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명화』 ,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를 펴낸 이소영 작가는 수원에서 ‘마그앤그래’라는 책방을 운영한다. 책방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책방에 놓일 책을 고르고, 판다. 몇 개의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저자 초청과 같은 책방 행사를 기획한다. 책을 쓰는 일은 마음을 졸이고 발을 동동거리게 만들지만, 밖에서는 뭘 하는지 잘 보이지 않아 굴에 들어 앉아 있는 양 외롭기도 하다. 반면 서점 일은 늘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둘다 책을 다루지만 참 다르다고 말하는 이소영 작가에게 책에 관해 물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0일 매일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그앤그래에서 독자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인데, 제가 읽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서점의 일이란 아무래도 신간 위주로 흘러서, 이렇게 호흡이 길고 깊은 읽기가 보완해주는 역할도 하기에 무척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지난주 웃으며 읽은 책으로는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 『교실 수면 탐구 생활』 이 있습니다. 읽으면서 슬쩍 웃게 되는 책들을 좋아합니다. 그림책 중에 『이상한 하루』 , 『팥빙수의 전설』 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사서 쟁여둔 책은 『자연과 미디어』 , 『언더그라운드』, 『머더봇 다이어리』 입니다.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신간의 경우는 그 책이 나왔기 때문에 읽습니다. 이제까지 관심을 가졌던 분야에서 새로운 책이 나오면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읽고, 낯선 주제를 다룬 책이 나오면 몰랐던 거라서 들춰봅니다. 새 책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아무래도 독서의 호흡이 짧고 분절적이 되기 쉬운데 요즘은 박경리와 프루스트로 주춧돌을 세워 놓은 모양이라서 든든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저의 첫 책 『실험실의 명화』 를 리커버 에디션으로 내게 되어 수정 사항을 찾느라 꼼꼼하게 다시 읽었습니다. 새 판을 찍기 때문에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도 다시 읽고 있어요. 저자가 되고 보니, 자기가 쓴 책을 가장 열심히 읽어야 하더군요.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서점에 둘 책과 제가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은 좀 다릅니다. 서점 쪽도 저희 취향이 들어가지만 되도록 다양한 분야의 신간들이 고루 펼쳐지도록 애씁니다. 매대에서 새로 나온 책들의 경향, 오늘 세상의 분위기가 느껴지길 원해요. 책의 완성도, 만듦새, 출판사와 저자에 대한 신뢰 같은 것들 모두 중요한 요소지요. 이 매대에는 버릴 책이 없다는 질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균형 감각도 갖기를 추구합니다.
신간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습니다. 정보를 다룬 책들을 많이 읽는 편이었는데, 서점 일을 하면서 소설과 시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독자로서, 읽기의 ‘봄’을 되찾은 기분입니다. 책이 다루는 주제와 그에 어울리는 밀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무조건 빡빡하다고 좋은 건 아니고, 각기 주제와 형식, 깊이의 어울림이 적당한 게 좋습니다.
관심 가는 주제가 있을 때는 심혈을 기울여 검색해 책을 찾습니다. 읽던 책의 주석에서 언급한 책, 참고문헌에 나온 책, 외국 저자라면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나 외국 잡지에 실린 리뷰까지 넓게 넓게 검색해서 찾아 읽습니다. 이런 읽기는 제 집필에 꼭 필요하지만, 흥미진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찾다 보면 읽어야 할 게 쌓이니 숨이 차지요.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아무도 안 쓸 것 같은 책을 보면 반갑습니다. 쓰기 너무 힘들거나,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아서 외면 받았을 주제, 그런 주제를 선택해서 매진해준 작가도 고맙고 출판사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역시 웃긴 책을 보면 반갑습니다. 작정하고 웃기려고 든 책은 아니지만, 미소 짓게 만드는 책들이 좋아요.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천명관, 정세랑, 테드 창의 새 소설을 기다립니다. 또 올해 수상자가 두 명이라는 노벨문학상 발표를 기다려요. 또, 저의 새 책을 기다립니다. 너무 덜컥거리지 않고 적당한 때에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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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이소영 저 | 모요사
미술 작품과 화가 그 둘 사이에서, 그들이 사용한 도구와 재료를 통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작품보다 작품의 캡션 뒤에 숨은 미술의 역사를 탐구한다고 할 수 있다.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