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제의 호러’를 보여주는 생활 SF 단편집 『지상 최대의 내기』 , 톨콩이 전하는 ‘스트리밍 시대의 책읽기’에 대한 생각, ‘얼씨(earthy)’한 이야기를 담은 책 『이파브르의 탐구생활』 을 준비했습니다.
톨콩 : 오랜만에 특집 방송입니다. 엄청난 반응을 몰고 왔던 『해리포터』 특집 이후로 다시 찾아왔는데요. 이번 특집의 주제는 무엇인지, 단호박 님께서 소개해주시겠습니다.
단호박 : 이번에는 ‘북클럽’과 음악 플랫폼 ‘FLO’ 제휴 기념 특집입니다. 북클럽은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eBook을 한 달 주기로 대여해서 마음껏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북클럽’과 음악 앱 ‘FLO’가 제휴를 맺어서 ‘북클럽’과 ‘FLO’를 동시 이용하는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톨콩 : 얼마인가요?
단호박 : 두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데 9,900원!
그냥 : 꺄아! 만 원도 안 되는 가격! (웃음)
단호박 : 저희는 오늘 책과 음악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지상 최대의 내기』
곽재식 저 | 아작
이 책은 곽재식 작가의 단편집인데요. 첫 번째 나오는 작품이 웹진에 실린 적이 있어요. 제목이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인데요. 예전에 『일의 기쁨과 슬픔』 으로 장류진 작가님이 <김하나의 측면돌파>에 나오셨을 때 사이트를 폭파시킨 적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곽재식 작가의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도 사이트를 폭파시킨 적이 있는, 매우 바이럴 되었던 작품입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스타트업 호러’라고 했었잖아요, 「초공간 도약 항법의 개발」은 ‘관료제 호러’예요.
내용이 뭐냐 하면, 어떤 연구원이 국가에 자료를 제출해야 되는 거예요. 이 보고서가 너무 방대하고 양이 많아서 마지막의 요약 부분을 쓰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본 연구의 초공간 도약 항법을 적용하면 이론적으로 1MWh 에너지로 100kg의 질량을 1광월 거리 이동시키는 데 2.2초의 준비 시간이 소요되며, 실패 확률은 2천분의 1 이하로 관리 가능하다“라는 문장이 나와요. 그리고 주말 동안에 보고서를 보내는데, 주말이 지나고 나서 중간 관리자가 이걸 보게 된 거죠. 그리고 연구소로 전화를 해요. ‘지금 정부에서 보고서 쉽게 쓰라는 명령 내려온 거 모르냐, 이런 식으로 쓰면 어떻게 이해를 하냐’ 그래서 쉽게 고쳐요. 고치는 동안에 다른 연구자가 오더니 ‘실패 가능성이 2천분의 1 이하라는 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실패할 확률이 있다’고 고쳐라’라고 해요.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있다’라고 고쳐요. 그랬더니 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 ‘실패면 실패고 성공이면 성공이지 확률이 있다는 건 뭐냐,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열 번 넘게 고치는 장면이 나와요. 이걸 따라가다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나는 거죠. 그런데 고치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투가 다 어디에서 본 듯한 말투인 거예요. 정말 현실하고 밀접하게 닿아 있고요. 곽재식 작가가 주로 SF를 쓴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정말 ‘생활 SF’예요. 몸서리를 치면서 보게 돼요. 이것은 현실입니다.
저는 곽재식 작가가 한국의 정수 같은 것을 드러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케이니스’가 너무 대단한 작가 같아요.
음악을 같이 소개한다고 했는데 ‘케이니스를 가장 잘 표현한 음악이 뭘까’ 생각을 해봤어요. 그렇게 키치스러운 작품은 아닌데요. 제가 작년에 이 곡을 듣고 ‘이것은 올해의 내 곡이다, 2020년까지 내 곡이 될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 온다」라는 작품입니다. 제가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음악만 들은 게 아니고 네이버에 ‘온스테이지’로 봤는데요. 댄스 컴퍼니와 콜라보를 해서 이날치 밴드가 노래를 부르고 댄스 컴퍼니가 춤을 추는데, 이 세상 케이니스가 아니에요. 정말 놀랍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스트리밍 시대의 책읽기에 대하여
저는 ‘삼천포책방’ 사상 최초로 책을 추천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북클럽’에 있는 책들 중에 돌아보다가, 제가 예전에 참 좋게 읽었던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을 소개해야겠다 싶어서 준비를 하다가, 생각해 보니까 그 책은 종이로 읽는 맛과 조금 다르다 싶은 거예요. 스트리밍 시대에, eBook을 읽을 수 있는 시대의 독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보통 우리가 종이책을 사게 되면 그것을 집에다 갖다 꽂아 놓죠. 그러면 그걸 되팔거나 내다 놓거나 버리지 않는 동안은 그 책은 우리에게 환경이 됩니다. 실체로써 우리 집 안을 차지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eBook을 읽는다는 것, 특히나 무제한으로 eBook을 읽는다는 것은 종이책을 한 권씩 사서 ‘샀으니까 끝까지 읽어야 된다’고 하는 개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거죠. 저는 종이책을 살 때는 시간을 많이 들여서 내가 이 책을 정말 잘 읽을 것인가를 많이 고민해서 그 책을 고민해요. 일단 구입을 했으면, 이 책 때문에 나무가 베어진 거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최대한 이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책임감 같은 걸 갖게 되는데요. 여기에서 완전히 놓여나게 되는 거죠. 그냥 eBook을 따로 따로 결제해서 읽는 것보다도 훨씬 자유로운 게, 두 페이지만 읽어도 되는 거잖아요. 읽다가 ‘이거 아니네’ 하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버려도 되기 때문에.
