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엑소를 열심히 들었던 적이 있다. 2015년 3월 2번째 정규앨범 <엑소더스>가 나왔을 때부터 2017년 4번째 정규앨범
「으르렁」 뮤직비디오
그 다음은, 소위 말하는 입덕의 과정을 거쳤다. 마침 당시 출퇴근을 버스로 했는데 앉을 자리가 항상 있었다. 온전히 뭔가를 보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약 2시간 주어진 것이다.
먼저 음원 플랫폼에서 앨범 단위로 노래를 쫙 들었다. 듣다가 꽂히는 노래는 가사를 보며 꼼꼼히 들었다. 노래를 들으며 항상 확인한 것은 작곡가와 작사가였다. 엑소 노래는 작곡가가 여러 명인 경우가 많았고, 특히 외국인 이름이 작곡가 명단에 흔히 같이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엑소와 연관된 다양한 검색어로 검색해 나오는 영상을 탈탈 본 것은 물론이었다. 엑소가 소속된 기획사 SM이 만든 영상들은 물론, 일본에서 진행했던 콘서트 풀영상부터 시작해서 팬들이 만든 입덕 영상들까지!
이렇게 듣다 보니 엑소 음악을 얼추 설명할 정도까지가 되었다. 엑소는 특정 장르 없이 정말 다양한 노래들을 하고 있는데 「피터팬」 「3.6.5」와 같이 달달하고 흥겨운 팬송, 「나비소녀」 「MY ANSWER」 같이 가사와 멜로디가 서정적인 노래, 「중독> 「몬스터> 같이 다크하고 웅장한 타이틀곡, 「백색소음」 「엑소더스」 「Lucky One」와 같이 테크니컬한 사운드와 리듬이 돋보이는 노래들까지. 특히 첸, 백현, 디오와 같은 뛰어난 보컬들이 있어서 소리로 겹겹이 쌓아올린 풍성한 화음이 엑소 노래의 특징이다. 엑소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바로 「EL DORADO엘 도라도」. 두 번째 앨범
「엘 도라도」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소년소녀들이 함께 뭔가 모험을 떠나 고생을 하다가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어내는 그러한 영화가 머리에 떠오른다. 마치 프로도가 반지를 없애려 떠나는 모험을 그린 <반지의 제왕> 서사 같은.
「엘 도라도」 무대 영상
노래 가사 일부를 인용해보면,
"험난한 여정 장애물 이어져
하나된 우린 모든걸 넘어 저 빛은 커져
No pain No gain 이곳은 미지의 세계
열손가락 모두 더해 위에 원을 We are one
Now we're here 수많은 시간들이 우리를 스치고
더 펼쳐진 날들이 난 더욱 기대가 돼
날 믿어준 그들에게 옳았다고
증명해 보일거야
우리 앞에 펼쳐진 저 빛속으로
그 누구도 모르는 미래를 향해
먼 훗 날에 전설이 될 걸음 the EL Dorado"
- 작사 서지음, 이유진
“날 믿어준 그들에게 옳았다고 증명해 보일 거야” 그때의 나는 이 가사가 좋았다.
당시 나는, 십년 넘게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새로운 일은 기대했던만큼 흥미로웠고 성과도 괜찮았지만 마음에 차지가 않았다. 난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누구나 깜짝 놀랄만한 정도의 수준의 성과를 원했던 거 같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생각과 계획으로 머릿속은 복잡했고 날 보고 있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늘 편하지가 않았다. 당시의 이런 나에게는 “천천히 해도 괜찮아, 네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류의 힐링 콘텐츠보다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날 믿어준 그들에게 옳았다고 증명해 보일 거야”라고 외치는 열혈 콘텐츠가 더 먹혔던 거고, 바로 엑소의 「엘 도라도」가 나에게는 그런 노래였던 것.
지금은 엑소에 대한 관심도 좀 시들해졌고 그 사이 이직을 해서 출퇴근하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아 음악 들을 시간을 예전만큼 가질 수가 없다. 하지만 뭔가 기분 전환이 필요하거나 응원이 필요할 때 엑소의 「엘 도라도」를 듣는다. 이런 노래 하나를 얻게 된 것, 대단한 행운이라 생각한다.
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