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고를 당했을 때는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독을 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뜨거운 것에 데인 경우에는 상처 부위를 찬물로 식히는 게 중요해요. 화상 입은 부위를 흐르는 물에 5분 이상 대고 있으면 상처 부위의 온도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어요. 또 고양이들에게는 배뇨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가 의심될 경우 보호자는 병원에 오기 전 1차적인 체크를 먼저 해봐야 해요. 오줌을 누려고 해도 눌 수 없는 상황인지, 누긴 하지만 시원하게 못 누는 상태인지,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오줌을 누지 못하는 경우라면 응급상황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이 경우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응급 대처법이에요.
고양이는 대략 몇 살까지 살 수 있나요? 우리 고양이와 더 오래 함께 지내기 위해서 집사가 해야 할 일은 뭐가 있을까요?
노령묘를 키우는 보호자들이 많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에요. 요즘은 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사람과 비교하면 고양이의 생활주기는 상당히 짧은 편이에요. 20세 이상 장수묘를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아직 수치적인 통계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보통 고양이는 15~18세 정도까지 사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거예요. 우리 고양이의 장수를 돕고 싶다면 특별히 좋은 것을 많이 먹이기보다 꾸준히 잘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아요. 나이가 들어서 식사량이 줄었다면 평소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꼼꼼히 챙겨주면서 토핑 등에 신경을 써줘야겠죠. 또 놀이와 운동을 귀찮아 하는 노령묘를 자꾸 움직이게 하지 말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애정과 온기가 담긴 손길로 자주 쓰다듬어주면 아이들이 행복감을 많이 느껴요. 나이 많은 아이를 돌볼 때는 노령묘에 맞는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써줘야 해요. 화장실 앞에 디딤돌을 놓아주거나 밤에 수면등을 켜주는 등 신체능력이 저하된 아이들을 위해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죠. 또 어릴 때보다 빗질도 자주 해주고 털 관리, 눈곱 정리 등에도 신경을 써줘야 해요. 그렇게 아이를 편안하게 돌봐주면 스트레스가 줄기 때문에 건강에 도움이 돼요.
* 이준희 부산에서 태어나 전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미국 수의사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ECFVG 중 Step 3를 합격했으나 미국으로 떠나는 대신 고향에 안착했습니다. 현재 부산 서동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으로 근무하며 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치료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해 다양한 매체에 동물 관련 칼럼을 게재하며 ‘글 쓰는 수의사’로 활동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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