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Kang), 의심하고 그리워하기에 고독한 청춘 밴드
는 새로운 경험과 감상은 아니지만 일상 속 허무한, 쓸모없는 어느 순간을 채우기에는 모자람 없는 출발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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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갱으로 내려가는 길은 선명한 블루지 기타 도입부를 제외하면 온통 지글거리고 꿈틀거린다. 슈게이징과 드림 팝의 몽롱한 사운드가 서서히 열기를 더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애절한 목소리가 ‘이게 사는 게 아니면 도대체 사는 건 뭐인데요 / 그건 사는 게 아니고 시간을 버리는 꼴이에요’라 외치고 나면 부유하던 젊음은 형형한 시각을 갖게 된다. ‘내 피부로 느낀 세상은 책 속의 말들과 전혀 다른 아픈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라며 배교를 택한 주인공은 이제 성실과 믿음 대신 실패와 무기력을 응시한다. 

 

강상윤을 중심으로 지현우, 서가인, 박기춘이 모인 밴드 강(Kang)은 의심하고 그리워하기에 고독한 청춘이다. 에어리얼 핑크와 맥 드마르코의 나른한 슬래커(Slacker) 스타일 인디 기타 팝의 문법에 재치를 덜어내고 침잠을 더한 이들의 기록은 차분한 사이 목소리를 선명히 가져가며 메시지 전달에 분명한 뜻을 둔다. 리버브 톤과 로 파이의 까칠함 속 보컬마저 묻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강상윤의 목소리는 외할아버지에 바치는 「D’bong」으로는 쓸쓸함을, 바다를 떠도는 해상 쓰레기에 감정을 이입하는 「Plastic」에선 약간의 분노를 드러내며 공허한 빈 껍데기의 상태를 관조한다. 기타 한 대와 보컬로 출발해 베이스와 파도 소리를 더한 바닷가의 「Daydreaming」에선 ‘우린 스타디움에서 연주할 거야’라는 낭만을 품어내기도 한다. 고요한 공백을 기타 리프와 가녀린 보컬로 채워가다 까칠한 기타 솔로를 더하며 묘한 반복을 불러일으키는 「출구」의 잔향 역시 인상적이다. 

 

는 새로운 경험과 감상은 아니지만 일상 속 허무한, 쓸모 없는 어느 순간을 채우기에는 모자람 없는 출발이다. 성공과 즐거움은 일상 속 정말 찰나의 순간에 머무르고 스쳐가지 않던가. 때론 실패의 기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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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hink #It’s Weird Pose #강(Kang) #D’bong #Day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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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