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의 배우 송원근
두 시간 안팎의 공연이 끝나면 고생했다고 박수쳐 주시고, 배우들, 제작진과 함께 호흡하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무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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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이 개막했다. 원작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일본과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각각 영화로 제작됐다. 뮤지컬은 2016년 대명문화공장 개관 2주년 신규 콘텐츠 개발 지원 프로젝트 ‘공연, 만나다-동행’에 선정돼 사전 리딩 공연을 통해 첫 선을 보인 뒤 2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옆집 여자 야스코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수식과도 같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와 이 복잡한 수식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를 통해 추리의 쾌감뿐만 아니라 가슴 먹먹한 감동까지 선사할 예정이다. 이시가미 역에 최재웅, 조성윤, 유카와 역에 에녹, 신성록, 송원근, 야스코 역에 임혜영, 김지유 씨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개막 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송원근 씨를 직접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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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부터 영화까지 자료가 많아 준비하면서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를 보고 소설도 훑어봤는데, 각각 접근하는 시선이 다르다 보니 처음에는 무대에도 보충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가서는 장르가 다른데 굳이 같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에게는 대본이 있으니까 그 대본에 충실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 안에서 고민했고, 개막 4주 전부터 ‘런 쓰루(Run Through)’를 돌며 채워나갔죠.

 

그렇다면 소설이나 영화와는 다른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겠죠. 화면이나 지면이 아닌 배우들의 땀방울까지 보이는 생동감 있는 무대요. 물론 뮤지컬이니까 음악이 주는 힘도 크고요. 저희도 무대에서 이 공연이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 궁금해요. 연습실과는 다른 장치들이 있고, 특히 조명이 많은 부분을 채워준다고 들었거든요. 여러 요소들이 더해져서 공연 보시면 ‘어→어↗어→어↘’ 맞아 떨어지는 게 있을 거예요(웃음).”

 

살인사건에 기반을 둔 내용이지만 연습실 분위기는 좋았을 것 같아요.


장면 나갈 때 빼고는 화기애애했죠.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 1박 2일로 MT도 다녀왔어요. ‘대학로 뮤지컬 중에서 우리 팀이 가장 나이가 많을 것이다’는 얘기가 나와서 (신)성록이가 MT를 가자고 하더라고요(웃음). 함께 식사하고, 술 한잔하면서 작품 얘기하고 대사 맞춰보고.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다들 웃느라 배가 아프고 입이 아플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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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소설이나 드라마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있다는 거잖아요. 세 배우가 표현하는 유카와는 많이 다른가요?


다 달라요, 사람이 다르니까 같을 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이 작품은 지난해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를 하면서 신성록 배우를 통해 알게 됐어요. ‘우리 같이 무대에 서 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그때 성록이 생각은 제가 이시가미를 하는 거였는데, 다른 모든 사람들이 ‘송원근이 이시가미는 아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키다리 아저씨>에서는 신성록 씨와 제르비스에, <쓰릴 미>에서는 에녹 씨와 그(리처드)에 함께 캐스팅됐잖아요. 그러고 보면 세 분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웃음).


그렇죠, 오디션 가면 항상 만나고(웃음). 저, 성록이, 에녹 형 이렇게 세 사람이 유카와를 하는 것도 멋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만 살펴봐도 뮤지컬 <쓰릴 미>, <키다리 아저씨>, <타이타닉>, 드라마 <하백의 신부> 등 무대와 방송을 오가며 활약 중이세요. 특히 무대에서 예전보다 자주 뵙는 것 같습니다.


공연 하다 드라마 하면 드라마가 그렇게 낯설고, 다시 무대에 오면 공연이 또 낯설어요(웃음).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일 텐데, 드라마는 작품을 연달아 하면 이미지가 겹칠 수 있지만, 공연을 같이 하면 배우 입장에서는 쉬지 않고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무대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전환점이 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는 가수로도 활동했는데, 그때는 무대에 서도 힘들었어요. 불안하고 괴롭고. 그러다 조심스럽게 뮤지컬에 도전했는데 행복하더라고요. 2시간 안팎의 공연이 끝나면 고생했다고 박수쳐 주시고, 배우들, 제작진과 함께 호흡하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무대에서 배우로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배우로서 살아 있음을 만끽할 수 있는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이 8월 12일까지 석 달간 공연될 텐데요. 지금 이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요?


유카와가 마지막에 내레이션을 하는데, ‘이시가미가 일요일에 창문을 열어두면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고 해요. 이 사건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말소리가 어두운 삶을 살았던 이시가미에게는 새소리처럼 들렸던 거죠. 신성록 군도 런 쓰루 돌다 그 대사에서 한참을 잇지 못하더라고요. 저도 찡했어요. 극에서 모든 상황이 다 쌓이고 나면 참 슬픈, 큰 대사예요. <용의자 X의 헌신> 이 잔잔하지만 그런 힘이 있는 작품이고, 그래서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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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