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카디 비를 영악한 아니, 매스컴을 좀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뮤지션이라 말한다. 실력을 중심에 놓기보다는 약간의 비아냥을 담은 어조인데 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동안 미고스의 멤버 오프셋의 아이를 임신한 것 아니냐는 소문에 강력한 부인으로 일갈하던 그가 앨범 발매에 맞춰 나온 홍보 무대에서 소문이 사실이었을 밝혔고, 믹스 테이프만 발매했던 시절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쇼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입담과 인스타그램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주목받는 법을 잘 아는 시대의 스타다. 다만 겉만 번지르르한 뷰파인더 속 연예인은 아니다. 이 탄탄한 앨범에 바로 그 이유가 있다.
역대 5번째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한 여성 래퍼의 영예를 껴안은 음반은 카디비 인기요인을 정확하게 설파한다. 곡들은 우회하지 않는다. 좌도 우도 아닌 직진. 첫 곡 「Get up 10」에서는 9번 넘어져도 10번 일어날 것임을 소리치며 자신이 일군 성공에 대한 자부심과 안티 팬에게는 빨간불이 안 보이는 것처럼 달릴 것이라는 답변으로 응수한다. ‘이젠 춤추지 않고, 돈을 움직이게 하지’라는 생애 첫 빌보드 싱글 1위 곡, 「Bodak yellow」는 스트리퍼로 활동했던 시절을 애써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며 과거의 고난을 뛰어넘는 당당한 ‘쎈언니’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이처럼 주된 발화는 과시다. 포스트 말론의 1위 곡 「Rockstar」에 목소리로 기여한 21 새비지와 함께 아예 제목부터 명품 브랜드를 언급하는 「Bartier cardi」(원래 Cartier가 옳은 명이나 법적 분쟁 가능성으로 바꿨다)는 다이아몬드, 스포츠카,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낮은 톤의 피처링과 파워풀한 카비디의 래핑으로 강렬하게 풀어낸다. 전형적인 카디비식 플로우를 보여주는 「Money bag」에서도 자기 자랑은 끝나지 않는다. 라이벌로 언급되는 니키 미나즈가 댄스팝, 일렉트로니카 등의 장르를 취하며 불호 팬 섭력을 노렸다면 그는 대체로 트랩을 통해 내 프라이드 세우기에 바쁘다.
21 새비지, 댑 댄스와 삼연음 플로우를 흥행시킨 미고스, 믹스 테이프만으로 그래미 신인상을 최초로 거머쥔 챈스 더 래퍼, 떠오르는 알앤비 싱어 시저와 켈레니, YG까지 호화로운 조력자를 곁에 둔 탓일까. 트랩과 자전적인 이야기, 성취로 일관하던 음반은 몇몇 곡에서 힘겨루기에 실패한다. 이러한 양상은 대체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노래에서 나타나는데 미고스 피처링의 「Drip」은 그들의 히트곡 「Bad & bougee」과 연장선상에 놓여있으며, 배드 버니, J 발빈과 라틴팝 열풍에 합세한 「I like it」는 앨범에서 가장 튀는 부분이다. 각자 최고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챈스 더 래퍼가 부드럽고 묵직한 목소리로 쫀쫀한 래핑을 선보이는 「Best life」 역시 주객이 전도돼 보인다.
그렇다면 음반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건 처음부터 성공의, 돈을 위한, 카디 비에 의한 성 관념 깨부수기에서 기인한다. 스스로를 진정한 bitch라 칭하며 내게 가짜는 가슴뿐이라는 코믹한 가사에 웃음 짓다가 「I do」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 금방 끝날 것이라던 나의 성공 시대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잖아 라는 의기양양함에 모종의 존경과 찬양을 보내게 된다. 내숭 없이 드러낸 자기 고백에 취하다 보면 최고의 뮤지션을 통해 노린 상업적 전술도 이해하게 된다. 비유나 상징, 혹은 고차원적 멜로디 없이 성공담만으로 정상에 선 실로 오랜만의 여성 래퍼. 시대가 바뀌고 있다. 13개 수록곡 모두를 빌보드 싱글 차트에 차트인 시키며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카디 비의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박수진(muzikism@naver.com)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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