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불후의 칼럼 > 박희아의 비하인드 아이돌
유일무이 작사가, 데이식스(DAY6) 영케이(Young K)
일상의 사랑을 고백하는 영케이
멤버들이 각자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데이식스가 쓰는 이야기의 얼개를 잡는 영케이의 역할은 늘 안정적이며, 능력은 늘 돋보인다. (2020.05.27)
아이돌 전문 저널리스트 박희아가 아이돌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소개하는
<박희아의 비하인드 아이돌>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데이식스의 음악은 늘 담백하다. 그들 발표한 수 장의 앨범은 자신들이 써온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듯이 차근차근 성장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가장 크게 히트한 그들의 노래 '예뻤어'는 콘서트 취재 자리에서 금세 자리를 뜨는 기자들 사이에서조차 "'예뻤어'는 듣고 가야지"라고 말할 정도로 데이식스라는 팀이 만드는 러브송의 정수를 담고 있다. 상대에게 "지금 이 말이 / 우리가 다시 / 시작하자는 건 아냐"라며 메시지를 보낸 한 청년은 "다 지났지만 / 넌 너무 예뻤어"라는 말로 어떠한 강요도 없이 끝을 맺는다. 어쩌면 존재했을 약간의 미련도 상대에게 부담이 된다면 더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시그널. 이 곡은 본격적으로 사랑에 관해 말하는 [The Book of Us]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10대에서 한 명의 어른으로의 성장하고 있는 청년을 보여주는 상징성 짙은 곡이었다.
그리고 이 곡의 가사를 쓴 영케이(Young K)는 데이식스가 발표한 대부분의 곡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데뷔 전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에서 "어때 넌 어떻게 하고 싶니 /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일지 / 중간에 금방 에러가 날 것인지"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소위 '나쁜 남자'의 역할을 수행했던 그는 '예뻤어'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선택권을 상대에게 넘겼다. 나의 이 메시지를 듣고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아닐지는 당신의 선택이라고, 그저 "넌 너무 예뻤"을 뿐이라고. 이런 그의 태도는 최근에 발매한 [The Book of Us : The Demon]에 이르러 "숨을 죽이고 너의 대답을 기다릴게 / 턴을 너에게 넘긴 채로('Love me or Leave me')"에서 디몬으로 인해 망가진 에너지의 균형조차 상대에게 되돌려줄 것을 부탁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앞선 앨범 [The Book of Us : The Entropy]에서 "니가 등장하면서부터 / 내 삶과 꿈 미래 그 모든 게 / 바뀌어('Sweet Chaos)"라고 외치던 열정은 어느새 "오늘도 면도 안하고 나왔네란 / 말 한 마디에 왜 이렇게 찔리냐"는 권태로 변하고, 결국 맞이한 이별 뒤에서 영케이는 다시금 멍하니 상대를 바라보는 태도를 취하고 만다.
이처럼 일관된 가사의 흐름은 영케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일상 속 사랑의 단면들을 부각시킨다. 그의 글 속에서는 대단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케이는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평이한 말들을 나열하면서 '턴'이나 '좀비', '허수아비' 같이 귀에 들어와 박히는 몇몇 핵심적인 단어들로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를 꺼리지 않는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 그리고 다양한 성향을 지닌 여러 보컬은 그가 만들어놓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시원하게 뱉어내며 그 솔직함이 데이식스가 말하고자 하는 일상성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래서 데이식스는 세련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밴드도, 애교가 가득하고 귀여운 아이돌 밴드도 아닌, 그렇다고 흐트러진 머리로 거친 말들을 쏟아내거나 추상적인 언어로 현재를 몽롱하게 만드는 어떤 밴드의 모습도 닮지 않은 데이식스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글을 써서 대중 앞에 내놓는 영케이가 있다. 멤버들이 각자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데이식스가 쓰는 이야기의 얼개를 잡는 그의 역할은 늘 안정적이며, 능력은 늘 돋보인다. K팝 산업에서 이런 보이밴드와 멤버의 존재는 특별하고 소중하기에 한 번 더 강조한다. 데이식스와 영케이는 아직까지 이 산업에 유일한 아티스트다.
데이식스가 발표한 앨범들데이식스 (DAY6) - 미니앨범 6집 The Book of Us The Demon 데이식스 (DAY6) - 정규 3집 The Book of Us Entropy |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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