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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하고 약한 사람들의 리얼리티 쇼 - 연극 『Everybody wants him dead』

생방송 되는 연쇄살인마의 취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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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는 방송을 통해 연쇄살인마와 마약 파면 검사를 만나게 한다. (2019.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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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톤인 무대에는 관객을 향한 모니터 화면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다. ‘리얼리티 쇼’가 콘셉트인 연극에서 화면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화면을 통해 무대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고, 진짜 리얼리티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변화하지 않고 한 가지 톤으로 계속 유지되는 무대처럼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다.

 

 

살인마 파헤치는 방송을 기획하다


등장인물은 네 사람, ‘싱페이’라는 인물 말고는 모두 PD, 검사, 교도소장과 같이 직업으로 불린다.

PD는 이 모든 것을 세팅한 인물이다. 관객에게 보이는 무대는 싱페이라는 연쇄 살인마의 살인 작업실이다. PD는 그곳에 카메라와 모니터를 설치한 후 리얼리티 쇼를 찍으려 한다.


쇼의 출연자는 연쇄 살인마 싱페이와 마약 복용 사건으로 파면당한 전 검사다. 처음엔 재기를 꿈꾸는 듯 보이더니 싱페이가 장기를 판 유명인사의 목록을 받아 거하게 한몫 챙기기를 꿈꾼다. 싱페이를 PD에게 데려다준 사람은 싱페이가 갇힌 교도소의 교도소장이다. 교도소장은 거액의 돈을 받고 싱페이를 넘기지만, 딸이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혼란을 겪는다. 싱페이는 연쇄살인 그룹의 수장이지만, 재판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늘 무죄 선고를 받는다.

 

 

생방송 되는 연쇄살인마와 마약검사의 취조


연극  <Everybody wants him dead>  는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연출가 요세프 케이의 작품으로 2016년 <Q>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첫 상연 되었다. 2016년 공연 중 한 회차를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생중계로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생방송’이라는 콘셉트는 등장인물들의 태도를 엿보는 장치로 쓰인다. 인물들은 카메라 앞에서와 카메라가 꺼질 때 모습이 다르다. 사회적인 태도, 보이고 싶은 모습을 연기하다가 카메라가 꺼지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악을 심판한다거나, 세상이 원하는 걸 보여준다는 건 핑계다. 이들은 모두 쇼를 통해 얻어낼 것이 있다. 연쇄 살인마와 파면 검사, 출연자 목록부터 자극적인 이 리얼리티 쇼는 생방송으로 전국에 방영될 계획이다. 방송을 앞둔 PD는 누구나 이 방송을 볼 것이며, 옳고 그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지 않고 자극적인 것만을 원하는 시청자인 ‘우리’도 꼬집는 듯하다. 생방송을 시작하며 PD는 그 말에 쐐기를 박는다. “오직 여러분이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 주는 방송을 하겠다”고 말한다.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핑계로 카메라 앞에 연쇄살인마와 마약 검사를 내세웠다. 실제로 이런 쇼가 방송된다면,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쇼가 끝날 때쯤엔 PD의 진짜 기획 의도가 드러나면서 연극은 막을 내린다. 연쇄 살인마 싱페이를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궁지에 몰려서 악한 것들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네 명의 악인’이라고만 단정 짓기에는 너무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연극 <Everybody wants him dead>  는 9월 29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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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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