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천오백만이 넘는 중국의 대도시 광저우에는 24시간 불을 밝히는 서점이 있다. 이곳 ‘1200북숍’은 24시간 문을 열어 놓는 데다 서점 안에는 소파방을 만들어서 여행자에게 무상으로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이 독특한 운영 방식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서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200북숍의 설립자 류얼시 저자는 문화를 창출하고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 특히 24시간 운영하는 공간을 만들어서 도시에 등불과 머물 곳을 제공하고자 1200북숍을 열었다고 말한다.
『서점의 온도』 는 류얼시 저자가 지난 5년간 서점을 운영하면서 만난 특별한 손님들에 대해 쓴 책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서점에 와서는 밤을 지새우며 머물다 간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손님들이 찾아오는 1200북숍이라는 서점과 그곳을 운영하는 류얼시라는 사람이 궁금해진다. 이 궁금증을 풀고자 광저우에 있는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다른 사람에게 온정을 베풀고 문화를 창출하고자 만든 공간이 왜 하필 ‘서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타이완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타이완에서 지낼 때 인상 깊었던 점이 2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짙은 인문학적 분위기였습니다. 타이베이의 크고 작은 서점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요. 두 번째는 인간미였습니다. 타이완에 살 때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기꺼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광저우에는 이 2가지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인문학적 분위기와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서점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이완의 청핀(誠品)서점이 좋은 모델이 되어 주었죠. 특히 청핀서점 둔남점은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한밤중에도 밝은 빛을 내보내며 갈 곳 없는 이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고, 도시의 수많은 올빼미를 지켜 주는 공간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1200북숍은 인문학적 분위기를 풍기면서 온정을 전하는 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00북숍에서 무협소설과 자기계발서를 팔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1200북숍에서는 어떤 책을 소개하고 파는지 궁금합니다.
중국의 많은 독립서점은 규모가 작아서 일부 분야의 책만 진열하는데, 보통 문학, 사회과학, 철학 위주입니다. 1200북숍은 문학, 사회과학, 철학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디자인, 예술, 생활 관련 책을 더 들여놓는 편입니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책을 진열하고자 합니다.
당신에게 책이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책 세 권을 소개해 주세요!
저에게 책은 작품인 동시에 상품입니다. 두 가지 속성 중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됩니다. 쑨둥춘孫東純의 『늦게 온 갭이어』遲到的間隔年, 마크 세레나의 『청춘의 지도를 그리다』 ,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 이 세 권은 모두 여행에 관한 책이고 저를 먼 곳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늦게 온 갭이어』를 읽고 용기를 얻은 저는 본래의 삶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낯선 세계에 진입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청춘의 지도를 그리다』 는 제가 스스로를 믿고 길을 떠나도록,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이는 훗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길 위에서』 를 읽고는 잭 케루악식의 히피 정신에 감염되었지요.
저는 알코올, 음악, 글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열정이야말로 젊음의 필수 요소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도덕군자인 양 점잔 빼는 것을 거부하고 세속적인 판단을 멀리해 왔습니다.
1200북숍은 각 지점의 특성에 따라 서점과 카페 외에 여러 요소를 더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어떤 식으로 결합하는지 궁금합니다.
중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서점은 보통 책, 문화상품, 커피(음료/음식)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이는 출현한 지 꽤 오래되어서 완전히 새롭다고는 볼 수 없는데요. 1200북숍은 ‘3 X’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각 지점의 위치와 고객 집단의 성격에 따라 정해지는 테마가 X입니다. X는 술이나 음악, 영화,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스포츠나 숙박 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1200북숍은 책, 문화상품, 커피 외에 음악(라이브하우스), 숙박(게스트하우스), 심야식당 등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24시간 운영하는 서점의 대표인 당신의 24시간 생활 패턴이 궁금합니다.
서점을 열기 전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저는 지금 책과 벗하며 살지도, 조용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지도 못합니다. 안에서는 서점을 운영하고, 밖에서는 각종 비즈니스 업무를 하는 것 외에도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고 이벤트까지 진행해야 하니까요. 저는 습관적으로 밤을 새웁니다. 안 그러면 24시간 서점을 연 것이 무색하니까요. 오래전부터 멀쩡한 정신으로 밤을 새우면서 침실 외에 시간을 보낼 만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서점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저는 새벽 3~4시에 자고 정오 전에 일어납니다. 제 일상적인 리듬은 이렇고, 연 단위로 본다면 매년 적어도 서너 달은 여행을 합니다. 세계 각국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서점은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서점을 계속 운영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서른 살 전까지 저는 오직 재미만을 좇아 많은 일을 했습니다. 서점도 그런 이유로 열었죠. 그런데 서점을 계속 운영하면서 이 일이 제게 재미를 넘어 의미 있는 일이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서점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1200북숍 때문에 광저우에 와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기로 했다고, 1200북숍 때문에 광저우란 도시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무척 자랑스럽고 기뻤습니다. 광저우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친구들에게 120북숍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고, 120북숍을 잘 운영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재미와 의미. 이것이 제가 계속 서점을 운영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한국에도 전국 각지에 개성 있는 동네서점이 많습니다. 24시간 서점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요. 혹시 한국의 동네서점에 대해 알고 있는지, 관심 가는 서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어서 한국의 서점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조만간 한국에 가서 여러 서점을 접하고 놀라움과 기쁨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번역: 김택규)
*류얼시
1200북숍 설립자. 대학생 시절 타이완 일주를 하면서 지역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잠자리를 제공받는 등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 그때 자신이 느낀 따뜻한 마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문화를 창출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광저우에 1200북숍을 열었다.“무협소설과 자기계발서는 팔지 않는다. 배낭여행객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한다. 낮에 돈을 벌어 밤에 온정을 베푼다.” 이 세 가지 방침을 내세우며 광저우에서 6곳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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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온도류얼시 저/김택규 역 | 유유
류얼시가 서점에서 나누고자 한 마음이 언제나 따뜻하게 유지되진 않지만 따사롭게 또 서늘하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온도가 서점의 온도를, 서점의 풍경을, 서점의 24시간을 채우고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