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국밥을 한 술 뜰 때면, 설렁탕 한 입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소설 『운수 좋은 날』 의 김첨지의 아내가 떠오른다. ‘설렁탕 한 입’만으로도 당시의 비참함은 충분히 드러난다. 책 속 음식이란 이렇듯 의미 없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텍스트 속의 맛을 저자의 음식에 대한 애정과 다채로운 지식을 곁들여 버무려 냈다.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먹느냐는 것은 각자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작품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는 그들의 상황과 성격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얇은 크레이프를 섬세하게도 구워내는 에이미와 두툼한 팬케이크를 무심하게 썰어 먹는 닉이 한 집에 살면서도 너무 다른 사람이었던 것처럼. (길리언 플린, 『나를 찾아줘』 中)
여행에서 음식이 테마가 되었던 식도락 경험이 있다면 더욱 제격이다. 때와 분위기에 맞춰 음식을 선택해 본 사람일수록, 어떤 이야기의 그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맛을 탐닉하는지 관찰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있을 테니. 읽다 보면 맛으로 책을 읽어내는 맛깔스런 독서법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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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그 지적 유혹정소영 저 | 니케북스
작품 하나하나에서 한 인간을 규정하고 당대의 정치ㆍ사회ㆍ문화적 특성들을 반영하는 은유의 도구로 쓰인 음식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해석 자체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나영(도서 PD)
가끔 쓰고 가끔 읽는 게으름을 꿈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