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열어주는 세계가 담긴 책 『배움의 발견』 , 함께 사는 따뜻한 이야기를 기록한 『고양이와 할머니』 , 시와 같은 꿈을 만날 수 있는 소설 『해몽전파사』 를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저/김희정 역 | 열린책들
타라의 부모는 아주 독실한 모르몬교도들이고 서바이벌리스트예요. 세상에 종말이 오고, 우리는 그럴 때에 대비해서 준비를 완벽하게 해놔야 된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광신도 같은 사람들이에요. 특히나 편집증적인 아빠가 있고, 그 아빠의 세계에 매료돼서 결혼해서 점점 세계가 좁아지고 있는 엄마가 있어요. 그게 어린 시절의 타라의 기억이에요.
타라는 일곱 남매 중의 막내입니다. 어린 시절 내내 학교를 단 한 번도 가지 않아요. 이곳은 아이다호의 깡시골이고 벅스피크라고 하는 봉우리가 위쪽에 있어요. 문명과 많이 절연돼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자연에서 받는 혜택도 분명히 크게 있죠. 하지만 점점 이 문제는 커지죠. 아이는 나이가 들어가는데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부모는 어떤 믿음에 편집광적으로 집착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아빠는 폐철처리장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온갖 고철 덩어리들이 쌓여 있고 거기에서 이런 저런 걸 분류해서 파는 일을 하는데, 아이들을 학교도 안 보내고 일손으로 부려먹어요. 이 아빠는 종말이 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분 1초가 급한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아주 무겁기도 하고 위험한 철 덩어리들을 통에 가져다 넣을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해서 멀리서부터 집어던지는 거예요. 그게 어린 타라의 머리 쪽으로도 날아오고요. 거기에 놀라서 타라가 넘어지면서 소리를 지르는데도 아빠는 너무 급하고 정신이 없어서 계속 날카롭고 위험한 것들을 집어던지는 거죠.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요.
이 책의 간략한 줄거리가 뒤편에 나와 있습니다. “열여섯 살까지 학교에 가본 적 없던 소녀가 케임브리지 박사가 되기까지”라고 적혀 있어요. 앞부분에는 타라가 열여섯 살 이전까지 얼마나 고립되어 있었는지, 자신의 삶이 돌아가고 있던 세계가 어떤 세계였는지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타라가 공부를 해서 모르몬교도들이 많이 가는 브리검 영 대학교에 들어가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나라에도 산골에서 아주 옛날 방식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죠. 거기에서 태어나서 자란 아이가 지금 우리 옆에 왔다면, 얼마나 다른 게 많고, 안 통하는 게 많고, 충격 받는 게 많을까요.
그런데 타라는 영특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나중에 케임브리지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영국으로 가게 됩니다. 대학교에 가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과 접점이 생기면서 아빠와 엄마의 세계가 얼마나 협소한 것이었나를 점점 깨달아 가게 되고, 그러다가 머나먼 영국, 캠브리지까지 가게 됩니다.
자신의 지적 능력과 집중력, 경험, 넓어진 세계를 통해서 어렸을 때 받았던 교육 체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계속 맞서 싸우는 이야기예요. 타라는 지금도 분투하고 있는 중인데,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유려하게 써줬다는 게 너무 고마웠어요.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고요. 여성들이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 배움이라고 하는 게 어떤 것을 열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웅변 같은 게 간접적으로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냥의 선택
『고양이와 할머니』
전형준 저 | 북폴리오
전형준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레나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예요. 주로 길고양이들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데, 표지 사진의 주인공인 고양이 ‘찐이’로 인스타그램에서 더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작가가 자신의 동네와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동네에서 할머니와 고양이를 5년여 동안 촬영하고 기록한 게 『고양이와 할머니』 라는 포토에세이입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할머니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요. 저는 이 책에서 공생의 감각을 본 것 같아요. 그건 사랑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요. 책 속에 스러져 갈 마을의 모습이 나오고, 삶에서 스러져 갈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고, 스러진 마을에 홀로 남은 고양이들의 모습이 나오는데요. 결국 우리는 다 스러져가는 존재인데, 그 안에 사랑이 있고 연민이 있어서 단단히 지탱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 자체가 희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색이 굉장히 선명하고 쨍한 느낌이에요. 앞쪽에 있는 고양이에 포커스를 맞추고 뒤의 배경은 날리는 식으로 촬영된 사진들이 많아요. 작가가 길고양이 사진을 찍던 초창기에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그런 말을 했대요. 고양이 사진 찍는 건 좋은데 아이들 불쌍하게 찍지는 말라고요. 열심히 사는 아이들인데 너무 불쌍하게만 보지 말라고요. 처음에는 그 말이 기분 좋지 않았지만 계속 생각에 남았대요. 그래서 집에 돌아와 그 날 찍은 사진을 다시 봤는데 섣부른 연민과 동정이 보이는 것 같아서 다 지웠다고 해요.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고양이들은 우울하거나 비참해 보이지 않아요. 전형준 작가 사진의 또 다른 매력이에요.
