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2주년 특집 공개방송 인터뷰- 은희경 편>
김하나 : 서울와우북페스티벌과 함께 하는 <책읽아웃> 2주년 특집 공개방송, 2부의 문이 열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김하나입니다.
오은 : 안녕하세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그리고 저희 옆에는 소설가 은희경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은희경 : 안녕하세요, 은희경입니다.
김하나 : 1부에서는 우리가 ‘쓰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요. 2부에서는 은희경 작가님이 7년 만에 발표하신 장편소설이죠. 『빛의 과거』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오은 : 우리 <책읽아웃>이 다 좋지만 특히 인터뷰 코너 좋기로 소문난 ‘인터뷰 맛집’이잖아요?(웃음) <오은의 옹기종기>에서는 출연해주신 게스트를 환대하는 의미로 초대 작가님의 모든 정보를 부스러기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모아서 소개하고 있는데요. 마침 은희경 작가님은 <책읽아웃> 첫 출연이시기도 하니까 은희경 작가님 소개를 먼저 한 후에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소개 해드릴게요! “만으로 5살이던 때에 학교에 들어갔다. 겉으로는 온순하고 모범적인 아이였지만 실은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허세가 많았고, 이상한 용어를 써가면서 어른들 맘에만 드는 그런 아이였다. 처음 글을 써서 상을 받은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내 동생'이라는 제목의 글로 동생이 태어나 기쁘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별로 기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글로 칭찬을 많이 받아서 깊이 깨달았다. 글이란 거짓말 하는 것, 남이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잘하는 게 없어 꿈이 일찍 정해졌다. 어쩌면 꿈이 아예 없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기대, 선생님의 기대에 맞춰 살려는 소심하고 틀에 박힌 사람이었던 탓이다.
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인생을 숙제 하듯 살았다. 20대 시절 약 1년간 국어 교사로 근무했는데 아이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실패한 교사시절이다. 그러다 서른 살을 넘으며 이게 내 인생이 아닌 것 같다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출판사를 다니며 두 아이를 키우던 은희경은 두 달간 집중 습작을 거친 뒤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서른여섯 살이던 1995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만 하면 청탁이 자연스레 따라올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몇 달 간 절에 들어가 장편을 썼다. 독하게 썼고, 그렇게 발표한 것이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새의 선물』 이다. 이후 은희경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 『태연한 인생』 ,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 『중국식 룰렛』 등 약 2년에 한 번씩 책을 내며 왕성하게 활동하게 된다.
읽고 쓰는 인생이 아니었다면 이기적이고 소심한 인간으로 남았을 거라고 말하는 은희경. 쓴 지 25년이 됐지만 여전히 소설을 시작할 때 힘이 든다. 책상에 앉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도망치고 싶어하는 것이다. 손자가 그냥 ‘할머니’가 아니라 ‘희경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끝까지 개인으로 늙고 싶다. 열두 살 된 회색 고양이 오드리와 살고 있다. 음주와 달리기, 후배 작가들을 좋아한다.” 작가님, 혹시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내용도 있나요?
은희경 : 아니요, 다 제 입으로 얘기한 것들이라서요. 그런데 약간 느낌이 다른 부분이 있어요. “두 달간 집중 습작을 거친 뒤 신춘문예에 응모했고” 부분인데요. 이때 다니던 직장에 한 달 휴가를 냈어요. 난생 처음 혼자 여행을 간 건데요. 습작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내겠다는 생각으로 갔던 거예요. 뭔가 항상 규칙에 얽매인 사람이었는데 그것을 깨면서 있어봤던 거죠. 그러다 내가 하고 싶은 게 글 쓰는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저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다섯 편을 써서 서울에 온 후 또 중편을 하나 썼고요. 그렇게 해서 그 여섯 편 모두를 그 해 신춘문예에 응모한 거죠.
