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구내과병원>의 배우 김대현
작품이 좋아서요. 무대 위에서 제가 즐겁고 행복하면 그걸 보시는 관객들도 그대로 에너지를 받는 것 같더라고요. 가장 잘할 수 있는 밝은 에너지의 작품이라서 스스로도 즐겁게 지내려고 해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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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과병원] 프로필_김대현 배우.jpg

 

 

자정이 되면 문을 열고 귀신을 치료하는  <구내과병원> . 여름을 맞아 새로 개막한 공포물인가 싶지만, 그 어떤 무대보다 사람 냄새가 짙다. 2019년에 첫선을 보이는 창작뮤지컬인데도 어찌나 소박하고 촌스러운지 창작진의 나이가 궁금해질 정도지만, 할 말을 다하지 못하고, 가슴에 맺힌 서러움을 토해내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들에게 그야말로 편안한 ‘안녕’을 맞게 하는 모습은 살면서 켜켜이 저마다의 사연을 쌓고 있는 관객들에게 묘한 뭉클함으로 다가온다. 창작뮤지컬  <구내과병원>  에 예상치 못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면 구원장을 연기하는 이 배우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있어 깜짝 놀랐다. 몇 편의 공연에 걸쳐 인터뷰를 요청했건만 내내 거절하더니, 지금에 와서 이런 의외의 모습을 선사하다니! 바로 구원장 역의 김대현 씨다.

 

 

[구내과병원]공연사진(김대현)_1000px.jpg

 

 

인터뷰를 거절한 게 아니라 한동안 기피했어요. 저는 있는 그대로 얘기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게 있더라고요. 말도 잘 못하고 동료들에게 괜히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나오셨나요(웃음)? 


작품이 좋아서요. 무대 위에서 제가 즐겁고 행복하면 그걸 보시는 관객들도 그대로 에너지를 받는 것 같더라고요. 가장 잘할 수 있는 밝은 에너지의 작품이라서 스스로도 즐겁게 지내려고 해요. 어떤 분들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나 <빨래>, <총각네 야채가게>와 비슷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 말이 좋아요. 모두 좋은 작품이고 따뜻한 작품이잖아요. 요즘 그런 작품이 드물기도 하고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만, 관객 입장에서 이들 작품의 특징이 조금은 촌스러운 구성과 안무에 키득키득 웃다 어느 순간 또르르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점이죠. 그렇게 끌어가야 해서  배우 입장에서는 절대 쉬운 작품이 아니고요.


감정선은 어렵지 않았어요. 가족이나 친구의 이야기니까 대본 대로 따라가면 감정은 저절로 입혀지는데, 관객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을 나누고 있어요. <구내과병원>  의 취지는 이야기를 들어주자는 거예요. 예전에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 혼자 하는 게 많아졌잖아요. 그만큼 힘든 걸 말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상처받고 외롭고 고통 받는 이야기를 잘 얘기하고, 잘 들어주면서 해소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극장 오시는 것 자체가 병원에 와서 치료받는 게 아닐까.

 

구 원장이 극의 핵심 인물인데, 1막과 2막의 느낌 차가 커서 어려웠을 것 같아요.


너무 어려웠어요. 귀신을 치료한다는 게 관객들에게 처음부터 확 닿지는 않잖아요. 차갑고, 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모습도 잘 잡히지 않더라고요. 특히 1막에서는 기준이에게만 차갑게 대하는데, 이유를 만들기가 어려운 거예요. 나는 친구 수열이를 만나기 위해 구내과에 있고, 기준이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구내과에 오는데, 관객들에게 거기까지 닿을까. 배우의 몫인데 어려웠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상적인 인물이라 그런지 재밌어요. 또 끝나고 도 감정이 해소가 안 되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마지막에 수열이 만나면 서럽고 미안하지만, 해소가 되더라고요.

 


극에서 이렇게 진지한 30대를 연기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은데,
지금껏 무대에서 봐왔던 모습과 인터뷰로 만난 김대현 씨도 너무 다릅니다.
실제 성격은 어떤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시죠(웃음)! 

