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벌거숭이」의 지코가
‘가사 한 자 한 자에 공을 들여’라는 「극」 역시 같은 단점을 공유한다. 스스로가 ‘아이돌이었다 래퍼였다’의 프레임을 의식하고 거듭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나, 이미 능력 있는 프로듀서이자 래퍼로 자신을 각인한 상황에서 곡의 당위는 흐리고 커리어에 중요할 지점이 될 만큼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지도 못한다. 「Soulmate」의 안티테제 「One-man show」도 마찬가지. 어두운 무드의 피비 알앤비 트랙에서 차분한 톤으로 허무한 관계를 고백해나가다 과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랩이 매끄럽지 않고, ‘싸이월드 시절도 이 정도 감성충은 아녔어’는 지나치게 가볍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들어간 「걘 아니야」와 「사람」이 흥미롭지는 않더라도 안정적인 면모를 보이며 아티스트의 가치를 유지한다. 자이언티와 피제이의 콜라보 「나비야」가 겹쳐가는 「걘 아니야」에서 곡의 주도권을 쥐고 조곤조곤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 모습이나, 블락비의 「Toy」를 솔로로 옮기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사람」에서 선명한 멜로디로 청춘의 고뇌를 토로하는 면모가
‘자신을 마주 보는 솔직한 이야기’라는 앨범 설명과 달리 이 작품의 지코에게선 부담감이 느껴진다. ‘나 이만큼 잘해!’를 과시하려 부풀린 자아, ‘사실은 불안하기도 해’라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 자아 모두 선뜻 공감 가진 않는다. 꾸미지 않은, 숨기지 않은 진솔한 감정을 듣고 싶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