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인 윤성근이 쓴 『서점의 말들』을 읽다가 오만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초보 서점인은 쓰지 못했을 이야기, 현실과 감상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저자의 글을 읽다가 익숙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팔리는 책보다는 팔고 싶은 책이 중요합니다. 항상 그걸 봅니다. 그다음은 어찌 되든 상관없어요." 오래전 읽었던 책 『서점은 죽지 않는다』 에 나오는 문장이다.
글귀가 인쇄된 페이지를 휴대폰으로 찍고 나서 ‘책’을 ‘사람’으로 바꿔보았다. “인기 많은 사람보다 내가 좋아하는!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항상 그걸 봅니다. 그다음은 어찌 되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상관없나? 책이 안 팔려도 상관없다고? 내가 추천한 사람이 인정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도저히 “네”라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쓰디쓸 때가 있다. 아무리 봐도 이 사람이 더 성실한데, 더 정직한데, 더 좋은 사람인데 인기가 없다. 반면 타고난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다. 속상하다. 안타깝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다르다. 아쉽지만 인정해야 한다. 대중이 더 좋아하는 사람을, 대중이 더 좋아하는 책을.
‘너무 좋은 책인데 잘 팔리진 않겠다’고 생각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걸 보지 못했다. ‘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인데 큰 인기를 얻진 못하겠다’고 예상한 사람이 스타가 되는 걸 본 일이 없다. 성공을 위해서는 대중이 선택할 책, 다수가 사랑할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착한 사람, 더 좋은 사람들을 눈여겨보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정답은 없다. 어떤 책, 어떤 사람이 영원히 ‘더’ 좋다고 단언할 수 없으니까. 세상도 바뀌고 내 마음도 바뀔 테니까. 다만 바라는 건 시간을 조금 내어 속살을 보려고 노력하는 일, 가려진 책을 들쳐보고 숨은 사람을 무대에 올려 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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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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