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연말 홈파티
어김없이 찾아온 연말. 들뜨는 마음을 누르며 일을 하지만 머라이어 캐리의 연금 송인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듣는 순간 내적 댄스! 흥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즐거움이 넘실대는 분위기와 넘쳐나는 약속 가운데, 사람들의 올해 리뷰와 내년 계획을 듣곤 한다. 누구는 올해 너무 힘들었고, 누구는 올해 가장 많은 성과를 이뤘으며 누구는 내년 계획으로 올해가 바빴다는 둥 각자의 365일을 듣다 보면 참 재밌다. 올해를 돌아본 뒤에는 자연스레 별자리 운세도 찾아보고 사주나 신점을 보러 가자는 얘기를 나누며 2019년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얘기도 나눈다.
제일 재미있는 주제는 아무래도 ‘연애’ 얘기였다. ‘금성의 역행’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행성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고, 점성술에 대한 최초의 시도는 해리포터의 트릴로니 교수 밖에 없어서 이해하긴 어렵지만 여하튼 금성(비너스)은 사랑을 책임진다고 한다. 그리고 금성은 18개월-19개월에 한번씩 40여일을 역행하는데, 이 때 사랑이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던지 심지어는 돈 문제까지 곤란한 지경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기준, 역행의 그림자 기간까지 포함하면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가 영향을 받는 셈인데, 친구 중 한 명은 역행을 따라 연애가 전개되고 있어서 그 신빙성을 더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 명은 역행의 그림자 기간이 끝나기 기다렸다가 소개팅을 하겠다는 다짐도 하고,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들에게는 금성의 영향이 강하기 때문에 (솔로 되기 싫으면) 싸우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재미로 하는 얘기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데, 올 연말은 이런 얘기가 우리에게 꽤 약발이(?) 있다. 점성술로 가볍게 시작했지만, 얘기를 나눌수록 연애의 결말이 결혼이냐 결혼을 하면 해피엔딩인가 등 연애가 결혼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이전에는 썸타고 연애하는 게 화두였다면, 이제는 사뭇 진지해졌달까. 그 이유는 한 명이 결혼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금성의 역행을 보란 듯이 무시하며 행복한 하반기를 보내고 있다).
사실 결혼까지는 괜찮았는데, 내년에는 애기 엄마일지도 모르는 친구를 상상하니 너무 다른 길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외면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과업인 걸까.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고 한들, 친구의 결혼이 미치는 파장은 컸고 어딘지 모르게 삶의 기로에 놓여져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년이 당장 서른은 아니지만 마지막 20대라는 생각이 드니, 평소와는 다른 연말을 보내는 기분이었다. 듣자 하니 20대 후반, 50대 중반, 80대 후반에 인생의 외로움이 찾아온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쓰여있지 않은 모든 이가 외로움을 겪고 있겠지만, 역대급으로 쓸쓸한 연말 기분이다.
하지만 나에겐 새로 나온 시집도 있고, 사랑하는 이가 보내준 꽃도 있고, 여행도 잡혀있으니 나쁘지 않은 연말이겠지. 연말이면 나오는 특수한 나이 표기법, 숫자.9(ex_28.9)세의 시기에는 다 이렇겠지?하며 위로해본다. 내년엔 진짜 애매한 마지막도 아니고 확실히 20대의 끝이니 좀 더 초연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2018년 잘가!
김지연(예스24 굿즈MD)
좋아하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