책을 넘겨보시면 깜짝 선물을 발견하실 수도 있는데요. 고양이 사진이 인쇄된 투명 책갈피가 들어 있어요. 마음도 따뜻해지고 굉장히 즐거워지는 책이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해몽전파사』
신해욱 저 | 창비
신해욱 시인이 쓴 이야기입니다. 신해욱 시인은 제가 좋아하는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해서 작가 이름을 보고 ‘이 분이 소설도 쓰신단 말이야?’ 하고 읽기 시작했고요. 실제로 소설을 내신 건 처음인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전에 산문집을 내기는 하셨는데, 책 뒤에서도 말씀하시지만 소설을 쓸 생각은 아니셨다고 해요. 문래동에서 강독회를 하면서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를 같이 읽으면 어떨까 하다가 직접 꿈 일기를 써서 같이 읽어보자고 주제가 변경됐대요. 다른 작가들도 모셔서 꿈을 모아가지고 책자를 만들었는데 그 책자의 이름이 ‘꿒은숨’이에요. ‘꿈은숲’에서 꿈과 숲의 받침을 바꾼 거예요. ‘꿒은숨’을 가지고 강독회를 했다고 하고요. <문학3>에서 연재 제안이 들어와서 이 일기를 포괄하는 틀을 잡아보려고 하다가 점점 두꺼워져서 이야기가 됐다고 합니다.
줄거리를 이야기 해드리자면, 주인공이 길을 오가다가 ‘해몽전파사’라는 이름의 굉장히 낡은 전파사를 보게 되는데요. 어느 날 집에 있던 고장 난 헤어드라이어가 생각난 거예요.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에 고장 난 헤어드라이어를 가지고 해몽전파사에 갔는데 문은 닫혀 있었고 유리창에 ‘각종 꿈 매입. 몽몽 교환 프로젝트’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그리고 019로 시작하는 번호가 쓰여 있는 거죠. 너무 낡은 가게에 너무 낡은 글씨로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 ‘뭐야, 이게?’ 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문자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바로 답장이 와서 ‘2층으로 올라오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2층을 보니까 희미하게 불빛이 켜져 있는데, 그곳으로 올라가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2층에 올라가 보니까 낡은 방이 있고 한 여성이 있었어요. 주인공의 꿈속에 ‘흑진주’라고 불리는 여자가 나오는 꿈이 있었는데, 2층에 있는 여성이 꿈 이야기를 듣더니 ‘내가 그 흑진주 씨인 것 같네요’라고 하면서 실제로 꿈 값을 주는 거예요. 이후로 주인공은 계속 2층을 오가면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돼요.
어느 날 해몽전파사의 주인인 진주 씨가 암에 걸렸다고 하면서 주인공한테 제안을 해요. 자신은 치료를 위해 가야 하는데 못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만약에 천 개의 양질의 꿈을 모아오면 주인공한테 이 가게를 주겠다고 해요. 주인공을 꿈을 모으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설아씨, 삼월씨 등 여러 사람들이 이 장소에 등장하게 됩니다.
이야기를 지은 사람이 시인이어서 그런지, 중간 중간 인물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서 기록한 부분이 있는데, 이 꿈 기록이 ‘시’인 거예요. 이런 꿈들이 이야기들 사이에 있으니까 이것 자체가 시 같기도 하고, 이것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시를 표현하는 메타적인 표현이 되기도 하는 거죠.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