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연 선생님은, 지난 10년간 ‘합격의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하는 EBS의 대표 영어 강사이다. 영어 공부에 있어 기술보다는 기본을 강조하고, ‘나를 따르라’보다는 ‘우리 같이 가자’라고 말하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Always keep the basic’, 주혜연 선생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다.
EBS 강의 중 가장 댓글이 많기로 유명한 선생님, 밤 11시에 잠들어 새벽 3시 기상 후 강의 연구ㆍ교재 공부ㆍ댓글 달기로 하루 일과를 빼곡하게 채우시는 선생님, 10년 째 EBS 강의를 통해 수많은 수강생들을 만나는 주혜연 선생님을 통해 영어 공부의 핵심을 들어보자.
매시간 ‘합격의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마음을 토닥여주는 따뜻한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하시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쌤, 저 해냈어요!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 수험생들과 제가 함께 고생했던 그 모든 시간들을 다 덮고도 남는 보람과 기쁨이 함께 하거든요. 그래서 그 벅찬 기쁨의 순간을 수강생들에게 미리 확실하게 각인시켜주고 싶었어요. 나중에는 제 얼굴만 봐도 ‘합격의 기쁨을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된다고들 하더라고요. (웃음) 이와 더불어 수험생들의 마음을 토닥이는 이야기로 수업을 여는데도 이유가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어찌 보면 뻔한 이런 이야기들이 수험생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었어요.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닌 그 한마디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힘든 수험생활 내내 붙들 동아줄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한번은 강의 시작 부분에서 함께 나누었던 어느 구절을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저장해두고, 그 한마디에 의지해 힘든 시간들을 버텼다고 말하는 수강생을 만났어요. 그때는 저도 그 학생이 보냈을, 힘들었을 시간들이 눈에 보일 듯 그려져 서로 붙들고 한참을 울었답니다.
해마다 많은 수험생들이 선생님이 집필하신 ‘해석공식’으로 영어의 기본기를 다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교재인지 궁금한데요?
‘그렇게 많은 문법 교재를 공부했는데도 왜 여전히 영어가 어려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그동안 우리가 영어를 거꾸로 공부했기 때문이구나.’라는 결론에 이르더라고요. 다시 말해, 그동안 무슨 용법, 무슨 용법 지나치게 세분화해서, 문법 이론을 너무 어렵게 배운 거예요. 그리고 각 문법 개념에 대해서 짧고 쉬운 예문만 접하다가, 갑자기 실전 문제로 들어가 긴 지문을 읽으려니 어려웠던 거죠. 그래서 이와는 반대로 구성을 했어요. 문법 개념은 기본 원리를 중심으로 최대한 핵심만 정리하고, 대신 예문들을 풍부하게 제공했어요. 각 문법 개념들을 완전히 체화될 수 있도록, 쉬운 것부터 고난도까지 단계별로 기출문제에서 발췌한 예문을 다수 제공한 거죠. 문법 이론과 지문 독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기본 개념 교재라고 생각하면 돼요.
‘어떤 영어 지문은 한글로 된 해석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하는 수험생들도 많습니다. 이런 수험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라거나 ‘다 읽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라는 문제는 영어 단어를 우리말로 1대 1 대응 식으로 번역하는 일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읽고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동안 우리는 번역하는 훈련만 받았지, 읽은 내용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연결 짓는 연습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예를 들어, “음악으로서의 로큰롤이 혁명적인 것으로 묘사될 수 있는 바로 그 제한된 의미에 주목했다.”라고 번역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 버리면, 당연히 다 읽어도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거죠. “‘혁명적’이라는 말은 ‘기존과는 180도 다르다’는 뜻이구나. ‘제한된’ 의미란 ‘100% 맞는 말은 아니다’는 뜻이겠지. 결국 ‘로큰롤이라는 음악이 기존 음악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은 100% 맞는 이야기는 아니구나.” 이렇게 그 의미를 온전하게 소화하고 앞뒤 내용과 논리적으로 연결 지어 이해하는 ‘생각하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예요. 주어진 글을 단순히 번역만 하는 수동적 독해가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연결 지으며 읽는 능동적인 독해가 필요한 거죠. 만약 이것이 아직 낯설다면, EBS 수능 연계교재 『수능특강 영어』 , 『수능특강 영어독해연습』 강의를 통해서 저와 같이 연습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실력 향상, 성적 향상을 넘어 ‘글을 읽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에요.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있는 ‘노베 (기초가 몹시 부족한) 수험생’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늦어서 안 해도 되는 일인가요? 그게 아니라면, 고민할 시간에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게 현명한 거잖아요. 오늘이 내 수험생활에서 가장 빠른 날이에요. 다른 친구들이 어떤 교재로 공부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마시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채워 가면 되는 거예요. 영어의 경우, 기본 단어라던가 문장의 구성에 대한 기본 개념들이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부분들인데요. 시험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기본 개념부터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하지만 그건 마치 구구단도 외우지 않은 채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세 자릿수 곱셈 계산부터 하겠다는 것과 비슷해요. 『Grammar Power (상/하)』 교재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내 발에 딱 맞는 신발을 신고 달리기 시작하면, 점점 가속이 붙기 시작해 처음에 고민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가뿐하게 기본기를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영어 공부는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라고 하는 금기 사항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혹시라도 나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공부 방법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우선, 영어 지문과 한글 해석을 함께 펼쳐놓고 하는 공부에요. 이건 영어 공부도 국어 공부도 아닌 정말 시간 대비 억울한 공부 방법이죠. 혹시라도 영어만 읽어서는 한 문장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면, 한 단계 난이도를 낮춰서 문장 읽기 연습부터 차근차근 연습해 올라가야 해요.
또,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난이도가 높은 지문의 경우, 강사가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것을 들은 다음, 그 지문의 내용을 암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도 역시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앞서 이야기했듯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근육의 힘을 길러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문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를 강의와 비교해봐야 해요. 그래야 난해한 낯선 지문을 만나도, 정해진 시험 시간 내에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끝으로, 영어 지문을 읽을 때, 나무만 보는 공부 방법도 버려야 해요. 예를 들어, 여기서 쓰인 이 that이 ‘관계대명사일까, 접속사일까’ 이런 세부적 문법 사항에 대한 분석이 우선사항이 아니라는 거예요. 먼저 글을 통해 필자가 전하려는 주제와 글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는 숲을 보는 공부가 우선되어야 하고, 나무를 보는 공부는 그 다음이거든요. 우선순위가 뒤바뀐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힘이 되는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실력이, 성적이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아 실망스럽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내 실력이 조금 부족했는데, 정말 하늘이 도왔구나.’ 싶을 때도 있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 기회를 너에게 줄 테니, 대신 늘 다른 사람보다 더 겸손하게 노력하고, 더 많이 나누라는 뜻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가치 있는 뜻을 세운 인생은, 자신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하늘이 돕고, 운명이 돕고, 기회가 돕습니다. 그러니 큰 뜻을 세우고,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EBS의 좋은 교재와 강의를 통해 여러분들이 세운 그 뜻을 활짝 펼칠 수 있게 저도 곁에서 돕겠습니다.
EBS
boram14
2019.05.08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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