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북튜브를 만들었지만, 사실 전 활자 매체의 경험은 그 어떤 영상으로도 온전히 전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과 그 순간의 행복감, 추상적인 사고의 짜릿함 같은 것은 지극히 활자적인 경험이니까요.
그렇다면, 그 많은 시간은 다 낭비였을까요? 저는 왜 그렇게 열심히 일했고, 사람들은 제 채널에서 무엇을 얻었을까요? 북튜브의 역할은 대체 무엇일까요? 제 개인의 보람과 기쁨을 넘어 필요성, 나아가 사회적인 의미를 찾는다면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최근 독서 인구 통계에 따르면 열 명 중 여섯 명이 전혀 책에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활자적인 경험, 글만이 가지는 특징을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책과 글을 읽어 봐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책에 무관심하다는 사람의 수치가 늘고 있죠. 애초에 책 읽을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책이 좋은 매체라는 사실은 별로 놀랍거나 대단한 정보가 아닙니다. ‘뭐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정도의 마음만 심어 주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죠.
그래서 저는 책이라는 물건에 호기심와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데 가장 먼저 주력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인생이 엉망이 될 거라고 말하는 대신 부담을 내려놓고 책의 즐거움을 느껴 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 책의 흥미를 전달하고 사람들과 그 흥미를 공유했습니다. 유튜브가 대세인 상황에서 여전히 책의 멋짐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유튜브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고 책의 재미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집니다.
게다가 늘 무언가를 ‘틀어 두는’ 현대인에게 북튜브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죠. 시간을 내어 북튜브 채널을 찾아보는 사람도 있지만 라디오를 켜 놓듯 영상을 틀어 두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음악이나 팟캐스트처럼 말입니다. 책을 다루는 여러 팟캐스트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지금도 여전히 성공적입니다. 긴 분량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큼 책을 두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 팟캐스트는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의 대중교통 메이트, 설거지 메이트, 수건 개기 메이트, 핸드폰 게임 메이트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 역시 책이나 영화를 주제로 하는 팟캐스트를 즐겨 듣습니다. 영상 콘텐츠가 새롭게 주류로 자리를 잡은 지금, 책 이야기 역시 음성 콘텐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북튜브는 지식을 얻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만이라면 영상보다 활자가 효율적이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커뮤니티에서 효율성을 따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책이라는 주제로 모이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튜브에 희망이 있다면 오히려 그것은 버티고 버티다 마지못해 영상 문화에 발을 담그는 그 주저함에 있을 것입니다. 최후의 최후에서야 유튜브에 등장해 영상문화의 한복판에서 글자를 읽는 이야기를 하는 그 일관성에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비효율적이어서 흥미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겨울서점이 지금보다도 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상 속에서 꿋꿋이 책 이야기를 하는 곳, 사람들이 모여 책이라는 주제로 댓글을 달 수 있는 곳, 독서에 관심이 없던 누군가에게 독서에 대한 관심을 천천히 심어 주는 곳. 이것이 나중에 제가 알게 된 겨울서점의 사회적 의미입니다. 책에 비해 부족한 영상일지라도, 결코 겨울서점이 그 어떤 책을 뛰어넘을 수 없을지라도, 여전히 매주 영상을 올리는 사회적 이유입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영상 문화는 점점 주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매체가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라지리라고 예상한 수많은 매체가 오히려 살아남아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일은 흔합니다.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았고 종이책도 사라지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여전히 편지를 씁니다. 책을 읽는 마음을 나눌 이가 곳곳에 숨어 있기를 바랍니다. 영상 문화 속에서도요! 저와 계속 나누어 주세요. 책에 대한 그 즐거운 이야기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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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김겨울 저 | 유유
앞으로 북튜버는 지금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을까요?” 등 쉽게 물을 수 없어 명확히 알지 못했던 북튜브 일의 이면에 관한 이야기까지 샅샅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김겨울(유튜버, 작가)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만든다. 라디오 DJ 경험을 살려 시작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이 인기를 끌어 ‘북튜버book-tuber’라는 이름을 얻었다. 음악을 만들어 몇 번 발표하고 싱어송라이터라는 직업을 추가했다. 《독서의 기쁨》이라는 책을 써서 작가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 모든 이름 속에서 보이지 않아도 만들고, 찾아지지 않아도 연주하고, 청탁 받지 않아도 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이 이름들은 성실히 호명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철학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