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김민경의 얼굴 : 타고난 천재, 욕심을 발견하다
그 댓글창에서 김민경의 외모나 체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논의되는 건 오직 김민경의 경이로운 신체능력과 그를 통한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가 뿐이다.
글ㆍ사진 이승한(TV 칼럼니스트)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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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맛있는 녀석들>의 디지털 스핀오프 <오늘부터 운동뚱>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김민경이 첫 주자로 뽑혔을 때, 유민상은 “김민경 비키니 가자!”라고 외쳤다. 양치승 관장이 “더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지, 어떤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사실 ‘운동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유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헬스클럽 전단지들은 온통 살을 얼마나 뺐고 그래서 몸이 얼마나 예뻐졌는가를 강조하는 사진들로 도배가 되어 있고, 여름이 다가오면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어야 하니 살을 빼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당연한 상식처럼 유통된다. 운동의 목표는 미가 아니라 건강함이라고 이야기를 하면, 은근슬쩍 돌려서 ‘건강한 아름다움’이라 다시 말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뻔하다. 운동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거란 거겠지.

그러나 타고난 근골인 김민경의 운동 방향은 다르다. 양치승 관장과 티격태격하며 근력운동을 하는 김민경은 프로그램 연장을 놓고 담당 PD와 ‘3대 500(스쿼트, 벤치 프레스, 데드 리프트의 3대 근력 운동의 중량 합계가 500kg을 넘기는 것을 이르는 파워리프트 계의 속어)’ 대결을 하고, 레그 익스텐션 기구의 최대 중량을 넘기고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자 원판을 추가로 얹어 기록 갱신에 매진한다. 처음 시작이야 울며 겨자먹기였을지 몰라도,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운동한다는 핑계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건강한 성취욕이 들어와 앉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 해보려는 승부욕. 김민경은 양치승 관장에게 ‘무게 더 올려보라’고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전국에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다 유튜브 댓글창으로 달려와 그런 김민경에게 경외의 인사를 남긴다. 그 댓글창에서 김민경의 외모나 체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논의되는 건 오직 김민경의 경이로운 신체능력과 그를 통한 성취가 얼마나 대단한가 뿐이다.

시즌 1에서는 10회 연장을 하네 마네를 놓고 PD와 신경전을 벌이던 김민경은, 어느 순간 얼렁뚱땅 연장된 프로그램을 너끈히 소화한다. 김동현의 이종격투기 도장에 가서 트레이닝을 받은 첫 날 3분 스파링 7라운드를 뛰고 실전 스파링 3라운드를 소화하는가 하면, 심으뜸의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찾아가서는 내심 품고 있던 욕심을 고백한다. “필라테스는 날씬하고 예쁘신 분들만 할 수 있나?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좀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그리고 운동 천재 김민경은 욕심을 부린 만큼 고스란히 증명해낸다.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통해, 오로지 그 재능만으로 세상 만인의 경탄을 산 운동천재는, 이제 욕심을 부리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내다본다. 타고난 재능이 불타는 승부욕을 만나면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어쩌면 앞으로의 김민경에겐 더 놀라운 일들이 더 많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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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TV 칼럼니스트)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