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특집] 은행나무 최민유 “가벼운 책, 깊은 글”
‘내가 좋아하는 게 곧 내 삶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했다. 하는 일이든, 물건이든, 취미든 나를 지배하는 한 가지를 통해 삶을 담아내려 한다.
글ㆍ사진 정다운, 문일완, 류진
20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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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유 은행나무 ‘라이킷’ 팀장

 

 

라이킷(lik-it) 시리즈가 숏-폼이라는 데 동의하나?


원고 매수가 기준이라면,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책 한 권에 200자 원고지 기준 400매에서 600매 사이 분량인데, 읽기도 그렇지만 쓰는 사람도 ‘그 정도면 쓸 수 있겠다’ 싶은 길이라고 본다. 우리 필자들 대부분이 책을 처음 내거나 전문 작가가 아니다.

 

‘생활 애호 에세이’란 무엇일까? 시리즈에 담고자 한 메시지가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게 곧 내 삶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출발했다. 하는 일이든, 물건이든, 취미든 나를 지배하는 한 가지를 통해 삶을 담아내려 한다.

 

은행나무로 출간하지 않고 독립 브랜드를 따로 꾸렸다. 기획 의도는 뭔가?


팔리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그간 에세이를 꾸준히 출간하면서 주목받지 못하거나 금세 잊히는 이유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시리즈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브랜드를 따로 꾸린 이유는 은행나무 이미지와는 다른 시리즈를 만들고 싶어서다. ‘발랄하고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독립 출판물’이 목표였으니까. 기획이 구체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책’으로 결정했다. 작은 외형이라면 무거운 이야기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독자를 ‘낚고’ 싶기도 했고.(웃음) 읽기 만만해 보이고 예뻐서 샀는데, 막상 읽어보니 깊이도, 울림도 있는 책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숏-폼이라서 더 빠르게, 쉽게 만들 수 있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라이킷을 브랜딩하는 과정에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 짧은 콘텐츠일수록 정체성이 분명하고 강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가 짧다고 해서 쉽게 쓰거나, 시집이 얇다고 해서 쉽게 편집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또 저자가 전문 작가가 아니다 보니 기획하고, 원고를 쓰는 그들을 격려하고, 글을 다듬어서 책으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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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이라도 책은 책이다.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는 책을 잘 안 읽는다. 읽게 하기 위해 어떤 고민과 시도를 했나?


한 편의 글을 짧은 호흡으로 편집했다. 한두 페이지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되, 읽는 사이에 몰랐던 것을 알게 되거나 환기할 수 있도록. 동시에 연달아 읽었을 때 드러나는 맥락에서 글쓴이가 말하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누가 읽으면 좋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은 사람, 존재가 흔들리거나,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내가 너무 괴짜같이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한 사람.

 

숏-폼 책으로 독자를 사로잡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진정성. 그런 건 짧은 글일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한 편의 좋은 시가 빛나듯이.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장수연 저 | Lik-it(라이킷)
다양한 음악 매체들이 쏟아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라디오 방송 피디의 낭만과 지리멸렬한 애정을 담았다. 한 자유로운 영혼의 삶에 제재를 가하는 회사를 향한 은밀한 복수로서의 사적인 책 읽기와 글쓰기의 결과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딴짓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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