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육아, 직장…. 바쁜 하루를 살면서 어제 일도 까먹기 일쑤였습니다. 지금 밖에 없는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먹은 과자 봉지, 네 가족이 처음 같이 본 공연 티켓, 영수증, 아이 약봉지 위에 빨간 실로 자수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콕콕하는 시간만큼은 엄마, 아내가 아닌 온전히 나로서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모모가 태어나고, 아오가 오빠가 되어 가는 386일간의 하루하루를 담았습니다. 엄마가 된 지 4년, 매일 이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속에서 오늘도 자수 일기를 씁니다.
2016년 2월 27일
모모를 낳고, 6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이불에 누워 자수를 놓은 일기입니다. 출산의 기쁨과 흥분이 채 식지 않은 상태라 정신없이 바느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날은 자수를 하다가 힘이 빠져 그대로 잠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때 그대로 실을 자르지 않고 바늘도 붙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그 모습이 탯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016년 8월 22일
동생 모모가 태어난 것은 아오가 세 살 때였습니다. 아오는 동생이 생기고 혼란스러웠나 봅니다. 모모에 대한 질투 때문인지, 아기로 돌아가고 싶었던 건지 응석을 부리며 이걸 주면 저게 좋다며 애를 먹였습니다. 이 날은 처음으로 아오가 “엄마는 바보!”라고 한 날이기도 합니다.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얌전한 모모와 비교되어서인지 아오에게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좀 더 엄마로서 큰 그릇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한 날이었습니다.
2016년11월 24일
자수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일 년 반 정도 흘렀을 때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은 아이들을 좋아하긴 해도 어떻게 대할지 몰라 주로 지켜만 보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날도 모모를 어떻게 업을지 몰라 허둥대는 남편을 도와주지 않으려고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남편은 아버지 역할을 잘하고 있습니다. 아오와 모모를 데리고 셋이서 외출도 자주 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잘 보내기도 합니다. 예전을 생각하면 멋진 아버지로 성장했습니다.
몬덴 에미코(콜라주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