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잘 놀다간 자유인 그런 사람이 있었다
장일순 선생은 봄날의 청명한 하늘을 닮은 고결한 사람입니다. 물질문명이 지구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는 세기말적인 시대에 생태문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문명사적인 경고를 누구보다 먼저 강조한, 생태·생명운동의 선구자이죠.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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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생태, 생명운동, 협동운동의 선구자이자, ‘한살림’을 설립하고, 늘 소외되고 핍박받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현실에 참여했던 사람, 무위당 장일순. 그의 서거 25주기(5. 22)를 맞아 그의 첫 평전인 장일순 평전: 무위당의 아름다운 삶』  이 출간됐다. 무위당의 치열하고 폭넓은 삶과 심오한 사상을 담은 평전을 쓰는 일은 쉽지 않은, 마음에 부담이 되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장일순의 평전이 나오지 못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한민국 근현대 인물 연구의 권위자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장일순 평전』 에서 무위당 장일순의 삶과 사상을 객관적이고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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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첫 평전입니다. 지금까지 평전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요? 그리고 장일순 평전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그동안 몇 사람이 시도하다가 중단했다고 합니다. 무위당 선생은 성품이 소탈하고 겸허하여 많은 분이 가까이 하였지만, 꿈이 높고 생각이 깊어서 함부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존경하는 분들로부터 말씀을 듣고서도 생전에 찾아뵙지 못한 부채감에서 평전에 도전하게 된 것입니다.


무위당의 어떤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따랐고, 왜 지금도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는 걸까요?

 

누구에게나 차별 두지 않고 인격으로 대하고, 허위나 위선이 없으며, 소탈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품성, 시대정신에 투철하고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고, 이론과 함께 실천하고 행동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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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25주기 생명협동문화제(원주) 김삼웅 선생님 축사>

 

 

‘장일순’ 하면 ‘한살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살림운동을 통해 장일순이 실천한 생명사상은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떤 뜻이 담겨 있는 걸까요?

 

지배와 피지배의 계급관계가 아닌 평등한 인격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여 구상한 것이 한살림운동이지요. 세분화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공존하는, 신뢰의 관계를 맺자는 것입니다. 예컨대 농민들이 유기농 채소를 생산하면 도시인들이 안심하고 먹거리를 구매하며 공생하자는 운동입니다.

 

무위당에게 해월 최시형은 어떤 사람이었고, 해월에게서 어떤 면을 본받으려 했나요?

 

하늘과 사람과 자연이 동궤일체라는 게 해월의 정신이지요. 우리 역사에 이 같은 분이 있었다는 것을 발굴하고 본받고 후대에 가르치고자 했어요.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연관시킨 신앙?종교?사상은 있었지만, 인간과 신과 자연을 일체로 인식한 것은 해월사상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위당이 해월사상을 발굴하고 현대화시켰습니다. 단순히 답습한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사상체계를 이뤘다고 할까요.


장일순 선생은 시서화에도 능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과 글귀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장일순 선생은 시ㆍ서ㆍ화에 두루 능하신 분입니다. 특히 글씨와 그림은 전통적인 기법보다 자기의 독특한 기법을 개발하여 일가를 이루었죠. 수많은 작품 중에 어느 것 하나를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하나를 꼽는다면, 〈난재유곡 불이무인불망(蘭在幽谷 不以無人不茫)〉(난초는 깊은 골짜기에 있어도 사람이 없다고 향기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작품을 들고 싶습니다. 선생의 삶과 닮은 글씨이고, 출세욕에 빠져 인간의 상도를 벗어난 인물들에게 깨우침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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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재유곡 천위부지위모(蘭在幽谷 天爲父地爲母)>
 난초가 깊은 골짜기에 있어
 하늘을 아버지로 삼고 땅을 어머니로 삼는다.

 

장일순 선생의 호는 다양하게 바뀝니다. 각 호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요?

 

선생의 아호를 보면 생애를 압축하는 느낌입니다. 삶의 변곡점에 따라 아호를 바꿨거든요. 1965년(37살)부터 청강(淸江)이란 호를 썼어요. 격동기에 푸른 강물처럼 유연하게 살고자 하는 뜻이 담긴 듯합니다. 1979년(51살), 그러니까 박정희가 암살된 뒤부터 무위당(無爲堂)을 사용했습니다. 절대 권력자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연과 더불어 욕심 없이 살고자 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와 함께 ‘좁쌀 한 알’처럼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낮춘다는 뜻의 ‘일속자(一粟者)’라는 호도 쓰고, 사망할 때까지 더 낮추어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개뿔’이라는 호도 사용했죠.

 

장일순 평전을 쓰고 난 뒤, 무위당 장일순을 새롭게 정의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장일순 선생은 봄날의 청명한 하늘을 닮은 고결한 사람입니다. 물질문명이 지구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는 세기말적인 시대에 생태문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문명사적인 경고를 누구보다 먼저 강조한, 생태ㆍ생명운동의 선구자이죠. 더 늦기 전에, 무위당의 생명사상을 본받아 우리와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환경을 보호해야 합니다.

 

 


 

 

장일순 평전김삼웅 저/무위당사람들 감수 | 두레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은 문장들 속에 머물며 어느새 자신의 마음 안쪽을 가득 채운 밀도 높은 평온함을 느끼는 동시에 새로운 풍경들이 활짝 피어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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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