김하나 : 이제 본격적으로 『빛의 과거』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먼저 책의 추천사 이야기인데요. 추천사계의 쌍두마차죠. 정세랑 작가님과 신형철 평론가님이 써주셨어요. 우선 신형철 평론가님은 “은희경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은 뉴스가 되지만 그 작품이 ‘좋다’는 사실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라고 했어요. 또 정세랑 작가님의 추천사는 “나의 은희경, 우리가 바라보고 걷는 등, 한국 문학의 가장 전율적인 작가…… 은희경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한국 현대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나와 닮은 목소리를 드디어 만나 그이의 차분하지만 낯설고 독보적인 말에 과녁처럼 관통당하는 일이다.”예요. 저는 정세랑 작가님의 추천사를 읽으면서 전율적인 추천사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이 추천사를 보시고 어떠셨어요?
은희경 : 사실 깜짝 놀랐어요. 고백하자면 저는 추천사를 쓰지 않거든요. 그런 관례를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이 추천사를 부탁한 거잖아요. 핑계를 대자면 출판사에서 하자는 대로 못 이기는 척 한 건데요.(웃음) 이 책이 저한테 각별하기도 했죠. 게다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평론가에게 부탁드리는 것은 조금은 덜 미안해요. 글을 읽고, 논평하는 것이 직업적인 일이니까요. 그런데 같은 작가에게 추천사를 부탁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해서는 안 될 일 같았어요. 어쨌든 이번 경우는 못 이기는 척 부탁을 했는데요. 뜻밖에도 이렇게 좋은 글을 써주어서 너무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어요.
오은 : 이번 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도대체 이 망할 장편을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였다고 하셨잖아요. 실제로 『빛의 과거』 는 은희경 작가님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인데요. 어쩌면 여섯 번째 장편이 될 수도 있었다고 해요. 그만큼 쓰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쓰는 시간이 있었던 거죠? 쓰면서 들었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그 고민은 어떻게 해결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은희경 : 이 이야기는 제 경험담이 아주 많아요. 1977년도에 대학에 입학했고요. 기숙사 생활도 했고, 학보사 수습 기자로 일을 했었고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제가 쓰기만 하면 금방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억을 다 모으고, 목록을 만들고, 인물도 다 만들어서 모든 기초 작업을 다 했죠. 그런데 써지지 않는 거예요. ‘써서 뭐하지?’라는 생각을 극복하지 못했어요. 글 쓸 때 확신이 있어야 하거든요. 글을 흔쾌히 쓰는 기꺼운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러다 나중에 그게 전화위복이 됐어요. 지금 현재의 내가 40년 전의 나를 본다는 감각을 깨달은 거예요. 이 소설이 1977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2017년에 1977년을 보는 이야기다, 라고 생각하고 소설을 다시 풀어갔죠.
김하나 : 앞서 1부에서 잠깐 제목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요. 『빛의 과거』 라는 제목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해요. 빛의 과거, 곱씹을수록 새로운 제목이거든요.
은희경 : 처음에 소설을 구상할 때는 소설 속에 나오는 제목이기도 한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제목 정도로 시작했어요. 그것도 하루키의 단편 소설 제목에서 따온 거고요. 그러다 계간지에 연재를 시작할 때 제목을 고민했죠. 어쨌든 현재와 과거를 관통하는 이미지가 ‘빛’으로 떠올랐어요. 그러면서 ‘빛의 과거’라는 말이 떠올라서 출판사에 얘기를 하니까 해석을 정말 멋있게 해주셨어요.(웃음)
오은 : 띠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어요. "불완전한 우리가 마주친 '다름'과 '섞임'의 세계"라고요. 소설에 등장하는 그 ‘개인’들이 다르거든요. 이 개인이 ‘다름’을 이끌고 이해하면서 오해를 만들어요. 이런 디테일이야말로 은희경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은희경 : 진짜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르다는 것. 우리가 타인을 대할 때 고정관념을 갖고 생각해버리기 쉬운 것 같아요. 젠더로 나누고, 세대로 나누고, 계층으로 나누는 식으로 사람을 유형화하거나 대상화하는데요. 거기에 항상 문제를 많이 느껴왔어요. 어떤 소설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차이는 개인차다”라는 말도 쓴 적도 있는데요. 저는 사람은 다 각자의 고유성을 가진 다양한 존재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것을 『빛의 과거』 에 더 많이 쓰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에 1977년에 대학교를 다닌 여성을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렇게 유형화되는 것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다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김하나 : ‘개인’ 이야기를 하니까 등장인물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네요. 저는 ‘오현수’라는 인물이 참 좋았어요. 264쪽에 이런 말이 나와요. “그동안 자기 자리가 아닌 곳에 가지 않고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오현수는 모르는 것이 거의 다라는 생각을 하나 더 보태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다른 조건을 가진 삶에 대한 존중의 한 방식이었다” 아마 오현수가 가장 개인에 가까운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요. 저랑 동향이기도 하더군요.(웃음)
은희경 : 기숙사에 있을 때 부산 친구들이 많았어요.
