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사랑니 빼고 난 뒤에 읽으면 좋을 책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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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 : 지난 번 ‘뼈 때리는 책’ 주제로 이야기 한 ‘어떤,책임’ 하트 개수 보셨어요?


불현듯 : 역대급이에요. 저희가 하트에 목마르다는 표현을 했더니 많은 분들께서 화답을 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프랑소와엄 : 하트를 통해 저희들의 뼈를 쓰다듬어주신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정말 좋았어요.


불현듯 : 오늘 주제는 ‘사랑니 빼고 난 뒤에 읽으면 좋을 책’인데요. 어떤 책을 얘기해볼까요?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저/이소담 역 | 이봄

 

사랑니를 뽑는 일이 일상적인 건 아니잖아요. 이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거든요. 역시 많이 하는 경험은 아니죠. 사랑니 뺀 상황처럼 흔한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먼저 착안을 했고요. 사랑니를 뺀 뒤에 너무 웃긴 책을 읽으면 웃음 때문에 통증이 더할 수 있어요. 잔잔한 유머, 적당한 웃음, 미소가 번지는 정도의 웃음이 좋겠죠. 그러다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의 인생』 은 여섯 컷 정도의 만화로 구성되어 있고요. 심지어 책에는 치과에 간 에피소드도 있어요. 첫 장면은 ‘3개월마다 치과 검진을 받고 있습니다’예요. 다음 장면에서 치료를 마친 열 살쯤 되는 여자 아이가 나오더니 대기실에 있는 엄마를 본 순간 훌쩍훌쩍 울기 시작해요. 엄마는 그런 아이의 등을 가만히 토닥이고요. 이 장면이 왜 인상적인가 생각해봤는데요. 치과 치료가 그렇게 안 아팠는데 엄마를 보니까 갑자기 북받치는 거잖아요. 그게 얼마나 좋아요. 엄마를 보자 뭔가 서럽고, 혼자 진료실에 갔던 무서움이 떠올라서 울잖아요. 통증 때문이 아니라 말이에요. 그런 생각 때문에 이 장면이 참 좋았어요. 사랑니를 뽑고 보면 좋은 이유도 그거죠. 나는 치과에 가서 힘든 치료를 받아도 울 수는 없는 어른이잖아요. 그런데 엄마를 보고 우는 열 살 아이를 보면서 과거의 나를 반추할 수도 있는 거예요.


책 제목이  『오늘의 인생』 인데요. 우리는 오늘도 인생을 살고, 내일도 살 테고, 물론 어제도 살았어요. 어떤 날은 바쁘기도 하고, 색깔이 다채롭기도 할 텐데요. 보통은 어제와 오늘이, 또 내일이 크게 다를 것 없는 것 같은 날들을 보내죠.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늘의 한 순간이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이 책은 어쩌면 오늘 가장 나한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여섯 컷의 만화로 기록해 놓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띠지에 ‘나의 하루가 반짝, 하고 빛난다’라고 적혀 있는데요. 우리의 일상, 우리의 하루에서 언제 가장 반짝, 하고 빛났는지 생각하면 어떤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하루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
읻다 시 선집 | 읻다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에요. 주제를 상의하면서 ‘사랑니’라는 어감이 예쁘다는 얘기도 했잖아요. ‘아름다운 괴물’이라는 말을 보고 사랑니가 연상되더라고요. 순수하게 그런 의미에서 가져온 책이고요. 이 책은 사랑니와 별로 관련은 없는(웃음) 시 선집입니다. ‘괴물’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쓸데없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겠지만 누군가는 이 괴물에게서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발견하게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앞에 수록된 ‘기획의 말’에 있는데요. 제게도 새로운 발견 같은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기획의 말에 굉장히 공감을 했어요.


또 시집을 기획한 이유가 유명한 시인의 시를 따라가려고 했던 게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리듬을 지니면서도 생경한 많은 목소리들이 함께 움직이는 한 권의 시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고요. 정말로 다양한 목소리들이 등장하는데 그 목소리들이 묘하게 어울리는 리듬이 있었어요. 책은 3부, ‘이런 몸짓으로’, ‘이런 모습으로’, ‘이런 목소리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저마다 다른 시인들의 시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같은 이유로 묶인 시라서 시와 시 사이의 연결성 같은 것도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각 부마다 분위기가 꽤 다른데요. 저는 ‘이런 목소리로’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특히 빈센트 밀레이의 「선술집」이라는 시가 정말 좋아서 읽고 난 뒤 빈센트 밀레이를 한참 찾아봤어요.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아주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인이고요. 시는 물론이고 산문도 썼고,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이기도 했더라고요. 당시 강요되었던 시대상을 거부하는 언어를 사용해서 많은 젊은이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 점이 이 시를 번역하신 최승자 시인과도 무척 잘 어울리는 점이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빈센트 밀레이는 양성애자라는 사실도 당당히 밝혔었고요. 페미니스트로서 발언하면서도 꾸준히 살아야한다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작가예요. 언젠가 빈센트 밀레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더 깊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곰돌이가 괜찮다고 그랬어』
정소영 저 | 어떤책

 

엄청 예쁜 책을 가져왔어요. 개나리색의 책이고요. 저는 사랑니를 빼고 난 뒤에 “괜찮아, 이제 건강해질 거야”라는 얘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의 카피가 ‘어른에게도 보들보들한 존재가 필요하다’거든요. 보들보들한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지 않았는데 이 카피를 보고 좀 놀랐어요. 이 책은 우선 재미있고요. 끝까지 읽어야 더 와 닿는 책이에요.


정소영 작가님은 곰인형 애호가인데요. 집에 세 친구, 첫째 순남이, 둘째 연남이, 셋째 술빵이가 같이 산다고 해요. 셋째 술빵이가 책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고요. 연남이는 연남동에서 주워온 친구라서 붙인 이름이고, 순남이는 어떻게 그 이름을 지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외래어보다는 한국어가 좋아서 지은 이름이래요. 술빵이는 술빵처럼 폭신폭신하지만 아주 푹신하지는 않은 그런 느낌 때문에 지었다고 하고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작가님의 캐릭터가 너무나 궁금해졌어요. 특히 이색적인 건 결혼도 하시고, 아이도 있는 분이시라는 건데요. 보통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에게 관심을 쏟게 되니까 인형에는 소홀해지게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출산한 후에도 변함이 없었고, 이런 책까지 쓰신 거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가끔 회사에 곰돌이와 함께 출근도 하고요. 회사에서 사용하는 도장에는 곰돌이 캐릭터를 그려서 넣었대요. 대단하죠?


작가님이 곰돌이와 사랑에 빠진 건 1991년 5월 24일 친언니가 곰탱이라는 이름의 인형을 선물해주면서 시작되었다고 하고요. 곰탱이는 지금은 없지만 그 이후에도 수많은 곰인형을 사랑하고, 품으면서 있었던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사진도 많이 수록이 되어 있어서요. 사랑니 빼고 이 책을 보면 정말 좋으실 거예요. 인형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저도 홀딱 빠져서 읽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이 내 삶에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을 줄 때가 있잖아요. 이 책에서 반려 인형이 작가님 인생에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얼마나 소중한 친구였는지 알 수 있더라고요. 그것도 참 좋았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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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