 

 

 


창작 초연은 배우들이 작품을 함께 완성해가는 만큼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그래도 재주 있는 배우들이 많아서 연습실 분위기는 무척 재밌었을 듯합니다.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요. 보통 극 따라간다고 하는데, 작품이 따뜻하니까. (원)종환이 형은 매일 다르게 뭔가를 만들어오고, (김)국희랑 (김)아영이 누나, (조)훈이는 <빨래> 때부터 봤는데 다들 연기도 잘하고 아이디어도 좋아요. 동료들이 아이디어를 주면 저는 생각 없이 몸으로 실천하는 스타일인데, 같은 역의 (유)제윤이와 좋았던 게, 이 친구는 영화감독이 꿈이래요. 그래서 치밀하게 많은 생각을 하더라고요. 제가 그걸 몸으로 다 보여줬죠(웃음). 그리고 저희가 극장에 좀 늦게 들어왔는데, 배우들이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제작진들이 기다려줬어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구내과병원]공연사진(김아영,김대현)_1000px.jpg

 

 

문득, 평소 병원은 자주 가나요(웃음)?


이번에 많이 갔어요. 내과 가서 초음파, 피검사 받고. 계속 못 자고 너무 바쁘게 살았더니 몸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졌는데, 다행히 다 괜찮대요. 사실 3개월 동안 6개 작품을 했거든요. 앙상블을 6~7년 했으니까 연기를 제대로 한 건 10년도 안 됐고, 지금도 선배나 동료들, 후배들에게도 많이 배우거든요. 그래서 의리나 정이라고 생각해서 거절을 못했어요. 가격 대비 열심히 하고(웃음). 특히 제가 감성을 많이 써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보다 발음이 안 좋고 말도 어눌하지만, ‘관객들에게 거짓말하지는 말자’ 싶어서요.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최근에 들어온 작품들은 정말 감사하지만 못하겠다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창작 공연을 많이 하셨는데, 비슷한 이유겠네요.


친한 분들과 작업하는 게 좋아요. 우선 저를 믿어주시니까. 제가 좀 독특한 성격이라 몸으로 막 부딪치다 보면 좋은 게 많이 나오는데, 모르는 분들과 작업하면서 제약이 많으면 위축되더라고요.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달라서 처음에는 낯설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의외의 캐스팅으로 연기 스펙트럼은 많이 늘었겠는데요(웃음)? 이제 라이선스 등 새로운 공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법한데요.


저와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죠. 안 그래도 최근에 친구가 어떤 작품 오디션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요즘 오디션을 안 봐서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도태되는 느낌도 있고, 쉽게 가는 것 같아서 실망스럽기도 하고. 오디션도 하나의 도전인데 용기가 없고 두려운 것 같아요. 내년에는 오디션도 보고, 연극도 더 해보고 싶고, 매체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구내과연습사진_김대현(1)_1000px.jpg

 

 

그러고 보니 김대현 씨 같은 허스키한 음색이 흔치 않잖아요.


저는 저음이 힘들어요. 인터뷰 전에 운동을 하다 와서 지금도 호흡이 떠 있어요. 감정이 들어가면 괜찮은데. 보통 주인공은 중저음부터 시작해서 고음까지 가는데, 저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예수 같은 고음이 주로 나오거든요. 그렇게 고음만 내는 공연이 거의 없죠. 외국 록 가수들 노래는 되는데, 제 음역대에 맞는 공연은 많지 않아요.  <구내과병원>  에서도 음향 감독님이 많이 배려해 주시고. 제 노래는 한 키를 올리는데, 다른 배우들과 같이 하는 노래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대사적으로 많이 풀려고 하죠.

 

해보고 싶은 작품도 있겠죠? 워낙에 춤은 잘추잖아요.


몸으로 하는 걸 가장 빨리 배우더라고요. 그래서 <로기수>, <총각네 야채가게>, <알타보이즈> 같이 몸 쓰면서 털 수 있는 작품은 좋았어요. 음역대는 <트레이스 유>가 저와 잘 맞아서 좋았는데, 앞으로 <킹키부츠>의 찰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유다도 해보고 싶어요.

 

무대에서 봐온 조금은 까칠한 이미지와 달리 털털한데(웃음), ‘안녕’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김대현 씨에게  <구내과병원>  에서 말하는 ‘안녕’은 무엇인지도 마지막으로 들어볼게요.


뭔가 괴로울 때는 저는 운동을 많이 해요. 산이나 바다에 가서 경치도 보고 소리도 듣고, 누워서 멍때리고요. 그냥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리고 저한테 안녕은 ‘가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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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