오은 : 사투리도 도움 받은 데가 있나요?
은희경 : 제가 언어에 소질이 있어서(웃음) 당시에 사투리를 잘했어요. 부산 친구가 많아서 부산말 흉내를 많이 내서 가끔 방에 놀러 오는 상급생이 제가 부산 사람인 줄 알았을 정도였거든요. 그걸 믿고 소설을 썼는데요. 출간 전 연재로 인터넷에 올라간 것을 저희 사돈이 본 거예요.(웃음) 순서 같은 것이 좀 다르다고 하셔서 사투리 부분을 다 보내드렸어요. 최종 교정을 해주신 거죠.
김하나 : 『빛의 과거』 를 이야기할 때 은희경 작가님 특유의 유머에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처음 김유경이 막 대학이라는 곳에 와서 기숙사라는 곳에 왔고, 자기가 알아서 일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제 뭘 하지’ 하다가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치거든요. 그러자 곁에 있던 3학년 송선미가 말합니다. “놀래라, 니 지금 공부할라 카나?” 라고요. 유경은 이것을 ‘시급히 벗어야 할 촌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실소가 터지면서도 묘하게 서늘한 유머가 곳곳에 있어요. 신형철 평론가님은 ‘악력’이라고 표현했던데요. 저는 은희경 작가님의 그런 문장이 쥐어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은희경 : 제가 유머 감각이 좀 있어요.(웃음) 애석하게도 술자리에서나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가 아니고는 잘 발휘가 안 돼요. 그래서 항상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글에 푸는 것 같아요.
김하나 : 일단 이 책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몇 번이나 실소가 터지고요. 끝까지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장이 궁금해서 읽게 하는 소설이에요. 작가님 특유의 리듬감과 문장을 읽는 쾌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오은 : 2017년에서 1977년을 바라보는 것이잖아요. 그렇게 시간을 왔다 갔다 하는데요. 그것도 참 재미있으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빛의 과거』 를 발표하시고, 은희경 작가님은 여러 인터뷰에서 ‘반성문’이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이 ‘반성’은 어떤 의미인가요?
은희경 : 쓰다가 작가도 성장하는 면이 분명히 있어요. 다만 성장을 해놓고 다 쓰고 나면 다시 돌아가죠.(웃음) 어쨌든 소설을 준비하고 있을 때 여러 일이 있었어요. ‘미투’도 있었고요. 당연히 분노하고, 슬펐죠. 동시에 생각한 거예요. 1977년에 대학에 페미니즘 강연이 생겼거든요. 그때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졌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때는 상황이 더 안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저 같은 사람들이 싸우려고 하지 않고, 그 시스템에 적응해서 안전하게 자기 위치를 잡으려고 했던 안이함이 있지 않았나 싶은 거예요. 그 안이함 때문에 지금까지도 젊은이들이 싸워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꾸 주인공의 태도가 회피로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쓰면서 회피하는 자의 자기반성을 많이 넣게 됐어요. 처음 쓸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작가의 자기 발견이죠.
