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마음은 알겠으나 깊은 처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김려령 지음, 『일주일』 9-10쪽)
마음이 답답하다. 한 타인으로부터 연이어 진의를 파악해야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진의(眞意)란 무엇인가? 속에 품은 참뜻, 곧 진짜 의도다. “제가 좀 말이 서툴죠? 이해 부탁 드립니다”라는 말이라도 좀 보태면 좋을 텐데, 어찌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따따따 하고 마는가. 자신이 서툴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조금은 신경 쓰면서 말해야 하지 않나? ‘말 수집가’인 내 앞에서 말이다.
나에겐 마음씨가 유독 따뜻한 친구 두 명이 있다.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도무지 못하는 성격. 단답을 하는 경우가 없다. 때때로 지나친 예의, 배려 때문에 부담스럽다가도 예의를 쌈 싸드신 상대를 맞닥뜨리고 나면, 착한 사람보다 위대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을 고친다.
김려령의 신작 소설 『일주일』을 단숨에 읽었다. 소설가와 국회의원의 사랑 이야기. 작가는 어찌 이런 상투적인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의아했는데, 결말로 가면 갈수록 두 주인공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었다. 『일주일』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거, 그게 사랑이야”라는 말이다. 주인공 도연과 유철. 나는 두 사람의 사랑과 신뢰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소설에서나마 만날 수 있는 인물이라 여겨져 두 인물을 만들어낸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김려령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 장편 『너를 봤어』를 펴내고 만난 자리에서 그는 “가만히 보면 참 예쁘게 살 수 있는 사람인데,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이나 어떤 행위들로 힘들어지고 망가지는 모습을 볼 때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것이 2013년. 지금은 2019년. 6년 동안 잊히지 않는 말이라니, 나는 왜 이 문장이 이토록 특별하게 다가왔을까. 나를 가만두지 않은 어떤 폭력적인 말을 잊지 못해서였을까?
‘좋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행동이라도 상대에게는 다를 수 있다. 곡해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불편한 말과 행동, 우리는 하지 않아야 한다. 뒤돌아서 후회했다면 한시가 급하다. 서둘러 정정하자. 사람들은 칭찬보다 상처를 오래 기억한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말을 했다면 반드시 용서를 구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보라. 폭언을 잊을 수 있는가? 잊었는가?
우리에게 중요한 건 타인이 눈치채지 못할 마음이 아니다. 행동, 즉 처사(處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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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김려령 저 | 창비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사랑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고난과 극복을 유려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은, 대중적인 서사를 통해 사랑의 여러 면모를 깊이 있게 다루는 김려령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준다.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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