저는 이번에 아주 신나는 독서를 했는데요. 일단 북클럽에 들어가서 ‘분야 전체보기’에서 장르를 보는 거죠. 그 중에서 저는 ‘가정 살림’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에는 결혼/가족, 육아, 요리, 성/사랑, 임신/출산, 자녀교육 등이 있는데 그 중에 ‘집/살림’이 있어서 들어가 봤어요. 그랬더니 『1일 1분 정리법』 , 『미니멀라이프 청소와 정리법』 , 『미니멀라이프 시간과 돈 사용법』 , 『나는 오늘 책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등등의 책들이 쫙 나오는 거죠. 제가 얼마 전에 오프라인 서점에 갔다가 ‘정리’ 코너를 봤더니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책들이 많이 꽂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살까 하다가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정리 책을 사면 그 책을 또 정리해야 되는 거죠. 그러면 미니멀라이프에 어긋나는 거예요. 내가 이 책을 들임으로 인해서 또 물건이 생기는 거니까. 그래서 안 사고 왔는데, 북클럽을 보고 ‘오호라, 이걸로 읽으면 되잖아’ 싶었어요. 그래서 이 책 읽었다가 저 책 읽었다가, 원하는 부분만 읽고 관심 없는 부분은 패스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고, 이런 식으로 쭉쭉 읽었어요.
스트리밍 시대의 독서법이란 어떤 것인가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북클럽과 FLO가 한 달에 9900원인데 한두 권만 읽어도 9900원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훑어본다는 생각으로 한 번 경험 해보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저는 FLO를 이번에 처음 사용해봤는데요. 청소/정리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어떤 곡을 듣는 게 좋을까 생각을 했어요. 약간의 리듬감이 있으면서, 청소를 할 때 너무 처지면 안 되잖아요. 너무 심오해도 안 되고요. 그래서 적절한 곡들을 찾다가 제가 가져온 곡은 ‘선셋 롤러코스터’라는 밴드의 음악입니다. 예전에는 팝을 듣는 사람들이 영미권 음악을 많이 들었죠. 최근에 음악을 열심히 찾아 듣는 사람들은, 영미권의 음악도 여전히 많이 듣지만, 최근의 경향이랄까요 신흥 강자들이 많아요. 대만 밴드, 인도네시아 밴드도 있고요. 그 중 하나가 대만의 5인조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인데요. FLO에서 ‘선셋 롤러코스터’를 검색하면 제일 위에 나오는 곡이 「My Jinji」예요. 이 곡을 한 번 들어보십시오. 정말 명곡입니다. 이 앨범 전체를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냥의 선택
『이파브르의 탐구생활』
이파람 저 | 열매하나
‘이파브르’가 작가님의 별명인데요. 작가님이 서른 살 되던 해에 자신의 이름을 ‘이파람’으로 바꾸셨다고 해요. 잎새와 바람을 뜻하는 말인데 자연의 흐름대로 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파브르의 탐구생활』 은 이파람 작가님이 ‘참참’이라고 부르는 남편과 2년 동안 시골 생활을 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작가님이 자급 생활에 관심이 많은 분인데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에서 우리 힘으로 생활해 보자’라는 생각이 있으셨던 거예요. 남편 분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결혼 후에 도시를 떠나 강원도 홍천으로 가서 살게 되었고, 그 처음 2년 동안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작가가 자연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보니까 풀벌레를 만나도 같이 잘 지내기 위해서 들여다보는 거예요. 작가님이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보니까 그림도 그리고요. 그 모습을 보고 친구가 ‘이파브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 합니다.
목차부터 말씀드리면 ‘겨울, 봄, 여름, 가을’로 되어 있어요. 사계절 동안 작가에게 일어난 일상적인 사건들, 시골의 풍경과 정취, 시골 사람들이 계절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나와 있는데요. 음식 해먹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와요. 작가님 말씀으로는 식물을 볼 때 ‘먹을 수 있는 것인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하는데요(웃음). 이 식물을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를 생각하면 농사에도 또 다른 재미가 붙는다고 해.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를 알면 생명의 순환을 인지하는 하나의 사건이 되고요.
이 책은 정말 ‘earthy’ 하다고 생각하는데요. earthy 한 음악을 찾기 위해 고민을 했습니다(웃음). 제가 알고 있는 노래 중에 자연의 명칭이 많이 나오고 최근에 많이 듣고 있는 노래로 가지고 왔습니다. 김윤아의 「봄이 오면」 피아노 버전입니다. ‘봄이 오면 당신과 나와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라고 말하는 노래예요. 이 곡이 기타 버전도 있는데 그건 처량한 분위기가 있어서(웃음), 피아노 버전을 들으시면서 이 책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