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다. 마른 장마는 일상이 되고, 말복이 지나도 꺾이지 않는 더위에 사망자도 나왔다. 날씨 뉴스에서 한 마디 보도되고 지나갔만. 1995년 시카고에서는 폭염으로 무려 700여 명이 사망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이 사건에 대해 사회적 부검을 실시한다. 폭염 사망자 중에는 사회적 취약 계층이 많았고, 그 중에서도 시카고처럼 사회적 지원이 미비한 곳의 사망자가 더 많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조용한 죽음, 폭염은 단순 자연 재해가 아닌 사회적 재해였다.

다만 비슷한 조건에서도 공동체 결속력이 강한 곳은 예외이긴 했다. 그러나 이런 유대 관계에만 의지하기엔 폭염은 매해 악화되고 있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시야를 넓혀 보면 취약 계층의 고독사나 여타 다른 문제와도 연관 지을 수 있다. 이 계절이 지나면 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은 또 잊힐 거다. 그리고 내년에도 전기세가 무서워서, 전력이 부족해서 죽는 사람이 생길 거다. 이 사회 비극 앞에 정부와 우리 사회는 준비되어 있을까? 『폭염 사회』  속 이야기를 타산지석 삼아 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