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쪄내 쫀득쫀득한 옥수수, 과즙으로 꽉 찬 탐스러운 복숭아,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영양 덩어리인 삼계탕의 계절, 여름이다. 여름에 먹으면 특히 더 맛있는 게 많아서 땀을 뻘뻘뻘 흘리면서도 이 계절이 좋아 죽겠다. 무더운 여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하는 데는 긴 기다림 끝에 태어나는 여름의 음식만한 게 없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에 자리한 시골에 10년째 살고 있는 저자는 법정 스님의 부엌에 있었다던 말을 따라 부엌에 ‘먹이는 간소하게’라는 문구를 적은 팻말을 걸어놓고, 조금 수고롭지만 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해서 먹고 살고 있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계절 따라 해 먹는 다양한 ‘먹이들’의 초간단 레시피가 그림과 함께 소개된다. 달래달걀밥, 쑥개떡, 연근구이, 멸치김치국수 등 거창한 요리 실력이 없더라도 재료 본연의 맛으로 이미 충분한 먹이인데다, 심심한 듯 착 감기는 맛깔 나는 표현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여름의 끝을 미리 상상하다가 울적해져서, 책에 소개된 복숭아조림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물과 설탕을 넣고 끓인 복숭아를 병에 밀봉했다가 여름이 몹시 그리워지는 날 홀랑 꺼내 먹을 생각에 이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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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간소하게노석미 저 | 사이행성
봄부터 겨울까지 변화무쌍한 자연이 그 순간마다 만들어내는 마법은 물론 자연이 주는 즐거움과 고마움, 음식의 소중함, 함께 나눠먹은 사람들과의 추억까지 ‘맛있는 일상’이 담백하게 담겨 있다.
최지혜
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