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이 공간 속에 인간들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지만, 우리가 자주 못보고 사는 머리 위 하늘에는 수많은 새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뒷산만 올라가봐도 이름 모를 다양한 새들을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새들이 무얼 먹고 사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새와 자연을 관찰해서 그림과 글로 기록하는 작업을 뚝심 있게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이우만 화가가 『새들의 밥상』 이라는 세밀화 도감으로 우리의 작은 이웃, 새의 밥상에 대하여 소개합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화가는 작업실 가까이 있는 서울 봉제산에서 만난 새 49종과 새가 먹는 먹이를 관찰한 내용을 생생한 글과 아름다운 세밀화로 담았습니다. 참새와 까치부터 흔하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잘 모르고 지나치곤 하는 박새나 직박구리, 오색딱다구리 같은 텃새, 봄가을에 뒷산에 잠깐 들르는 동박새나 솔딱새 같은 나그네새, 봄에 뒷산을 찾아 여름을 나는 새호리기와 파랑새, 노랑지빠귀까지 뒷산 새들의 다양한 모습이 이우만 화가 특유의 따뜻하고도 섬세한 시선 속에서 그려집니다.
새들을 소개한 새 도감들은 많았지만, 새들의 먹이에 주목한 책은 없었기에 『새들의 밥상』 은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흔히들 벌레를 먹지 않을까 예상하지만 의외로 새들의 먹이는 정말 다양합니다. 숲 속에 놀러가면 이상하게 땅에 고개를 박은 새들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쟤들은 뭘 먹느라 땅에 고개를 박고 있지?” 라는 궁금증을 가졌었는데, 땅에는 곤충뿐만이 아니라 풀씨들도 많아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소중한 먹이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예쁜 꽃들과 나무의 작은 열매들, 애벌레, 지렁이 등도 새들의 훌륭한 식사가 됩니다.
세밀화 도감은 봄, 여름, 겨울, 가을에 맞춰 새들의 먹이가 계속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느끼게 합니다. 봄에는 동백꽃을 먹는 동박새, 새순을 먹는 뱁새를 볼 수 있으며, 여름에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애벌레를 문 딱새, 매미를 먹는 파랑새도 볼 수 있습니다. 가을을 소개한 장부터는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 열매인 노린재 나무 열매를 먹는 딱새를, 빨간 열매를 입에 문 울새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물들에게는 너무나 혹독한 계절인 겨울에는 풀씨가 아주 소중한 식사가 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강아지풀조차 그 씨앗이 작은 새들에게는 겨울을 나는 훌륭한 먹이가 되고, 인간에게는 쓸모 없다고 ‘잡초’ 라고 불리는 들풀까지도 새들에게는 1년을 더 살게 하는 힘이 됩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이 발달한 이 시대에 후대를 위한 아름다운 기록 보관의 사명감으로 세밀화 작업을 계속 해오고 있는 보리출판사와 이우진 화가의 작가정신의 결실!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만나는 대한민국의 자연과 새들은 매우 생경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먹이를 물고 고개를 살짝 움직이는 새들은 마치 살아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이 생생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근래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미처 듣지 못하셨다면, 하늘을 나는 새들을 미처 볼 시간이 없으셨다면, 이 책을 통해 새와 인간의 공존을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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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밥상이우만 글그림 | 보리
이우만 화가가 여덟 해 동안 서울 봉제산에서 만난 새들과 새가 먹는 먹이를 관찰한 내용을 현장감 넘치는 글과 아름다운 세밀화로 담아냈습니다. 알고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뒷산 새들의 밥상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김수연 (어린이 MD)
누군가를 웃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세상에서 초콜렛이 가장 맛있는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