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한 번의 여행, 삶을 ‘부침개맹키로’ 뒤집다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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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개맹키로’ 삶을 홀딱 뒤집은 할머니의 이야기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내가 누구인지’ 찾아서 떠난 여행담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 잠이 부족한 우리를 위한 ‘납량특집’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를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박막례, 김유라 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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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할머니는 1947년생입니다. 고향은 전라남도 영광이고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유튜브 크리에이터죠. 저도 유튜브로 클립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웃었어요. 거침없기도 하고 말투도 너무 재밌고요. 그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천재 PD’라고 불리는 손녀 김유라 씨와 함께 쓰셨는데, 손녀가 구술을 받아쓴 거죠.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앞부분은 전반전이고요. 뒷부분은 2/3~3/4 정도가 후반전이고, 앞부분에 짧게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사가 나와 있습니다.


할머니가 고생을 너무 하셨더라고요. 딸이라는 이유로 한 번도 학교를 못 다녔고,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옵니다. 계속 집에 오다말다 하고, 할머니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온갖 일들을 다 합니다. 파출부도 하고요. 리어카 끌고 다니면서 과일 장사, 엿 장사, 꽃 장사, 떡 장사도 하시고... 지금 할머니는 엄청 거침없고 괄괄하시잖아요. 그런데 젊은 시절의 박막례는 전혀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장사를 하면서 목소리 높여서 자기 주장을 하지도 못하고요.


그러다가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자리를 잡으셨는데, 일흔이 넘으실 때까지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만드는 일을 하신 거예요. 어느 날 할머니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손녀인 김유라 PD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평생을 죽도록 일만 한 우리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신다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한 거다, 내내 식당에만 붙들려 있던 할머니와 먼 곳에 여행을 가야겠다’라고 생각해요. 휴가를 얻어내기 위해서 회사에 이야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래서 직장을 그만둡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할머니랑 같이 여행을 가겠다고 직장을 그만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참 대단해요. 할머니를 모시고 호주 케언스로 떠났던 그 여행이, 두 사람의 인생을 부침개맹키로 홀딱 뒤집어 엎어버렸습니다.


책 뒤의 후반전은 유튜브를 찾아가면서 보시면 더 재밌고요. DVD의 코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이미 봤던 영상이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보시면 깨알 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김유라 PD의 전략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유튜버를 꿈꾸는 분들이 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누가 봐도 재밌어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채널예스>의 인터뷰 기사를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그냥의 선택 -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임고을 글/김효연 그림 |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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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오’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자신과 닮은 동물들을 찾아나서는 여행담입니다. 첫 장면에서 고기오는 닭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지켜봐요. ‘아무리 봐도 나랑 닮은 것 같아, 나는 닭인 것 같아’ 하고 점차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어요. 닭들은 자신보다 더 작고, 날지 않는 거예요. 고기오는 날 줄 알거든요. 그래서 ‘다들 어린 개체인가? 어른 닭은 자리를 비웠나? 나도 어릴 때는 저렇게 작았나?’ 하고 생각해 보는데요. 고기오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족을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서 닭들 앞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숨어 있는데, 곧 들키게 됩니다. 닭이 다가와서 “넌 누구냐!” 하고 물어보니까 “저기…… 혹시 나, 닭이야?”라고 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닭들이 보기에는 고기오가 커도 너무 큰 거예요. 그래서 고기오와 설전을 벌이다가 ‘나흘 시간을 줄게. 네가 닭이라는 걸 증명해 봐’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는데요. 닭의 무리 중에 ‘꼬꼬꼬’라는 어린 닭이 있어요. 꼬꼬꼬는 고기오와 우연히 같이 비를 피하게 되는데, 고기오가 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요. 그러자 고기오는 불길함을 느낍니다. ‘닭은 못 나니...? 아니지...?’ 고기오를 좋아하게 된 꼬꼬꼬는 조언합니다. ‘사실 닭은 날지 못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있는 동안에는 날지 말아요’라고요. 고기오에게 ‘금기’가 생긴 것이죠. 이야기 후반에는 두더지들이 나타나서 ‘사실 고기오는 ‘이것’이야!’라고 정체를 밝히게 됩니다. 고기오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요.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다양성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더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거든요. 고기오가 이런 말을 합니다. “나는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날 수 있는 것도 내가 닭인 걸 몰라서였을지 모르고.” 어쩌면 모든 존재가 고기오처럼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여행이 의미가 없지는 않은 것 같고요.

 

 

단호박의 선택 -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매슈 워커 저/이한음 역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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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서운 책이에요. 납량특집 같은 책입니다. 저자 매슈 워커는 신경과학자이자 수면전문가라고 하는데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잠을 충분히 못 자고 있다는 것에 큰 경각심을 가지고 잠을 충분히 자야한다고 말하는 ‘잠 전도사’ 같은 분이에요. 수면부족에 대해서 “느린 형태의 자기 안락사”라는 표현을 썼는데, 수면부족이 왜 위험한지에 대해서 계속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과학적 실험에 기반한 거예요.


제일 무서웠던 이야기가 있는데요. 데이비드 딩어스라는 과학자가 단순한 주의력 검사를 했대요. 실험 기간 동안 참가자들을 네 그룹(72시간 동안 깨어있었던 그룹, 매일 네 시간을 잔 그룹, 매일 여섯 시간을 잔 그룹, 매일 여덟 시간을 잔 그룹)으로 나눴어요. 열흘 동안 매일 여섯 시간을 잤더니 24시간 동안 못 잔 사람처럼 지장이 생겼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실험 이후에 참가자들이 사흘 동안 연달아 ‘회복잠’을 자서 보충했는데 기준선까지 수행능력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거죠. 회복하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제일 무서웠던 건, 그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과대평가를 한다는 거예요. 자신이 정신적 생리적으로 최적의 상태가 아니라는 걸 모른대요. 하루에 6시간씩 꾸준히 자면 뇌가 가끔씩 멍한 상태가 되는데, 그걸 모르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필요한 게 하루 8시간의 잠이라고 해요. 저자가 이야기하는 건, 사람의 재순환 속도가 16시간이라서, 깨어서 16시간이 지나기 시작하면 뇌가 멍해지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열흘 동안 7시간씩 자면 기능 이상을 보이기 시작하고요.


요새 사람들이 잠에 대한 신화를 가지고 있잖아요.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하루에 6시간만 자고도 놀라운 정도의 향상 능력을 보인다더라, 하는 식의 도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런 일은 번개 맞을 확률보다 훨씬 낮대요. 자신이 그런 부류라고 믿는 사람들도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극히 드물고, 검사를 하면 신체 능력이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하고요. 특히 조직의 리더가 ‘나는 잠을 적게 자도 웬만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상황이면 조직 전체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전전두엽의 피질과 편도체의 결합이 느슨해지면 감정적이 된다고 하고요. 면역계에도 영향을 미친대요. 바이러스 감염률을 보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5시간 자는 집단은 50%인데, 하루 7시간 이상 자는 집단은 18%라고 합니다. 잠을 적게 자면 지방이 늘어나고 비만이 될 확률도 높아지고요. 다른 사람을 보고 위협적이라고 생각해서 더 화를 내는 등 감정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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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책읽아웃 #팟캐스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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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