김하나 : 그렇다면 『빛의 과거』 가 은희경 작가님께도 얼마나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소설을 마침내 완성하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드셨어요? 이것을 꼭 써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고, 약간의 부채감이나 책임감도 있었을 것 같거든요.
은희경 : 마지막 과정이 급하게 진행됐어요. 이 소설을 쓰겠다고 한 지 오래 됐고, 연재를 마친 뒤에도 2년 가까이가 지났었거든요. 출판사에서 많이 기다렸는데 제게는 말을 안 하고 소리 없이 준비를 하셨나봐요. 교정지가 며칠 사이에 아주 빨리 왔다 갔고, 그게 끝나자마자 책이 나왔어요. 그게 오히려 저한테는 좋았어요. 회한에 빠질 시간이 없었어요. 어쨌든 결과가 나오고 나니까 마음이 홀가분하고요. 그건 당연한데 조금 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작가의 말에도 ‘사랑이 하루에도 생겨나고 사라지는데 식을 때가 제일 좋다, 새로운 소설을 쓸 수 있어서’라고 쓴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식히는 과정이고요. 이 과정에서는 누가 소설을 나쁘게 얘기해도 그리 불쾌하지 않아요. 이제 사랑이 조금 식었기 때문에요.(웃음)
오은 : 저는 ‘만들어놓은 이야기를 버리는 데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라는 작가의 말을 읽고 도대체 버린 이야기는 뭘까, 너무 궁금해지더라고요.(웃음) <책읽아웃> 청취자 여러분께 살짝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은희경 : 아까 유머 얘기를 해주셨는데요. 유머를 잘하려면 적당한 데서 끊어야 해요. 그런데 혼자 취하면 얘기를 더 해요. 그렇게 들뜬 부분을 많이 쳐냈고요. 기억이 많이 나니까 재미있어서 쓴 것들도 있었는데 과하다 싶은 건 쳐냈죠. 또 저의 개인 편집자 K라는 인물이 있어요. 그 사람이 빼라고 한 부분도 있어요. 이재숙이라는 인물이 있는데요. 유머 담당이에요. 사고도 치고, 눈치도 없는데요. 화장실 때문에 곤란을 겪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 부분이 조금 더 길었어요. 가령 데이트를 하다가도 화장실 가겠다는 말을 못하다가 껌 좀 사오겠다고 하고 나가는 거예요. 그런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K가 등장인물을 너무 고생시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 뺐다가 편집자가 살리자고 해서 반쯤만 살렸어요.
김하나 : 걷어낸 이야기가 언젠가 다른 소설에서 살아날 수 있는 걸까요?
은희경 : 아니요, 써먹을 수가 없어요. 제게도 ‘버리지 못한 것들’ 같은 파일이 있는데요. 다시 가서 보면 그때 감각으로 썼던 것들이 하나 유효하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다른 단계로 넘어왔기 때문에요.
김하나 : 소설 한 편을 쓰면서도 성장한다고 하신 것과 같은 맥락이겠네요.
은희경 : 오현수가 내가 모르는 게 다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려고 많이 노력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면 옛날 생각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예전에 쓴 작품을 다시 내게 돼서 원고를 다시 봤는데 ‘처녀 선생’, ‘노처녀’ 같은 말이 있더라고요. 언어에서부터 벌써 달라졌어요. 스스로를 업데이트해야죠. 저도 동시대인이잖아요. 젊은 세대나 기성 세대나 똑같은 환경을 사는데 옛날 사람처럼 사는 건 너무 무신경한 것 같아요. 얼마 전 영화 <가버나움>을 보면서 무지의 폭력성을 생각했어요. 모르는 것도 폭력이에요. 자꾸만 깨치고 아는 것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죠.
오은 : 와, 오늘 정말 시간이 금세 지났어요. 작가님은 어떠셨어요?
은희경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지만요. 저도 즐거웠습니다.(웃음)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